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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세일 외치는 점원ㆍ손님은 많은데…"사는 사람이 별로 안 보이네요"

입력 2019-11-24 18:00

본 기사는 (2019-11-24 17:00)에 Channel5을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명동, 영등포, 홍대 등 서울 '핫플레이스' 11월 대목에도 썰렁

올해 대한민국 유통가(街)에는 ‘퍼펙트스톰(크고 작은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절체절명의 초대형 경제위기)’이 현실화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년간 지속돼온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여기에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유증으로 중국인 관광객 감소 여파는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한ㆍ일 갈등으로 인한 ‘일본 불매운동’은 주류ㆍ의류업계에 직격탄이 됐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투데이는 국내 최대 소비 성수기로 떠오른 11월 겨울 세일 행사가 한창인 명동과 홍대, 영등포 등 서울 중심 상권을 찾아 퍼펙트스톰의 실체를 확인해 봤다.

◇‘서남권 최대 쇼핑몰 명성’은 옛말… 사람은 있는데 ‘사는’ 사람이 안보여 = “이것저것 할인행사를 많이 해서 사람이 많이 오긴 한다. 그런데 매출액은 작년보다 20~30% 줄었다.” 20일 오후 영등포 타임스퀘어 복합몰 내 이마트의 한 직원은 ‘최근 장사는 어떻냐’는 질문에 심드렁하게 답했다.

평일 오후 시간 매장은 꽤나 분주했다. 곳곳의 시식 코너에서 “마지막 세일입니다”라는 판촉직원들의 목소리가 경쟁적으로 귓바퀴를 때렸다. 그나마 사람들이 기웃거리는 곳은 '노브랜드' 등 저가 상품 매대였다.

▲20일 오후 이마트 영등포점 식품관의 모습. 평일 낮 시간임에도 손님이 적지 않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20일 오후 이마트 영등포점 식품관의 모습. 평일 낮 시간임에도 손님이 적지 않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내수 침체’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분위기에 이 직원에게 ‘사람이 많은데 매출이 줄어든 이유’를 재차 물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아무래도 온라인에서 많이 팔다 보니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시장)은 죽는 것 같다”며 “매장에 사람은 오는데 실제로 사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20일 오후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의 한 의류매장. 고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 (안경무 기자 noglasses@)
▲20일 오후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의 한 의류매장. 고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 (안경무 기자 noglasses@)

겨울세일 기간 중인 타임스퀘어 내 신세계백화점 3층 의류매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9년 타임스퀘어 개점 때부터 입점해 있었다는 한 매장 관리자는 “복합쇼핑몰이 많지 않았던 2009년과 현재를 단순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확실히 한꺼번에 여러 벌 사는 손님이 줄었다”면서 “요즘은 보통 한두 벌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20일 오후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한 명품관 앞에서 고객들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20일 오후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한 명품관 앞에서 고객들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이들의 푸념 뒤로 1층의 한 명품 매장 앞에 10여m 늘어선 줄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지켜보니 입장하는 데만 족히 10분 이상 시간이 걸리는 듯했다. 매장 관리자에게 “평소에도 이 정도로 사람이 몰리느냐”고 묻자 “오늘 방문 고객 수는 평균 정도이고 주말에는 훨씬 많다”며 “명품관의 경우 시즌별로 고객 수가 크게 다르진 않다”고 말했다. 타임스퀘어 내에 ‘서남권 최대 쇼핑몰’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소수의 명품관뿐인 듯한 분위기였다.

◇젊음의 거리 ‘홍대’, 차 없는 거리엔 사람도 없다= 젊음의 성지 홍대는 ‘홍대다움’이 무색했다. 발 디딜 틈 없다고 알려진 홍대입구역 9번 출구는 평일 낮임을 고려해도 꽤 휑한 모습이었다.

▲20일 방문한 홍대 메인 거리는 '홍대다움'을 무색하게 할 만큼 휑하다.  (박미선 기자 only@)
▲20일 방문한 홍대 메인 거리는 '홍대다움'을 무색하게 할 만큼 휑하다. (박미선 기자 only@)

출구 앞에서 모자, 목도리, 장갑 등 겨울용품을 파는 상인 A씨는 홍대 인근에서 20년 넘게 장사했지만, 사드 사태 이후로 장사가 안 된다고 푸념했다. 그는 “겨울에는 목도리, 여름에는 액세서리를 파는데 사드 사태 때 거의 망했다고 할 만큼 안 되다가 조금 회복된 게 겨우 이 정도”라며 “고객 중 외국인과 내국인 비율은 3대 7인데 내국인은 물론이고 중국, 필리핀 등 외국인 고객들도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유난히 줄었다”고 말했다.

출구에서 홍익대학교로 가는 길에는 '차 없는 거리'가 형성돼 있다. 홍대가 젊음의 성지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는 길거리 공연이다. 거리는 언제든 무대가 된다. 이날도 어김없이 기타 반주에 노래를 부르는 공연이 펼쳐졌지만, 구경하는 사람은 10명도 채 안 됐다. 인파 대신 쩌렁쩌렁한 음악 소리만이 거리를 가득 채웠다.

▲20일 방문한 홍대 메인 거리는 화장품 매장의 한산한 모습. (박미선 기자 only@)
▲20일 방문한 홍대 메인 거리는 화장품 매장의 한산한 모습. (박미선 기자 only@)

인근에는 화장품을 무료로 나눠주며 홍보하는 행사 부스가 있었다. 고객 발길이 없자 직원이 사람을 끌기 위해 대로변까지 나와 화장품을 나눠주기도 했다.

홍대 차 없는 거리 핵심 상권에서 벗어난 골목에는 주로 옷이나 화장품 가게가 자리잡고 있다.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이 문밖으로 나와 길거리를 서성이고 있었다.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밖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확실히 줄었다. 주말에 이보다 사람이 좀 더 많긴 하지만 매출은 평일 대비 급격히 늘진 않는다. 아무래도 외국인 방문이 줄어든 영향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나같이 “장사가 안 된다”라고 입을 모으지만, 이곳 홍대엔 공실이 없다. 그 흔한 점포임대가 쓰인 전단 하나 발견하기 어려웠다. 인근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C씨는 “홍대 상권이 활발하던 당시엔 이곳이 포화 상태라 홍대에 1호점을 낸 상인들이 인근 상수동이나 연남동에 2, 3호점을 내면서 퍼졌다. 그런데 요즘 불황으로 거기가 장사가 잘 안 되니까 접고 다시 홍대에 집중하는 거다. 그나마 인근 상권에서는 홍대가 메인이기 때문에 메인에 몰려 공실이 없다. 불황인 게 여기서 티가 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1일 오후 롯데백화점 본점 1층 명품관 코너에 평일에도 고객들로 북적인다.  (남주현 기자 jooh@)
▲21일 오후 롯데백화점 본점 1층 명품관 코너에 평일에도 고객들로 북적인다. (남주현 기자 jooh@)

특히 백화점의 의류 패션 코너는 ‘쇼루밍(showrooming)’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쇼루밍’은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보고 온라인을 통해 최저가격 상품을 찾는 것을 뜻한다.

직장인 배모 씨는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백화점보다 몇 만 원씩 싼 경우가 더러 있다”면서 “가격 차이를 알고 나면 백화점에서 지갑을 선뜻 열기 어렵다”고 말했다.

◇‘쇼루밍’ 공간으로 전락한 백화점… 기댈 곳은 명품뿐 = 21일 오후 1시 명동 신세계백화점은 고객들로 북적였지만 한국어를 쓰는 이들을 찾기는 어려웠다. 대부분은 중국 관광객들로, 이들은 본점 8~12층에 위치한 면세점으로 향했다.

▲21일 오후 신세계본점 5층 남성복 코너 고객이 드문드문 보인다. (남주현 기자 jooh@)
▲21일 오후 신세계본점 5층 남성복 코너 고객이 드문드문 보인다. (남주현 기자 jooh@)

전체 백화점 매장 중 가장 휑한 곳은 5층 남성복 코너였다. 매장의 한 점원은 “낮 시간대에는 원래 손님이 없고 주말에 꽤 많긴 하다”면서도 “몇 년 사이 손님이 확 줄어든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과거 백화점 매출의 대부분을 담당하던 영캐주얼과 여성ㆍ남성복 등 패션 코너는 효자를 명품에 내준 지 꽤 됐다. 백화점의 연간 성장률은 1~2%대에 멈춘 반면 명품 매출은 매해 20~30%씩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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