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 백화점을 가다]②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입력 2010-10-06 09:00 수정 2010-10-1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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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아닌 스타일 승부 '강남 트렌드 메카' 우뚝

1990년대 압구정하면 ‘오렌지족’이 떠오른다. 철모르는 일부 부유층 자녀들이 비싼 명품과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그들만의 축제를 벌여 부러움과 비판을 동시에 받는 대상이 되곤 했다. 그러나 당시 압구정의 명물은 본격적인 강남 개발 시대를 맞아 1985년 개점한 현대백화점으로 당시 압구정으로 대표되는 강남의 모든 트렌드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강남에만 30년째 거주하고 있는 이형순(여·56씨는 “90년대 초 압구정은 내 젊은 시절의 전부와도 마찬가지다. 친구들과의 만남과 사랑, 모든 것이 이곳을 통해 인연이 된 것이 많아 내게는 소중한 추억거리다”면서 당시를 추억했다.

38년 역사의 현대백화점이 그룹사로서의 입지를 세운 것은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을 지으면서다. 별도 명품관이 없는 현대백화점이 ‘명품백화점’의 대표 이미지를 갖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압구정본점 오픈이후 고급 인테리어, 명품, 질 높은 서비스 등 고급화 전략을 꾸준히 펼치왔기때문이다.

압구정본점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를 거점으로 하는 지역 점포지만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50여개 명품브랜드와 국내외 유명 패션브랜드 및 식품류의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경부고속도로와 올림픽대로, 일산에서 분당까지 가로지르는 지하철 3호선 , 동호대교·한남대교 등 교통 요지에 자리해 광역점포이자 실질적인 명품관 역할을 하고 있다.

압구정본점의 영업면적은 8000여평으로 동업계 본점보다 규모가 작지만 평당 매출은 국내 백화점업계 최고 수준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외형 확장 및 단순한 고급화 대신 고객중심 쇼핑 환경을 조성해 작지만 고품격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쇼핑명소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기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압구정 본점은 상품 중심으로 공간을 나눈 ‘디파트먼트(Department)’ 개념을 없애고 고객중심으로 공간을 재구성한 ‘코파트먼트(Copartment)’ 백화점 1번점으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백화점 업계 를 선도해 신개념 매장을 꾸준히 보여줬다.

압구정본점은 코파트먼트 백화점의 효시로 상품, 브랜드가 아닌 ‘스타일’을 키워드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가정용품 매장을 백화점 업계 최초로 주방,거실,침실 등 주거 공간별로 꾸기거나 구불구불한 오솔길 동선을 만들어 산책을 하듯 자연스럽게 매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몰 인 스토어’ 식 상품구성으로 루이비통(복층 1층과 연계), 롤렉스, 드비어스, 랑방, 알마니, 드리스반노튼, 바쉐론,콘스탄틴, 랑방, 발렌시아가, 아뇨나, 마르니, 끌로에 브레게 등 해외 럭셔리 시장에서 각광받는 30여 명품잡화 및 명품의류, 럭셔리 시계 및 액세서리 브랜드를 한 층에 종합해서 구성했다.

3층 여성의류 매장 역시 트랙형 동선을 사이에 두고 버버리, 이세이 미야 케, 지방시, 미쏘니 등 수입의류와 손정완, 미스지, 양성숙, 강희숙 등 디자이너 브랜드가 마주 보도록 해 고객들이 국내외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비교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한편 그간 압구정본점은 백화점 최초의 컨시어지 서비스 도입, 고객등급별 라이프스타일 사은품제도, VIP룸 설치, 옥상공원 등 백화점 업계를 업그레이드했다는 평을 얻어왔다.

최근에는 웰빙 트렌드에 맞춰 개인 취향을 고려한 소량 맞춤 판매를 하는 ‘S in super’를 열었다. ‘Special shop in super’를 뜻하는 이곳은 소량맞춤 고객을 위한 일대일 맞춤코너를 마련해 쌀과 소금, 물, 소스, 커피, 차(茶) 등 개인 취향 등을 고려했다.

‘S in super’의 차별화 상품 및 서비스로 소량 미식가 고객들을 위해 커피생두, 녹차, 소스, 드레싱 등에 대해 ‘미분(味分)’ 서비스를 진행한다. 커피원두는 100g 단위 로스팅 및 블렌딩(일반적으로 3kg 단위 로스팅)이 가능하고 녹차도 현장에서 바로 떡은 후 100g 소량으로 판매한다. 매장에서 즉석으로 양념을 만들어주는 ‘드레싱델리’ 매장도 오픈했으며 그밖에 유기농 잡곡도 벌크 판매를 도입했다.

상품 고급화와 함께 중세시대 만들어진 꺄브(지하 와인창고)와 프로방스 돌담길 스타일로 인테리어 연출. 천장을 벽돌 기둥과 둥근 아치가 연결되는 볼틱 스타일 적용. 매대 집기에도 전통가옥에 사용되었던 고재(오래된 나무)를 활용해 제작했다.

상품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동선에는 조명의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박물관형 조명방식을 채택했다. 상품의 조도는 300∼400럭스, 수퍼 동선의 조도는 100∼150럭스로 상품이 4배 가량 밝게 비춰짐. 과일, 야채, 선어 등 상품에 시선이 집중되고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효과가 높다.

4층에는 남성들을 위한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따로 선보여 갈수록 패션에 관심이 많아지는 남성 고객들을 위한 원스톱 쇼핑환경을 조성했다. 남성 원스탑 쇼핑과 고급화를 위해 갤럭시, 닥스, 마에스트로, 빨질레리, 지방시 등 국내브랜드 및 라이센스 브랜드에서도 제냐, 로로피아나, 홀랜드쉐리 등 남성명품 브랜드들이 사용하는 이태리, 영국의 직수입 원단 정장을 주문해 맞춰 입을 수 있는 ‘프리스티지 맞춤컬렉션’을 도입했다.

1층부터 6층까지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제 1의 매장으로서 상품판매 뿐 아니라 지역을 대변하는 문화의 코드로 자리잡았다. 압구정점이 표방하는 상류층 문화의 기품과 서비스가 현대백화점의 1등점 역할을 지속하고 있다.

◇향후 사업 키워드: 중소도시 중심 '복합쇼핑몰' 주력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입지의 부족과 수요한계에 직면한 업계의 공통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8월 복합쇼핑몰인 일산 킨텍스 레이킨스몰에 새로 문을 열었다.

현대백화점이 지난 8월 오픈한 킨텍스점은 2003년 중동점 개점 이후 7년만에 오픈하는 곳이었다. 경기서북상권 최대의 생활문화 중심 미래명품백화점으로서의 기능을 하겠다는 비전을 밝히고, 그룹 미래성장 전략의 첫 출발점으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대도시 백화점 입지와 수요가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복합쇼핑몰에의 입점이 대세를 이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쇼핑과 휴식, 영화관람, 식사 등을 하며 장시간 머물면서 여가와 소비를 매치시키는 복합쇼핑몰의 인기가 그만큼 높다.

현대백화점의 향후전략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현대백화점은 킨텍스점 개점을 필두로 2015년까지 6개의 점포를 더 개점할 예정이다. 2015년에는 백화점 18개 점포를 보유하게 되고, 매출액도 현재의 2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하병호 사장은 “킨텍스점 출점은 현대백화점 수도권 집중화 전략의 일환이며, 킨텍스점 개점을 통해 경기 서북상권에도 명품백화점 시대를 열 것”이라면서 향후 중소도시 중심의 복합쇼핑몰 전략을 만천하에 알렸다.

이 같은 복합쇼핑몰은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단독 건물로 개발하는 것보다 투자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롯데쇼핑도 김포스카이파크점과 제2롯데월드점 등 2013년까지 6개의 복합쇼핑몰을 개발할 계획이다. 신세계도 2012년 의정부와 일산 킨텍스에도 이마트와 백화점이 함께 입점하는 복합쇼핑몰 개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11년 하반기 개점을 목표로 대구시 중구 계산동에 백화점, 영화관 등을 포함한 복합쇼핑몰 추진하고 있다. 영업면적이 최고 1만5천평(49,50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메머드급 백화점이다.

2013년에는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 백화점을 출점한다.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는 지하 6층, 지상 36층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이곳에는 대형 홈인테리어 매장, 멀티플렉스, 푸드코트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즐비한 공간이 될 전망이다. 그만큼 집객효과가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한국의 유통시장은 현재 포화상태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복합쇼핑몰과 같은 새로운 개념과 전략으로 유통업종 대표기업으로 우뚝 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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