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0월 29일 軟紅水枾(연홍수시) 햇볕에 말린 맛있는 곶감

입력 2015-10-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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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할아버지는 손자 몰래 벽장에 홍시를 숨겼다. 그걸 할아버지 몰래 훔쳐 먹으면 정말 맛있었다. 할아버지는 모르는 척하셨지만, 모르는 척하실 바에야 미리 손자에게 나눠주면 좋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렇게 하면 철없는 손자는 홍시를 한꺼번에 다 먹지 할아버지처럼 아끼면서 홍시의 맛을 음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홍시를 먹는 것에서도 삶과 나이의 오묘함을 알 수 있다.

이규보의 ‘낭중 하천단이 홍시를 보내준 데 감사하여’[謝河郞郎中千旦送紅枾]라는 시는 이렇게 돼 있다. “서리 익어 잘 익은 홍시/병든 내 입술을 촉촉하게 적시네/비단처럼 붉게 빛나는 껍질 속에/붉은 옥 진액이 기름지게 흐르누나.”[飽霜方爛熟 濡及病中脣 膚砑紅綃色 膏流赤玉津]

감을 곶감으로 만들면 더 맛이 좋고 오래 즐길 수도 있다. 그것을 시저(枾諸) 또는 연홍수시(軟紅水枾)라고 한다. 연홍수시는 햇볕에 말려 얼마 동안 저장해 두면 껍질에 하얀 가루가 생기는 곶감을 가리키는 말이다. 건시(乾枾)라고도 부르는데, 중국에서는 시병(枾餠)이라고 한다.

옛날엔 곶감을 지금과 달리 껍질을 벗기고 먹었던 것 같다. 이유원(李裕元•1814∼1888)의 ‘임하필기(林下筆記)’에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곶감을 그냥 먹는 벗을 보고 부끄러워하는 친구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조선 중기의 문신 유근(柳根•1549∼1627)이 곶감을 노래한 시를 보자. 흰 가루를 덮어 쓴 곶감을 묘사했다. “명주 2백 개에 눈꽃이 피어나니/동글동글 규룡의 알이 변한 것이라/한 통 편지 따라 먼 산속에서 왔기에/받아보니 벗의 마음을 볼 수 있다네.”[明珠二百雪花生 虯卵團團變化成 一札遠隨山水窟 看來方見故人情] 시에 나오는 규룡(虯龍)은 양쪽에 뿔이 달린 전설 속의 용을 말한다. 홍시를 규룡의 알이라는 뜻에서 규란(虯卵)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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