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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속으로] 공포영화는 대리체험일 뿐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어린 시절 집으로 가는 골목길은 가끔 서늘했다. 저 모퉁이만 돌면 우리집 대문이 보이는데 그 모퉁이에 도착하기 전에 내 등 뒤에서 무언가가 목덜미를 낚아챌 것만 같았다. 그 시절 필자는 장미희 주연의 ‘구미호’를 봤고, 마치 구미호가 집 앞 골목길에도 나타날 것만 같은 공포에 사로잡히곤 했다. 구미호의 실체는 없다. TV에서만 볼 수 있는 허상이다. 그러나 그 실체 없는 공포가 현실의 발걸음을 더디게도 하고 빠르게도 만들었다.

3월 중반 이후 쏟아지는 증시 관련 뉴스도 공포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곧 폭탄이 터질 것이란 경고를 내쏟는다. 언론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이슈를 반복 강조하고, 종말론자들은 때를 놓치지 않고 공포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마치 휴거가 빗나가듯, 종말의 시기는 지연되고 있지만 여전히 2분기 중에 무언가 터질 거라고 파멸을 예고한다. 좀 더 고상하게 표현하면, 베어 마켓 랠리(Bear Market Rally)의 정점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다. 연초 이후 이러한 뉴스가 발표될 때마다 증시는 변동성을 보여왔지만 그 진폭은 점점 줄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미 주가에 악재가 반영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을 도배했던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 역전도 그러했다. 3월 22일 미국의 10년물 국채(2.41%)와 3개월물 국채(2.44%)의 금리차가 역전되자 언론의 경제 및 증권 기사는 한목소리로 경기침체와 그로 인한 증시 고점 우려를 외쳤다. 대중매체가 조장하는 공포감을 무조건 역이용하자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장단기 금리차 역전 = 경기 침체’를 마치 수학 공식처럼 적용하는 이들은 지적받아야 한다. 이미 미 국채 10년물은 다시 올라왔고, 장단기 금리차는 해소되었다. 지난해의 경우 3년물과 3개월물이 역전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작년이나 올 3월의 장단기 금리차 역전은 투자자들이 장기채권 보유에 기간 프리미엄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일드 커브의 평탄화이다. 재닛 옐런 전 미 연준의장의 말대로 일드 커브가 평탄화하면 역전되기가 쉽다.

미국과 중국의 서베이 지표들이 기준선 이상으로 올라왔고, 양 국가의 주가 역시 이에 대해 이미 화답했다. 아마도 대중매체들은 또 다른 공포물을 찾을 것이다. 오래된 미신인 ‘5월에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의 계절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공포영화는 시리즈로 변신한다. 일본의 ‘링’, 미국의 ‘할로윈’ 그리고 한국의 ‘여고괴담’과 같이 쉽게 떠오르는 영화가 많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부정적 뉴스는 반복 또 반복된다. 2010년 이래 중국 부채 위기론은 계속되어 왔다. 물론 부동산 거품, 은행 시스템 붕괴 등 위기의 진원지가 그때 그때 달랐을 뿐이다. 유로 해체 시나리오도 마찬가지이다. 2010·2011년 내내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재정 위기가 부각되었고, 최근엔 노 딜 브렉시트가 유럽 대륙의 경제를 붕괴시킬 거란 과장된 시나리오도 여전히 존재한다.

파멸의 가능성을 무시하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대중매체가 악재를 되새김질하는 구간에서 파국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뜻이다. 여러 가지 예측과 경고를 쏟아내고, 실체 없는 소문은 사람들의 마음에 불신과 불안을 심어 놓는다. 하지만 귀신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겁을 줄 수는 있어도 실제로 해를 끼칠 순 없다. 매체에서 쏟아내는 공포영화 같은 이야기에 사람들은 겁을 먹었지만, 실제로 무언가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는 한국의 주력산업을 눈여겨봐야 한다. 3월 미국의 자동차 판매가 역성장하는 구간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현지 판매대수는 각각 0.8%, 10.3% 성장했다. 특히 대형 SUV의 미국 내 빠른 성장은 기대 이상이다. 기아차의 텔롤라이드는 이미 성공적으로 데뷔했고, 6~7월에는 현대차의 팰리세이드도 미국에 출시된다. 이미 국내 흥행도 성공적이다. 증치세 인하라는 희소식이 반영되는 중국 또한 기대요인이다. 6~7년 만에 현대·기아차는 P와 Q 성장구간에 들어섰다.

2019년 한국 영업이익 추정치는 연초 대비 19.1% 하향 조정되었는데, 이 중 삼성전자와 IT업종이 14.6%를 안고 있다. 4월 5일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실적은 6.2조 원으로 낮아진 시장 컨센서스마저 충족하지 못했다. 예고된 실적 부진보다 더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았지만, 이후 삼성전자 대표 기업들의 주가 역시 견고하다. 이유는 뭘까? 주가는 앞만 바라볼 뿐 뒤는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월말 콘펀런스 콜에 가서야 부진 사유가 하나하나 밝혀지겠지만, 뒤의 그림은 동일하다. 하반기에는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공감대이다. 주가가 버티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무도 없는 깜깜한 집에서 공포영화를 볼 때 그 공포감은 짜릿하다. 하지만 가족들이 들어와 불을 켜는 순간, 공포는 저만큼 사라진다. 부정적 전망의 덫에 갇혀 투자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일상의 공포가 없기에 공포영화를 좋아할 뿐이다. 일상은 평온하고, 잘 작동되고 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버텨주는 국면에서 한국 증시가 파멸적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다. 공포 영화는 그냥 가상의 대리 체험일 뿐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opinion@etoday.co.kr
<저작권자 ⓒ 이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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