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 “팬들이 자부심 느끼는 배우 되고 싶어”(스타인터뷰)

입력 2013-10-2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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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가 사는 법은 치열하다. 편한 길을 갈 줄 모르고 느긋하게 쉴 줄 모른다. 날카로운 눈매는 강인하고, 단단히 여문 손끝에는 활기가 맺혀 있다. 하지만 사실 그는 가슴 한편에 외로움을 숨겨뒀다. 남들에게 쉬이 내비치지 않는 그런 외로움을.

▲사진=방인권 기자 (bink7119@)

배우 이준기(31)는 이번에도 아낌없이 불태웠다. 그는 지난달 종영한 MBC 드라마 ‘투윅스’에서 딸을 살리기 위해 2주일 동안 고군분투하는 장태산을 열연했다. ‘이래도 괜찮을까’ 걱정스러울 정도의 액션신과 자신의 죽음이 곧 딸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숨막히는 심리적 압박을 견디며 한 장면 한 장면에 몸을 바쳤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아랑사또전’ 종영 인터뷰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얼굴을 맞댄 그는 그 때보다 훨씬 더 작품의 후유증에 깊이 잠겨 있었다.

“거의 집에 있었어요. 작품 끝내고 나니 너무 울적하고 우울한 시간이 많더라고요. 집에 있는 시간이 싫어서 친한 친구와 친척들까지 불러내서 술을 마셨어요. 장태산이란 역할로 살다가 이준기로 돌아온 후 공허한 마음이 커요.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보통 때는 2주 정도면 벗어나는데 이번에는 몰입도가 높았던 만큼 그 후의 울적함이 컸어요.”

그가 극중 딸 수진(이채미)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촬영 내내 될성부른 ‘딸바보’를 떡잎부터 알아볼 수 있었다. 삼십대 초반, 이제 슬슬 누군가와 미래를 꾸려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기에 적당한 시기이다.

“술이 잠깐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는 있어도 치료제는 아닌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연애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해요. 저 역시 요즘은 여자 친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 사람이 제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창구가 되면 안 되니까 조심스러워요.”

▲사진=방인권 기자 (bink7119@)

매 작품마다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이준기는 그것 역시 자신의 외로움에서 나오는 행동이라고 털어놨다. 물론 보다 즐겁고 편안한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에서 에너지를 뿌리고 다니기도 맞지만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 자체가 소중하기 때문이란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인간 이준기가 외로움을 많이 느끼니까 현장에서 사심을 많이 채워요. 현장이 정말 즐거워요. 작품을 계속 하려는 이유도 끝나면 외롭고 우울해지기 때문이고요.”

그가 이번 작품에서 어느 때보다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만큼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나타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개와 늑대의 시간’, ‘히어로’, ‘투윅스’에 이르기까지, 웰메이드 작품을 보는 눈을 가진 그는 작품을 고를 때도 ‘행동파’였다.

“가만히 앉아서 가져오는 라인업만 기다리면 좋은 작품을 만나기 힘들어요. 저하고 같이 작업했던 감독님들 만나서 술자리하면 어떤 작품 있냐고 물어보곤 해요. 대본 나오면 미리 보여달라고 찜해놓고요. 굳이 다음엔 어떤 장르를 해야겠다고 맘속에 정해놓기 보다는 ‘촉’이 오는 게 중요해요.”

사실 이준기의 많은 팬들은 오래전부터 가슴 설레는 로맨스물을 바라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를 이준기의 연기로 보고 싶다는 이들도 많다. 팬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만큼 그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의 로망은 다른 곳에 있다.

“남자라면 누구나 첩보물에 대한 로망이 있을 거에요. 첩보물 속의 남자 주인공은 매력 없는 배우라도 무조건 매력 있게 만들어주잖아요. 그 안에서 액션이든 로맨스든 다 해볼 수 있고요. 저는 현장에서 키스신 하나라도 더 넣어달라는 편이에요. 저도 제가 그리는 로맨스가 어떨지 기대돼서 작품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만 있다면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로맨스물 내용이 아무 의미 없이 두근거리기만 한다면 연기하면서 재미없을 것 같아요. 아마 언젠가는 운명같은 작품이 오겠죠.”

▲사진=방인권 기자 (bink7119@)

‘투윅스’란 작품을 이끌어 가는 동안 이준기는 강도 높은 액션신에 대한 큰 부담을 갖지 않았다. 당연히 고비는 있었다. 급류에 휘말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삶과 죽음이 정말 가까운 사이란 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더 강한 액션신을 주문할 정도로 열의가 넘쳤다.

“배우가 현장에서 생각이 많으면 안 돼요. 슛이 떨어지면 무조건 가는거지. 드라마는 영화처럼 여유롭게 생각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하려면 망설이지 말아야 해요. 감정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신체 연기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목적을 위해 절박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에서 시청자 분들이 제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거라고요.”

이런 그가 가장 고민했던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앞에 나타난 딸에 대한 부성애의 감정이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도 극도의 불안감을 갖고 있었어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요. 미니시리즈라 워낙 짧은 호흡이고, 앞뒤 상황 설명을 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잖아요. 작가님은 그래서 배우가 중요하다고 강죠했죠. 1, 2회는 정말 어렵게 촬영했어요. 시청자들이 태산이의 감정선을 충분이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게 표현해야 했으니까요. 결과적으로는 혈육에 대한 이끌림이 포인트인 것 같아요.”

스릴과 통쾌함, 감동을 함께 가져다 준 작품인 만큼 현장에서 가슴 찡한 순간도 있었다. 그는 “두 세 번 모든 스태프가 눈물 흘린 때가 있다”고 회상했다. 이준기의 연기가 가장 울리기 힘든 이들을 울린 것이다.

“배우로서 가장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촬영장 전체에 갑자기 정적이 찾아올 때에요.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와중에 감독님도 처음으로 울었고 하더라고요. 막판에는 워낙 촬영 스케줄이 급박하니까 디렉션도 없이 바로 표현해야 하기도 했어요. 그럴 때 ‘왜 이준기인지 알겠다’란 말을 들으면 정말 뿌듯해요.”

▲사진=방인권 기자 (bink7119@)

이준기는 국내외에 흔들림 없는 팬덤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누가 봐도 매력이 넘치는 남자다. 팬들을 대하는 모습은 더욱 그렇다. 정작 그는 많은 이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바라봐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전 팬과 아티스트가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관계가 돼야한다고 생각해요. 이준기란 사람을 응원하는 분들이 그 일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차기작을 정할 때 신경을 많이 써요. 팬미팅에서 이것저것 보여드리기도 하는데, ‘절 보기 위해 이렇게 시간과 돈을 할애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 분들을 위해서 내가 이 정도 재롱도 못 떠나’하는 마음으로 준비해요.”

소년에서 청년이 될 무렵 연기란 길을 찾은 그는 어느새 연기 경력 10년 차에 접어들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달려 온 그는 더 먼 길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배우 이준기의 목표는 무엇일까.

“전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는 배우로 남았으면 해요. 쓸모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신체 연기를 욕심내는 이유도 그게 가능하면 저의 쓰임새가 커지기 때문이고요. 쓸모 있는 배우, 쓰임새 많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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