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뺑덕’ 정우성 “술 마시고 싶을 때 마셔…자유롭게 살았다” [스타인터뷰]

입력 2014-09-2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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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담 뺑덕' 배우 정우성이 25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 장세영 기자 photothink@)

정우성은 ‘잘 생긴 배우’다. 조각 같은 얼굴은 수년 간 정우성에게 ‘미남 배우’라는 타이틀을 붙여줬다. 잘 생긴 얼굴에 가려져 있던 정우성의 연기 내공이 신작 ‘마담 뺑덕’에서 드러난다. ‘똥개’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부터 ‘감시자들’ ‘신의 한 수’까지 정우성은 잘 생긴 외모와 무관하게 누구보다 치열하게 연기했고 평가 받았다.

2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10월 2일 개봉을 앞둔 영화 ‘마담 뺑덕’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연이은 홍보 일정으로 인해 피곤함도 살짝 엿볼 수 있었지만 “내일은 2000명의 관객들과 같이 영화 본다”며 예정된 영화 쇼케이스에 대한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마담 뺑덕’은 고전 ‘심청전’을 사랑과 욕망, 집착의 이야기로 비튼 신선하고 충격적인 스토리의 작품이다. 정우성은 극중 욕망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어가는 학규 역을 맡아 열연했다. 처녀 덕이(이솜)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시력을 잃어가는 학규의 변화는 정우성이 맡은 가장 큰 숙제였다.

“연기에 있어 어려움을 느끼기보다 재미와 쾌감을 느꼈다.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오케이 사인을 받았을 때의 짜릿한 감정을 잊을 수 없다. 포인트는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학규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점이었다. 관객들이 볼 때 ‘가짜 아니야?’라는 반응이 나오면 안 되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베드신, 맹인 연기보다 더 고민한 것은 캐릭터의 본질이었다. 학규가 왜 그래야 했는지 공감대를 이끌어야 했다.”

▲영화 '마담 뺑덕' 배우 정우성이 25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 장세영 기자 photothink@)

영화의 본질을 넘어 정우성의 베드신은 단연 압권이다. 방탕함에 사로잡혀 있는 극중 학규의 베드신은 사랑과 욕망의 경계에서 본능에 충실하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마담 뺑덕’의 베드신은 충돌하는 감정이 깊고 강했다. 학규가 점점 타락하는 행태를 더 강도 있게 보여주려 하는 장치였다. 그래서 더 과감해야 했다. 촬영 중간 베드신을 더 추가하자는 의견이 제기될 정도였다.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다른 고민이 결부되지 않게 학규의 욕망을 더 과감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해야 했다.”

맹인 연기는 베드신과 함께 학규의 타락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었다. 떨리는 동공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정우성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치열하게 몰입하면 뭔가 나오는 것 같다”고 웃으며 농담을 건넨 정우성에게서 연기자로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맹인 연기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다. 눈의 피로함은 있었는데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다. 과정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려 신경 썼다. 시력이 안 좋아지며 동공의 위치가 바뀌는 것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황반변성이란 질병이 기본적으로 턱이 들리거나 동공의 위치가 바뀐다고 들었다. 더 사실적으로 쫓아가려 했다.”

▲영화 '마담 뺑덕' 이솜(왼)-정우성(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극중 학규의 타락은 덕이를 통해 완성된다. 처녀로서 학규와 사랑에 빠져 임신까지 한 덕이는 그에게 버림받은 후 세정으로 변해 학규를 타락시킨다. 풋풋한 사랑에 사로잡힌 한 여성의 모습부터 욕망의 화신이 되어 복수를 꿈꾸는 모습까지 덕이 역의 이솜이 있어 정우성의 학규도 완전체가 될 수 있었다.

“덕이라는 캐릭터는 기성 여배우가하기에 만만치 않은 역할이다. 이솜이란 배우가 신선했기 때문에 8년 전후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무엇보다 여배우는 누구라도 캐릭터의 본질적 고민보다 개인의 이미지가 어떻게 비춰질까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나이가 어리면서도 덕이 역을 혼자 극복해가는 모습에 대견했다. 이솜의 근성을 볼 때 덕이 역을 더 잘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마담 뺑덕’은 학규의 모습을 통해 윤리적 경각심을 던져준다. 술, 담배, 여자에 빠져 있는 방탕함의 결과가 얼마나 끔찍한지 보여준다. 정우성은 촬영 중 임필성 감독과 ‘윤리의식을 고취시키는 영화’라고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본능에 충실할 때, 위험한 사랑을 나눌 때 생길 수 있는 ‘책임’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술 마시고 싶을 때 마셨다. 자유롭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마흔이 넘어서 남자가 자기의 생각과 자기의 몸을 어떻게 제어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어쨌든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적 위치, 나이에 따라 요구되는 모습들이 있다. 본능만 쫓아가기에는 파생되는 후유증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스스로 의식하지는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능과 욕망이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 '마담 뺑덕' 배우 정우성이 25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 장세영 기자 photothink@)

스크린 속에서 영원히 멋있기만을 바랐던 관객의 입장에서 ‘마담 뺑덕’ 속 정우성은 더 이상 멋있지 않다. 글라스 잔에 소주를 따라 김치찌개와 먹고, 시력을 잃어가며 고통 속에 몸부림친다. 아내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딸 청이는 자신 때문에 위험에 빠진다. 사랑의 욕망과 복수의 고통 속에 빠지는 학규 역을 선택한 정우성의 심리가 궁금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마담 뺑덕’이란 제목을 보고 호기심, 궁금증이 생기는 제목이라 생각했다.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가져와서 비튼 영화라는 점과 뺑덕에 초점을 맞췄다는 생소함에서 낯선 기운이 느껴졌다. 이 점이 관객에게도 영화의 호기심으로 연결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마담 뺑덕’을 찍은 후 잠들기 전 술 한잔 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정우성은 많은 관객들이 재밌게 영화를 봐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개봉을 앞둔 지금 떨리진 않는다. 다만 바라는 건 재밌게 봐주길 바랄 뿐이다”며 “흥행은 점칠 수는 없다. 많은 분들이 봐줬으면 하는 막연한 바람은 있다”고 말했다.

10월 2일 ‘마담 뺑덕’의 개봉일에 맞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도 개봉한다. 개막식 레드카펫에 서는 정우성은 ‘마담 뺑덕’의 무대 인사를 하며 부산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감시자들’ ‘신의 한수’로 연타석 홈런을 날린 정우성의 신작이 얼마나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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