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따뜻한 동행

입력 2015-04-1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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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라는 괴물이 나온다. 지나가는 나그네를 재워 주면서 침대 길이보다 키가 작으면 다리를 잡아 늘리고, 길면 다리를 잘라 버리는 악명 높은 존재다.

이에 빗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제도나 방법이라고 해도 모든 사람이나 기업의 상황과 딱 맞을 수는 없는데도 자기 생각에 맞춰 남의 생각을 뜯어 고치려는 행위,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는 의미로 종종 사용된다.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마음을 가장 무겁게 한 것은 회사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었다. 바닥까지 추락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조직 혁신도 급선무였다.

혁신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앞두고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자율성이었다. 직원들을 둘러싼 마음의 외투를 벗기는 일은 매서운 바람이 아니라 따스한 햇살이기 때문이다. 조직과 문화, 인사 혁신을 3대 혁신 과제로 삼고, 직원 스스로 자발적인 혁신이 되도록 했다. 틀에 맞춰진 활동이 아니라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목표를 세워서 해나가야만 성취감이 큰 법이다.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명예와 자존심이다.

그런 마음으로 조직 혁신을 강하게 추진했고, 성과가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혁신은 반짝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오랜 생각이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면 물은 그냥 모두 흘러내린다. 그러나 물이 흘러 버린다고 헛수고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물은 빠져 버렸어도 어느 사이엔가 콩나물은 자라고 있다.

그런 뜻에서 요즘 열심히 물을 붓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건전한 원전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공급망 관리 체계다. SCM(Supply Chain Management)이라고 하는데, 이 시스템을 원자력 발전에 적용하는 것은 한수원이 세계 최초다. 공정하게 공급망을 관리해 납품 비리를 사전에 예방하고 해외 진출에도 유리하도록 하기 위한 데 목적이 있다. 이는 한수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원전산업계 전반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든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지만 원전산업의 기반을 다진다는 뜻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또 요즘 자주 하는 말이 있다면 ‘우리는 한 팀, TeamKHNP’다. 조직을 승리로 이끄는 힘의 원동력은 25%가 실력이고, 나머지 75%는 단단한 팀워크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춘다고 해도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마음과 뜻을 모으지 못한다면 성과를 낼 수가 없다.

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시스템을 개선하고 제도를 보완해야겠지만 구성원의 마음까지 결집시켜야 한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달려 나가고 싶은 회사, 열심히 일하면서 좋은 아빠가 되고 다정한 엄마가 될 수 있는 회사, 배려와 존중의 문화가 제대로 스며들어 있는 회사, 모든 임직원과 더불어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다.

최고경영자는 시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현실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붓듯 끊임없이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자란 콩나물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 회사도 그랬으면 좋겠다. 한수원의 사장으로서 시를 쓴다면 제목은 ‘따뜻한 동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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