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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語 달쏭思] 명함名銜 ①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처음 만난 사람과 인사를 나눌 때 주고받는 쪽지가 있다. 바로 명함이다. 성명, 주소, 직업, 전화번호, E메일 주소 등을 적은 종이쪽을 건넴으로써 자신을 소개하고, 서로 연락할 정보를 제공하는 용도로 쓰는 게 바로 명함이다.

명함은 ‘名銜’ 혹은 ‘名啣’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이름 명’, ‘재갈 머금을 함’이라고 훈독한다. 銜과 啣은 같은 뜻을 가진 글자로서 啣이 銜의 속자(俗字: 세간에서 널리 쓰이기는 하지만 정자가 아닌 글자)로 알려져 있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야간침투 훈련을 경험했을 것이다. 얼굴엔 달빛에라도 반사되는 일이 없도록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낙엽이나 종이 등을 태운 재를 시커멓게 칠하고, 바짓가랑이 역시 질긴 덩굴 풀 같은 것을 꺾어서 허벅지, 무릎, 정강이 부분 등을 묶음으로써 걸을 때 옷깃이 스쳐 사각대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한 다음 사냥하는 맹수가 목표에 접근하듯 숨을 죽이고 적군에게 접근하는 훈련이 바로 야간침투 훈련의 한 과정이다.

이때에는 말소리는 물론 숨소리도 크게 내서는 안 된다. 이런 침투 작전을 벌이거나 적군 몰래 야간행군을 할 때 병사들의 입을 단속하기 위해 옛날에는 입에다 얇고 긴 쇳조각을 가로로 물렸다. 이 쇳조각을 물리는 행위가 바로 ‘銜’이었다. 행군(行軍)의 ‘行(다닐 행)’ 자 안에 쇳조각[金]을 넣은 글자꼴이다. 행군할 때 군사의 입에 하무를 물리는 일을 함매(銜枚)라고 한다.

나중에는 쇳조각 대신 대나무 조각을 사용했다. 대나무 조각을 사용하면서부터 개인위생을 고려하여 각자의 이름을 쓰게 했다. 이것이 명함이 발생하게 된 최초의 원인이다. 훗날 입을[口] 막을[御:막을 어] 목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이라는 뜻에서 口에다 御의 일부분인 사(사)를 합하여 啣이라는 속자가 만들어졌다. 소리를 내지 못하게 입에 재갈 물리듯이 물린 각자의 이름을 쓴 대나무 조각이 진화를 거듭하여 오늘날의 명함으로 변신한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 전북대 중문과 교수 opinion@etoday.co.kr
<저작권자 ⓒ 이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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