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특집] 국내 자동차업계, 최고급차 경쟁 뜨겁다

입력 2008-06-13 08:09 수정 2008-06-1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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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업계의 거센 공세 속에 국내 업체들의 시장방어 노력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특히 수입차에 정면으로 맞서는 국내 최고급차 자리를 놓고 현대차와 쌍용차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시판에 들어간 현대 제네시스는 5월말까지 1만4819대가 판매되며 시장에 안착했다. 이는 월 3000대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이런 추세라면 현대차가 애초에 세운 연간 3만5000대 판매는 무난할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판매대수가 갈수록 떨어진다는 데에 있다. 제네시스는 4월의 경우에 4053대가 팔렸으나 5월에는 2784대로 실적이 뚝 떨어졌다.

이런 현상은 고유가 등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겠지만, 국산 최고급차 자리를 놓고 다투는 쌍용 체어맨W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체어맨W는 5950~1억200만원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7300대가 계약됐으며, 2967대가 고객의 손에 인도됐다.

물론 체어맨W는 현대 에쿠스와도 경쟁을 펼치는 관계지만, 에쿠스는 출시된 지 오래됐고 올해 말에 단종될 예정이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이제 역부족이다. 이미 체어맨W는 에쿠스보다 판매실적에서 앞서고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체어맨W와 제네시스의 맞비교가 자주 화두에 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두 차는 과연 어떤 차이점을 지녔는지 꼼꼼하게 분석해보자.

▲스타일/인테리어

체어맨W는 국내 최장 길이인 5110mm(리무진은 5410mm)의 장중한 차체가 돋보인다. 너비(1895mm)와 높이(1495mm) 또한 넉넉해 웬만한 수입차와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 당당한 모습을 자랑한다. 독일차의 견고함과 미국차의 여유로움, 일본차의 꼼꼼함까지 더한 독특한 인상을 풍긴다.

제네시스는 체어맨W와 달리 오너드라이버 중심의 세단이다. 길이 4975mm의 단단하고 야무진 차체는 직접 몰고 달려야 더 어울려 보인다. 그러나 어딘가 본 듯한 느낌을 주는 게 마이너스 요인이다. 이른바 ‘뱅글 부트’로 불리는 BMW 7시리즈 스타일의 트렁크 리드와 함께 리어 도어 라인도 7시리즈에서 본 느낌이다. 해외언론들은 제네시스의 앞모습이 벤츠 S클래스를 닮았다고 평하기도 했다.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갖추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차체가 큰 만큼 체어맨W의 실내는 넉넉하고 여유롭다. 리무진 모델이 아니더라도 앞좌석을 조금만 앞으로 당기면 뒷좌석에서 편하게 다리를 꼴 수가 있다. 체어맨W의 윈도 스위치는 벤츠 S클래스의 것과 같다. 돌출 부위가 없는 매끈한 스위치는 뒷좌석의 경우 두 단계로 조작된다. 한 번 누르면 윈도가 여닫히고, 윈도를 닫은 상태에서 한 번 더 스위치를 올려주면 블라인드가 올라와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준다. 또한 스티어링 휠에는 열선이 내장되어 있으며, 에어샤워벤트는 차거나 뜨거운 공기가 승객에게 직접 닿는 것을 막아준다.

제네시스는 오토 디포깅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이 장비는 앞 유리에 김서림이 있을 경우 자동으로 제거해주는 편리한 기능이다. 또한 DIS(운전자 통합정보 시스템) 옵션을 선택할 경우 뒷좌석에서도 오디오와 시트 조절이 가능해 편리하다. 체어맨W는 햅틱 스위치가 이와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주행성능

두 차의 달리기는 스타일에서 풍기는 이미지 차이만큼이나 다르다. 체어맨W는 승차감이 매우 부드럽고 소음이 극도로 억제돼 있다. 벤츠의 엔진과 구동계통을 가져왔으면서도 주행감각은 독일차의 단단한 감각과 일본차의 조용함, 미국차의 안락함을 잘 버무린 느낌이다. 특히 고속주행에서도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에 비해 제네시스는 유럽 세단에 가깝게 승차감을 세팅한 점이 눈에 띈다. 그간 내수용 차는 미국수출형과 비슷하게 물렁거리는 서스펜션을 장착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제네시스는 그러한 관행을 깨고 탄탄한 감각을 더했다. 데뷔 전 언론을 대상으로 한 공개시승회에서도 경쟁차종으로 내놓은 모델이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였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유럽 수출계획이 없는 차다. 당분간 미국과 중국 시장에 주력하겠다고 현대가 이미 공언해놓은 상태이고, 유럽 럭셔리카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를 경쟁모델로 지목한 것은 다분히 국내 시장을 노리고 한 계산된 행동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승회에 참석한 어느 자동차 평론가는 “제네시스는 일본차들과 비교하는 게 국내 실정에 맞다”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두 차 모두 서스펜션 조절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스포츠 모드로 설정했을 경우에도 유럽차에 비하면 여전히 푹신한 느낌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중시하는 국내 실정에 맞춘 것이어서 이를 탓할 수는 없겠지만, 핸들링 성능을 중시하는 이에게는 아쉬움을 느끼게 할 수도 있겠다.

체어맨W에 적용된 기술 중에는 새로 개발해 얹은 V8 5000cc 엔진이 하이라이트다. 벤츠로부터 제공받은 기술이 적용된 이 엔진은 역시 벤츠 기술이 적용된 자동 7단 기어와 맞물려 부드럽고 강력한 성능을 뿜어낸다.

제네시스는 대부분의 수요를 차지할 3300cc 모델을 시승했는데, 예상보다 괜찮았다. 특히 묵직한 파워와 함께 뛰어난 연비(10km/ℓ)를 나타내 경제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장비

실내는 두 차 모두 호화장비의 전시장과도 같다. 센터페시아 위쪽에 다기능 정보표시장치를 마련한 점도 공통점. 또한 다이얼 타입의 통합정보시스템을 단 것도 닮았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을 채택한 것도 두 차가 같다. 현대차 중에는 제네시스가 유일하게 채택했으며, 에쿠스에는 이 장비가 없다.

다만 시스템의 성능은 두 차가 약간 차이가 있다. 체어맨W는 자칭 ‘세계 최초’라고 자부하는 와이드 스캐닝 타입의 3세대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탑재했다. 이 장비는 앞차와의 거리뿐 아니라, 옆차선에 있는 차나 장애물까지 감지해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앞차뿐 아니라 옆차선에서 진입하는 차까지 감지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쌍용 측의 설명이다.

실제 주행에서는 장단점이 공존했다. 와이드 스캐닝 기능은 매우 민감하게 작동해서 실제로 옆차선에서 진입하는 차의 움직임을 감지해 차간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했다. 하지만 때로는 옆차선에서 조용히 직진하고 있는 차까지도 진입하는 차로 오인하는 경우가 생겼다. 즉, 옆차선 차들과 나란히 달릴 경우, 차선을 바꾸지 않는 차가 있어도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작동해 속도가 줄어드는 경우가 간혹 생겼다.

제네시스는 와이드 스캐닝 기능이 없어 이러한 염려가 없는 대신, 장애물 감지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특히 SCC를 켠 상태에서 코너에서 앞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경우, 차 속도가 갑자기 증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현대차는 제네시스 홈페이지에도 직진도로에서만 SCC를 작동시킬 것을 권하고 있다.

▲결론

쌍용 체어맨W와 현대 제네시스는 거의 같은 시기에 등장한 고급차다. 체어맨W가 명실상부한 쌍용의 기함이라면 제네시스는 에쿠스가 아직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플래그십 모델에 오르지는 못했다. 체어맨W는 오너드라이버가 타도 괜찮지만 뒷좌석 승객에 더 큰 배려를 한 모델이다. 따라서 오너드라이버 위주의 제네시스와는 고객층이 약간 나뉘는 경향이 있다.

가격 또한 체어맨W가 비싼 편이어서 제네시스의 판매대수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고급차는 판매대수가 너무 많으면 희소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쌍용차와 현대차는 분명 그러한 고객 특성을 감안해 차 가격을 정했을 것이다. 두 차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고급차로서 손색없는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다만 차급에서는 체어맨W가 위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국산 고급차의 라이벌은 어떤 수입차일까?

수입차의 대중화가 진행되면서 수입차 값은 갈수록 내려가고 있다. 반면 국산차는 수입차에 맞서 제품을 고급화시키면서 평균가격이 올라가는 추세다. 그렇다면 체어맨W나 제네시스와 비슷한 성능을 지닌 수입차의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체어맨W는 3600cc와 5000cc 두 가지 모델을 운영 중이다. 3600cc의 경우는 5950~8650만원, 5000cc는 8770~1억200만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수입차 가운데 체어맨W 3600cc 모델과 비교할 수 있는 차를 배기량 기준으로 따져보면 벤츠 E350, BMW 530i, 렉서스 GS350, 아우디 A6 3.2 등을 물망에 오른다.

이 가운데 가장 비싼 차는 벤츠 E350으로 1억1900만원에 이른다. 530i는 9150만원, 아우디 A6 3.2 콰트로 다이내믹은 7900만원 그리고 렉서스 GS350은 7310만원. 아우디 A6 3.2를 살 돈에 조금만 보태면 체어맨W 3.6 리무진 모델을 살 수 있는 셈이다.

제네시스는 3300cc와 3800cc 두 가지 모델이 있으며, 3.3모델은 4050~5520만원, 3.8모델은 5280~5830만원이다. 3.8모델은 옵션을 모두 선택했을 경우 가격이 6746만원으로 뛴다. 제네시스 역시 앞서 언급한 수입차들에 비하면 가격 경쟁력은 높은 편이다.

국산차의 경우 그동안 수입차에 비해 뒤떨어지는 서비스가 늘 지적대상이었다. 그러나 체어맨W와 제네시스는 다르다. 다른 국산차와 달리 보증기간이 길뿐 아니라 서비스 내용도 다양해 수입차에 못지않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체어맨W는 엔진, 차체 등 모든 부품에 대해 5년 또는 10만km의 보증수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 반면 제네시스는 대부분의 현대차 모델과 같이 차체/일반부품은 3년/6만km, 엔진 및 동력전달계통은 5년/10만km가 보증된다. 수입차 중에는 BMW가 5년/10만km까지 소모성 부품을 무상 공급해 가장 후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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