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 권도균, 이 남자가 스타트업에 빠져사는 이야기[김광일의 CEO열전]

입력 2014-08-27 10:48 수정 2014-08-2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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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 권도균, 이 남자가 스타트업에 빠져사는 이야기[김광일의 CEO열전]

보안솔루션회사 이니텍, 전자결제회사 이니시스, 연속 코스닥 상장 성공, 2005년 자회사 KMPS 미 지불결제회사에 730억원에 매각, 2008년 이니텍,이니시스 기업가치 3300억원에 매각, 엑시트 성공.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사업인 프라이머를 이끌고 있는 권도균 대표는 벤처 바닥에선 살아있는 전설로 꼽힐 만큼 스타 CEO다. 뛰어난 사업감각과 원칙 있는 경영스타일로 15년차가 넘는 CEO들사이에선 ‘선수’로 통한다.

우선 그는 벤처바닥에서 부러움과 존경을 한몸에 받는 몇 안 되는 CEO 중 한 명이다. 이미 회사를 매각, 백만장자의 대열에 올라선 데다, 이를 바탕으로 후배 경영자를 키워내는 인큐베이팅사업에 힘을 쏟고 있어, CEO 사이엔 부러움을, 창업가들에겐 존경을 받고 있다.

권 대표는 미국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있는 기러기 아빠다. 모친과 함께 오산에서 기거한다. 그는 오늘도 테헤란로를 누비며 20대 젊은이들과 창업과 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한다.

각종 강연과 스타트업 행사 섭외 1순위 인물이며, 페이스북 등 SNS 팔로워 또한 엄청나다.

찢어진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권 대표는 사무실이 없다. 늘 커피숍이나, 창업인큐베이팅을 위해 정부나 민간기업이 마련해놓은 창업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팔로알토 커피숍에서 만나 투자논의를 하는 실리콘밸리 스타일이다.

“사실 이런 부류의 사업은 매일매일 일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실 사무실과 직원을 두는 것은 낭비이고 비효율적입니다. 실리콘밸리서는 자기 집에서도 하고 온라인으로 다 처리합니다. 가끔 커피숍에서 만나 미팅을 하면 되니까요. 실제 프라이머는 사무실도 없고,지난해말까지 4년 가까이 상근 직원 없이 운영해왔다.

지방대 강연후 학생들과 포즈를 취한 권도균대표(왼쪽 두번째)

이유는 간단하다. “제가 사람을 뽑아 그 사람을 통해 대신 멘토링을 하고 투자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한번 거치면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만나고 얘기를 하는 게 가장 정확하고 왜곡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의 스타트업과 창업, 성공에 대한 노하우는 한마디로 본질과 경영으로 귀결된다. 그는 늘 돈보다는 경영, 재능보다는 진정성, 경험보다는 원칙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권도균 대표의 벤처기업 경영노하우를 알아본다. 인터뷰는 25일, 점심겸 강남역인근 식당에서 이뤄졌다.

-프라이머는 기관투자자도, 엔젤투자도 아니다. 어떤 투자모델인가?

△인큐베이팅사업이다. 초기 최소규모 투자와 함께 멘토 역할을 하며 사업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영지원을 해준다. 실리콘밸리에는 이런 모델이 일반화돼 있다. 실리콘밸리에 2년간 머물면서 한국에도 이런 문화를 한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010년 국내서 처음 시작했다. 2천만 원에서 1억 원 가량 투자를 해주고 멘토링을 해준다. 초기 사업모델을 잡고, 사업화할 수 있는 경영적인 지원을 해준다.

-그간 성과는 어떤가?

△4년여간 27개사에 투자했고, 이 중 65% 정도가 기관투자자로부터 2차, 3차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모바일 중고장터 앱인 번개장터는 이미 100억 원대에 네이버에 인수됐고, 디자인 SW회사인 위트스튜디오는 라인플러스에 인수된 바 있다. 27개사중 문 닫은 곳은 2곳에 불과하다.

프라이머행사후 프라이머 파트너인 본엔젤스 벤처파트너스 장병규 대표(오른쪽)와 포즈를 취한 모습

- 어떤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가

△물론 스펙과 좋은 경험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잠재성이다. 프라이머는 기본적으로 잠재성이 높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는다. 겉으로 볼 때 CEO가 어눌하고 스펙이 형편없어도, 프라이머는 잠재성이 높으면 인큐베이팅에 나선다.

-왜 잠재성인가?

△겉은 개발(devolope이라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잠재성은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창업에 도전하는 의욕 넘치는 예비 창업가 중 상당수가 알량한 지식과 경험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알맹이가 별로 없다. 잠재성이 크고 알맹이가 굵어야 한다. 사실 신념과 가치관 등은 20대에 이미 형성되는 측면이 강하다. 올바른 가치관과 신념을 갖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 것들이 비즈니스의 방향타 역할을 한다. 우리가 잠재성을 보고 인큐베이팅을 결정하는 것은 이런 근본적인 이유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멘토링을 진행하고 인큐베이팅을 하는가?

△2주에 1번 정도 미팅을 한다. 길게는 6개월 정도 이어진다. 대다수 스타트업 CEO들의 사업모델은 아이디어 수준에 그친다. 그걸 사업화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거의 집을 새롭게 다시 짓는 수준의 멘토링이 이뤄진다.

-멘토링 메시지를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해달라

△6개월간의 상담은 사업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고객이 왜 그 제품을 사느냐, 시장은 있느냐? 대안제품은 존재하느냐? 고객이 누구이고, 시장이 있는지를 확인해오라고 한다. 반응은 2가지로 나뉜다. 정말 시장조사를 해오는 경우와 마지못해 숙제로 받아들이는 경우다.

숙제 스타일은 생각이 안 바뀌는 경우다. 자기주장이 강한 똑똑한 CEO들은 이런 멘토링에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초기 단계 벤처기업은 설령 2, 3년간 살아남는다 해도 CEO 스스로 사업의 자아(ego)가 생긴다. 사업에 대해 나름의 생각과 집착, 자신감을 갖게 된다. 대부분 망하고 극히 일부만 살아남는 게 이 때문이다. 성장하기 힘든 벤처 CEO들이 좋은 경영자가 되도록 도와주고 만드는 게 프라이머의 목표다.

-스타트업 CEO는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가?

△사업에 실패했다고 인생에서 실패하면 안 된다. 사업하다 망해도, 빚만 안 지면 사실 인생의 실패는 아니다. 사업하며 빚을 지면 그때부터는 도박과 비슷한 상황에 내몰린다.

정말 이런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내면의 믿음을 바로 세워주는 일, 사업 성공보다 인생에서 성공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CEO가 인생의 가치를 사업실패 후 깨닫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CEO가 왜 실패를 한다고 보는가?

△골프를 예로 들면, 입문한 지 몇 년이 지나면 자기 스타일도 연습하고 실력을 유지한다. 이미 몸에 익힌 대로 편하게 가고, 결국 보기 플레이어를 벗어나지 못한다.

불편함과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많은 CEO가 일정 시점이 지나면 경영지도를 귀찮아한다. 본능대로 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다. 사업상 자아(ego)가 생기기 때문이다.

고통스럽고 괴롭더라도 경영상의 부족한 부분을 교정해야 하는데, 수많은 CEO들은 본능과 나름의 개똥철학에 따라 경영을 한다. 경영을 더 배우려고 하지 않고 결국 보기 플레이어 수준에 머문다.

자신에게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 데, 수많은 CEO는 교만과 자만에 빠져 겸손함을 잃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다.

-그런 경우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가

△결국, 한계에 부딪히면 다들 깨닫게 된다. 문제는 캐쉬는 떨어지고,성장동력이 이미 잃어버린 상태에서 깨닫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경영지도는 지금은 잔소리처럼 들린다.

승승장구하면 빠지는 함정이다. 그러다 3~6년이 지난 후 어려워질 때가 중요하다. 이때 조급해서 무리수를 두면 심하게 빚을 지거나, 이상한 짓을 하기 시작한다. 도박과 비슷한 환경으로 바뀌면서 실패의 단계로 접어든다.

사업은 자식 기르는 것과 정말 흡사하다. 5~10년을 보고 호흡을 길게해야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최근 창업한 지 4, 5년이 지난 후배 CEO들이 가끔 자기고백성 메일을 보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예전에 했던 조언들이 생각난다는 것이다 .

결국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탕자의 길을 걷다가 현금은 고갈되고, 성장동력은 끊어진 상태에서 그런 고백을 할 때가 가장 안타깝다.

-스타트업 CEO들에게 어떤 것을 가장 강하게 주문하는가

△결국 사업의 본질에 대해 강하게 집착하도록 유도한다. 아이디어 수준인 사업모델에 대해 정말 고객과 시장이 있는지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시장조사도 시키고 유도한다.

고객이 왜 당신의 제품을 사는지, 정말 돈을 주고도 살만큼 가치 있는 상품인지를 끝없이 질문하고 CEO 스스로 이를 확인하도록 유도한다. 우리가 시장조사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6개월 정도 이런 과정과 피드백을 통해 사업의 본질을 찾도록 한다. 비즈니스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 그게 인큐베이팅의 핵심이다.

프라이머 행사에 참가하고 있는 권도균 대표(오른쪽 첫번째)

-인큐베이팅 비즈니스의 목적은 무엇인가?

다음 창업자 이택경 사장 등 몇 명이 14억원 정도 자본을 모아 몇천만원 수준의 투자를 해주는 개념이다. 사실 돈을 벌려면 벤처캐피탈을 해야 하지만, 프라이머는 돈버는 게 목적이 아니다.

좋은 경영자를 만드는 게 목표다. 물론 지속해서 회사형태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돈도 조금 벌어야 하지만, 우리 스스로 사회의 도움을 받아 성공하고 돈을 벌었기 때문에 이를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시작했다. 후배 경영자를 멘토링하고 지도하는 게 늘 즐겁고, 하나하나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난다.

-벤처산업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CEO는 누구인가?

△네이버 이해진 의장이 2000년대 초반에 한 인터뷰 기사를 요즘 보면 이미 젊을 때부터 지금의 네이버 방향을 잡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해진 창업자는 훌륭한 경영자다.

많은 경쟁 포털들이 보험사업이다, 머다 해서 양적 팽창에 집중했을 때도 이해진 의장은 검색에 집중했다. 결국, 본질에 집중한 이해진 의장이 이긴 거 아니겠는가?

지금의 카카오의 양적 팽창과 라인의 관계를 보면 10여 년 전 포털 간의 경쟁구도와 흡사하다. 결국, 누가 본질에 충실하느냐로 판가름날 것이다.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ICT 분야의 글로벌대표 경영자로 평가받을 수 있는 수준에 와있다. 매우 뛰어난 경영자다.

■ 권도균, 그는 누구인가

▶데이콤 9년근무, 97년 보안솔루션업체 이니텍 창업. “빚은 지지 않는다, 5년 내 용역(SI형태의 개발대행)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흑자가 나도 그만둔다”는 2가지 원칙을 갖고 창업

▶전자지불사업에 2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투자자 제안으로 전자지불업체 이니시스 설립

▶이니시스와 SK 50대 50 합작, 모바일결제회사 KMPS 설립

▶2001년 2002년 각각 이니텍,이니시스 코스닥 상장

▶2005년 이니시스 미국 지불결제회사에 730억 원에 매각, 엑시트성공

▶2010년 다음 창업자 이재웅 사장, 다음 공동창업자 이택경 사장, 네오위즈,첫눈 창업자인 현 본엔젤스 장병규 사장, 부가벤처스 송영길 사장 등과 함께 14억원을 출자한 프라이머 설립. 매년 6월 10개 창업팀 발굴, 6개월간 인큐베이팅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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