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기적 새로 쓰자] 정경유착·부정부패… 창조경제 가로막는 구시대의 유물

입력 2013-08-14 10:22 수정 2013-08-1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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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 위축시키는 규제, 공공기관 각종 비리·방만경영 압축성장의 병폐

고도성장을 연출한 개발연대의 틀이 오히려 21세기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시대가 변한 만큼 경제 운영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하지만 현재의 경제정책은 여전히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각종 불필요한 규제 정책의 남발은 기업들의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한국경제 전반의 성장까지 저해하고 있다. 또한 중앙 정부부처의 지나친 경영 간섭으로 인해 높은 부채, 각종 비리 등에 시달리고 있는 공기업 개혁도 시급한 문제다.

개발연대의 잔재로 불리는 정경유착, 기업 부패 등 한국경제의 어두운 부분들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과거 굴뚝산업 및 수출에만 의존하던 산업 육성 정책도 이젠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경제의 성장을 위해선 현 시대에 맞는 경제정책으로 체질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전한 규제 남발… “이젠 품질부터 개선해야”= 한국은 규제로 둘러싸인 나라다. 이명박 정부 시절 규제개혁위원을 역임했던 임 선임연구위원은 “보통 1년에 1000개쯤 규제 정책이 나오는데 규제개혁위원회가 그나마 중요하다고 보고 심사하는 것은 300개 정도뿐”이라며 “이 중 다시 3분의 2에 대해 개선 및 철회 공고를 한다. 부처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규제를 마구잡이로 발표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특히 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수도권 규제, 금산분리 규제 등과 같은 소위 ‘덩어리 규제’들은 개선 ‘0순위’다.

한국경제연구원 황인학 기업정책실장은 “과거부터 많은 기업들이 덩어리 규제를 개선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큰 변화가 없었다”면서 “오히려 최근 경제민주화성 규제만 새로 추가되는 실정이어서 기업들의 불만과 불안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규제 자체가 단일 기술, 단일 산업을 기준으로 했던 개발연대 때의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새 정부 ‘창조경제’의 화두이기도 한 ‘융합’의 전제는 다른 산업이 쉽게 진입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이지만 우리나라의 진입규제는 여전히 과거 방식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영섭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각종 인가, 등록, 신고 등 진입규제들이 많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선 산업 진입을 제한하는 규제를 집중 개선해야 한다”며 “모든 진입규제에 대해 전면적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성 규제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각이 많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해외에서 생산 및 매출을 일으키는 데도 불구하고 다른 선진국엔 없는, ‘한국만의 규제’로 옭아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방만 경영·각종 비리… 공기업 개혁 시급= 공기업 개혁도 시급히 진행해야 될 문제다. 공기업과 공공기관들의 방만한 경영, 각종 비리 등의 문제는 곪을 대로 곪은 상태다. 공기업계의 이 같은 병폐들은 중앙 정부부처의 지나친 경영 간섭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6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박근혜 정부의 사라진 개혁 연속 토론회’에 참석한 이창원 정부개혁연구소장은 “공기업, 공공기관들에 경영 자율성을 부여해 책임 경영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던 낙하산 인사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미국과 같은 엄격한 인사 검증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연방수사국의 신원조회, 국세청의 세무조사, 공직자윤리위원회 등 200여개 항목에 대한 인사 검증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이와 함께 공기업 민영화를 위해선 그동안 공기업만의 독점 영역에 대한 개방과 민간 기업들의 참여 유도가 필수적이란 주장도 나온다. 전력판매를 독점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경우만 봐도 50조원을 웃도는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공기업이 특정 영역을 독점하고 있는 상태 그대로 민영화한다면 가격만 오르고 품질을 낮아지는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민영화를 하려면 반드시 해당 분야는 진입을 자유화해 경쟁체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해 정권에 따라 추진과 중단을 반복하는 정부의 행태도 개선돼야 한다. 실제 김대중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공기업 민영화는 정권에 따라 춤을 춰왔다.

◇정경유착, 반부패 척결… 서비스·내수시장도 키워야= 한국경제의 고질적 병폐인 정경유착, 기업 부패 등도 개발연대의 잔재 중 하나다. 경제 외형적으로는 선진국 문턱에 서 있지만 사회적인 신뢰, 부패도 등은 경제력보다 낮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이승훈 명예교수는 “경제발전과 사회 수준이 같은 속도를 내지 못한 탓”이라며 “우리 사회는 매우 빨리 현대화됐지만 반면 신뢰도, 부패도 등은 기술 및 경제가 발전한 것에 비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이런 문제들은 과거로부터 이어진 잘못된 정치적 과정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연구원 황인학 실장은 “정치권이 각종 규제로 기업들의 손목을 비트는 과정에서 로비가 진행되고, 결국 정치권과 기업 간의 부패 사슬이 연결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문제의 근절을 위해선 정치권과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준법의식 자체도 함께 끌어올려야 된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경제의 내적 성장을 위해선 과거 개발연대 때의 수출 및 제조업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서비스산업과 내수시장도 함께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산업은 저성장 국면에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수출과 내수시장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산업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5~2009년 기준으로 서비스 소비 증가로 인한 고용유발 인원은 125만명으로 같은 기간 제조업의 10만명보다 12.5배나 많다.

산업연구원 박문수 연구위원은 “서비스산업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고부가 서비스 선정과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면서 “서비스산업 특성을 반영한 해외진출 지원 제도 마련으로 서비스분야 수입을 확대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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