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맨' 위기의 건설업계를 이끈다

입력 2009-02-12 09:53 수정 2009-02-1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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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 업계에 흩어져 주요 건설사 CEO로 맹활약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업계 명문가인 대우건설 출신 인사들이 타 건설회사의 높은 자리에 '중용'되고 있어 화제다.

최근 롯데건설은 박창규 전 대우건설사장을 신임 CEO로 영입했다. 박 사장은 3년째 시공능력평가순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대우건설 최고 경영자 출신으로서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7위에 오른 롯데건설로 자리를 옮겨 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롯데건설은 창사 30주년이 넘은 대우건설 만큼의 '인력풀'을 갖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롯데로선 30년 노하우를 갖고 있는 대우건설의 핵심 인력이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 출신 인사들은 업계 CEO뿐 아니라 부동산개발사업을 담당하는 디벨로퍼 업계에서도 맹활약, 건설업계의 중추를 형성하고 있는 상태다.

(사진 좌로부터 김기동 두산건설사장, 박세흠 전 주택공사사장, 류철호 도로공사사장, 김현중 한화건설사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민간 업계 CEO 최초로 대한주택공사 사장에 오른 박세흠 전 사장이다. 박세흠 사장은 2000년대 중반 대우건설의 선장을 맡아 대우가 자랑해왔던 '대한민국 1등 건설사'를 견인해낸 주역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박 사장은 지난 2007년 대한주택공사 사장으로 영입됐다. 당시 주공은 새로 런칭한 아파트-도시 브랜드 '휴먼시아'를 앞세워 건설시장 전면에 나서며 활발한 사업에 나섰다.

박 사장은 노무현 정권 말기 이른바 '신정아 게이트'에 휘말리며 명예롭지 못하게 주공을 떠났지만 국토부 출신 고위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 차지하던 주공 사장자리에 민간 기업 CEO 출신으로 처음으로 올랐다는 기록을 남겼다.

새정부 들어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취임한 류철호 사장도 대우건설 출신이다. 류 사장은 대우건설 재직시절 공공공사 수주를 담당했으며, 대우건설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입사 동기격인 박세흠 사장과 함께 대형 공기업 사장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또 한화건설 사장으로 재임중인 김현중 사장도 대우건설 출신 건설사 CEO다. 대우건설 재무본부장을 역임한 김 사장은 지난 2000년 한화그룹 건설부문 CEO로 옮겨온 후 2002년 건설로 독립하기까지 10년 동안 무난히 한화건설을 이글어 오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김 사장은 '꿈에그린' 브랜드를 런칭했고, 인천에 '에코메트로' 시리즈를 발표하는 등 단지 '재벌 계열사'에 불과하던 한화건설을 업계 15위권으로 끌어 올린 장본인이다. 특히 김 사장은 2006년 이후 진행된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직접 '친정'인수 작업을 진두지휘 했지만 아쉽게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다.

김기동 두산건설 사장은 대우건설 건축·주택부문장을 역임했다. 2007년 두산건설로 자리를 옮긴 김 사장은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두산건설의 해외진출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 정재영 경남기업 사장은 대우에서 해외사업(개발)본부장, 경영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정태화 TEC건설 사장은 경영기획실장, 플랜트 해외부문장에 이어 해외사업본부장을 지낸뒤 TEC건설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또 진재순 한일건설 회장, 이영 전 호반건설 사장, 박영식 동일하이빌 부사장 등도 대우건설이 길러낸 건설업체 CEO들이다.

디벨로퍼(부동산개발) 업계에서도 대우건설 출신 인사들의 활약은 눈 부시다. 특히 2000년대 초반 국내 부동산시장 붐을 이끈 디벨로퍼들 중 대부분이 대우건설 출신일 정도여서 업계에선 대우건설을 '디벨로퍼 사관학교'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실제로 국내 디벨로퍼 시대 개막을 알린 이른바 디벨로퍼의 '대부'로 불리는 넥서스건설의 최성남 회장과 이정배 사장 모두 대우건설 출신이다.

넥서스건설은 1999년 영등포동에서 OB맥주 공장부지를 개발해 '영등포 대우 드림타운'을 분양하면서 건설업계에 디벨로퍼의 '존재'를 알린 주역이다.

이들은 또 동탄신도시 아파트 공급에서 이른바 이주택지 바람을 일으키며, 동탄신도시에 1군 업체들이 대거 참여케한 장본인들이다.

2004년 부천 중동에서 당시까지 국내 최대 규모 주상복합 단지인 '위브더스테이트'를 분양, 돈 방석에 올라앉았던 P&D그룹의 홍창환 전사장과 미래 D&C 이월무 사장,건설웨슨 남상덕 사장, 참좋은 건설 이강오 사장, 피데스개발 김건희 사장과 김승배 부사장 등도 대우가 길러낸 디벨로퍼 들이다.

이처럼 대우건설 출신들이 건설업계에서 주역으로 뛰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대우건설의 워크아웃 때문. IMF 외환위기때 대우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하고 국내 건설부동산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시작된 구조조정으로 대우건설에서 단련된 '건설 머신'들이 대거 업계에 쏟아져 나왔다.

또 다른 건설 명가인 현대건설의 경우 워크아웃 이후 현대건설 출신들이 현대산업개발, 엠코, KCC건설 등 '핏줄'회사로 이동할 수 있었던데 비해 그렇지 못했던 대우건설 출신자들은 '와신상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현대건설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대선 출마 전까지 주로 국책사업, 공공수주 등 정부가 지원해준 사업을 전담해온 온실 속 화초였던과 달랐던 회사 환경도 대우건설 출신들이 위기에 강했던 이유로 꼽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 건설업계는 IMF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다"며 "IMF이후 건설업계는 대우건설 출신들이 주도해왔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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