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제약회사 오너 갑질과 주가의 상관관계

입력 2018-09-04 10:32 수정 2018-09-0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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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Chaebol(재벌)’, ‘Gapjil(갑질)’

올 들어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표출되기 시작한 ‘한글 발음 그대로의’ 단어들이다. 그 어떤 영어 단어를 갖다 붙여도 제대로 표현할 길이 없어서란다. 그만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대한민국과 같은 ‘오너가 절대적인’ 재벌 지배구조 형태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의미기도 하다.

특히 국내 제약업계 오너들의 갑질 수준은 상식을 넘어서고 있다. 얼마 전에도 눈살을 찌푸릴 만한 ‘Gapjil’ 사태가 또 한 번 발생했다. 대웅제약 회장 얘기다. 업무 보고를 받으며 직원들에게 “정신병자 XX 아니야”, “미친 XX네” 등 폭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더 놀라운 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직접 보고를 한 대웅제약 직원들 중 이 같은 상황을 겪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며, 최근 몇 년간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이 정도 되면 소비자들은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다. 불매 운동을 벌이고 주식 투자도 삼가야겠다고 다짐들을 한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특히 주가의 경우, 유독 제약업계는 심각한 오너 갑질 사태가 빈번히 일어남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고 한다. 그동안 오너 갑질 이슈가 재벌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해당 기업의 주가 흐름에까지 악영향을 끼쳐 온 일반적인 양상과 대조된다.

실제 대웅제약 주가는 폭언 공개 당일인 지난달 27일, 전일 대비 2.26% 하락 마감했지만 이틀 만에 상승 반전했다. 게다가 사건 당일 관계사들의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4.91%, 지주사 대웅은 0.57% 오르며 장을 마쳤다.

지난해 7월 시장에 대단한 충격을 줬던 종근당 오너 2세, 회장의 ‘폭언’ 갑질 발언도 주가를 오래 잡고 있지 못했다. 당시 종근당 주가는 한동안 내리막길을 걷는 듯하더니 한 달 만에 다시 반등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상승했다. 올해 1월 회장의 불구속기소 이후 2주도 안 돼 장중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후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그럼에도 현재 주가는 지난해 사건 당시보다 높다.

이유는 바로 견고한 펀더멘털이다. 국내 상당수 제약사들은 탄탄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영업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할 만한 악재가 아닌 이상 주가가 쉽게 흔들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실제 종근당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6.3%늘어난 8844억 원, 영업이익은 27% 상승한 778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대웅제약 역시 지난해 매출액은 1년 만에 8.6% 증가한 9602억 원, 영업이익은 48.4%나 성장한 384억 원을 기록했다.

게다가 제약사의 영업을 좌지우지하는 주체는 사실상 병원(의사)이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은 그저 희망사항이다. 실제 국내 제약산업에서 전문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 반면 일반 소비자들이 선택 가능한 약은 20%도 안 된다.

이 대목에서 독자들은 심통이 날 것 같다. 오너 갑질 파문에도 불구하고, 언제 그랬냐는듯 장사도 잘되고, 주가도 오르니 말이다. 오너 리스크와 별개로 돈만 잘 버는 기업이 아닌, △투명한 지배구조 △오너의 정도 경영 △탄탄한 펀더멘탈 세 박자를 골고루 갖춘 기업이 대한민국에 많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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