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금리인상의 함정

입력 2017-11-0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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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지난 3분기 1.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7년 3개월 만의 최고치이다. 이로써 올해 우리 경제는 3% 성장률 목표를 무난하게 달성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해 연내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방침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1.25%로 내린 후 계속 동결정책을 폈다. 이에 따라 경기활성화보다는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시장 과열, 좀비기업 양산 등의 부작용이 컸다.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을 정상화하고 경제성장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려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미국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미국이 현재 1.25%인 금리를 1.5%로 올리면 우리나라 금리와 역전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면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 경제를 ‘금융위기’의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사전조치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거꾸로 경제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우선 경제 자체가 아직 불안하다. 3분기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6.1% 증가해 성장률 제고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향후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주요 품목의 수출 증가세가 꺾이고, 한·미 FTA 개정 등 악재가 나타나면 수출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 여기에 내수침체가 심각하다. 3분기 내수증가율은 0.7%로, 2분기 1.0%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물론 우리 경제가 3% 이상 성장세를 기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여 수출이 꾸준히 증가할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중 관계 개선에 따라 풀릴 전망이다. 중국 관광객이 증가해 내수가 다시 살아나고 자동차, 화장품 등 상품수출과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도 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해 고금리 체제가 되면 이러한 호재들이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기업투자와 민간소비가 위축해 성장률이 다시 떨어진다. 그리고 기업들이 부실화해 외국 자본이 빠져나간다. 자칫하면 금리 인상이 경제안정과 외국 자본 유출 방지의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실로 큰 문제는 가계부채이다. 정부는 14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0·24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신(新)DTI, DSR 등의 제도를 도입해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아파트 집단대출을 제한해 가계부채 증가를 막을 방침이다. 문제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부동산시장을 위축시켜 오히려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종합대책이 나오자마자 부동산시장은 냉각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정부 정책이 은행대출을 막자 빚을 얻어 집을 사는 것이 어렵게 됐다. 내년 1월이면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한다. 4월부터 다주택자에 양도세를 중과한다. 따라서 부동산 거래가 줄고 가격이 하락하면 부동산을 팔아 빚을 갚는 일이 어려워진다. 더욱이 건설경기의 악화로 인해 내수가 침체해 실업이 증가하고 소득이 감소한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의 연쇄부도를 재촉해 경제를 위기상태로 몰아 갈 수 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정책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정책이 경제위기를 재촉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리고 최근의 경기 회복세를 경제 살리기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견지에서 우선 필요한 것이 효과적 가계부채 정책이다. 은행대출을 제한해 투기는 막되, 정상적 거래를 활성화해 부동산시장의 정상적 기능은 살려야 한다. 가계부채는 증가 속도를 줄이는 동시에 부채상환을 늘리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가 정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 금리 인상에 앞서 우리 경제가 필요한 것은 산업구조 개혁과 투자 활성화다.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서두르고 노동개혁도 추진해야 한다. 혁신 성장 정책을 이른 시일 내에 구체화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일으켜야 한다. 그러면 외국 자본은 금리와 관계없이 투자 대상을 찾아 들어오고 경제는 본격적 성장궤도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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