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 유임과 명장의 조건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10-20 06:29 수정 2014-10-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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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감독은 19일 KIA 타이거즈와 2년간 10억6000만원(계약금 3억원ㆍ연봉 3억8000만원)에 재계약했다. 그러나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선동열 감독의 유임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뉴시스)

389전 167승 213패 9무(승률 0.440). 선동열 KIA 타이거즈 감독이 3년간 남긴 성적표다. 부임 첫해인 2012년 5위를 시작으로 지난해와 올해는 각각 8위에 머물렀다. 2005년과 2007년 최하위(8위)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면 팀 창단 이래 최악의 성적이다.

그러나 KIA 구단의 선동열 감독에 대한 믿음은 변치 않았다. 선동열 감독은 19일 KIA 타이거즈와 2년간 10억6000만원(계약금 3억원ㆍ연봉 3억8000만원)에 재계약, 다시 한 번 KIA 지휘봉을 잡게 됐다.

이날 선 감독은 “책임감이 무겁다. 기초가 튼튼한 팀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팀 재건을 다짐했다. 하지만 선 감독의 유임 각오를 신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년간의 행보가 그의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대변했기 때문이다.

선동열 감독은 지난 2011년 조범현 전 감독이 성적 부진(2009년 우승ㆍ2010년 5위ㆍ2011년 4위)으로 자신 사퇴한 이후 KIA 사령탑을 맡았다. 하지만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조 전 감독보다 훨씬 못한 성적만 남긴 채 3년이라는 세월을 흘려보냈다.

▲선동열 감독은 기초가 탄탄한 팀을 만들겠다며 팀 재건을 다짐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남긴 389전 167승 213패 9무(승률 0.440)라는 초라한 성적표는 그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트린다. (뉴시스)

무엇보다 퇴색해버린 팀컬러가 팬들을 분노케 했다. 패배라는 걸 몰랐던 해태(KIA의 전신) 선수들은 패배의식에 젖어 평범한 팀으로 전락했고, 헝그리정신으로 대변되던 팀컬러는 퇴색된 지 오래다. 물론 모든 책임을 선 감독에게 떠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선동열이 누구인가.

지난 1985년 해태에 입단해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 입단 전인 1995년까지 146승(40패) 132세이브 1.2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특히 1986년(0.99)과 1987년(0.89), 1993년(0.78)에는 꿈의 0점대 방어율을 남겼다. 그래서인지 선수 시절보다 못한 그의 감독 성적표에 실망감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만도 하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은 창단 3년ㆍ1군 진입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지난해 넥센 지휘봉을 잡은 염경엽 감독은 선수 시절 비주류라는 열등감을 호성적으로 떨쳐냈다. 양상문 LG 감독은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포스트시즌 진출을 막판 무서운 뒷심으로 이뤄냈다.

이들의 공통점은 준비된 감독이다. 즉 명장의 조건(용병술+리더십)을 지녔다는 뜻이다. 명장은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흐름을 읽는 안목을 지녀야 하고, 카리스마와 포용력으로 선수들을 이끌어야 한다.

▲김기태 전 LG 감독은 시즌 초 연패 수렁 속에서 팀이 꼴찌까지 내려앉은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그 결과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어졌다. (뉴시스)

그러나 뛰어난 용병술과 리더십만으로 누구나 명장이 될 수는 없다. 김기태 전 LG 감독은 시즌 초 연패 수렁 속에서 팀이 꼴찌까지 내려앉은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신바람 야구, 뚝심 있는 야구를 표방하던 김 전 감독은 스스로 모든 책임을 지고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김 전 감독의 충격적 결단에 불협화음이 일던 선수들은 전의를 불태웠고, 그 결과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어졌다.

‘농구의 어머니’로 불린 팻 서미트(62ㆍ미국) 테네시대 전 감독은 지난 2012년 알츠하이머병(치매)에 걸린 사실을 고백하며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여자농구 디비전1 통산 1098승(208패)의 성적을 남기는 동안 누구도 치명적 질병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떠나는 날까지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고, 자신의 소임을 다한 후 조용히 코트를 떠났다.

그가 명장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단지 성적 때문만이 아니다. 떠나야 할 때, 멈춰야 할 때를 알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기에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여운으로 또는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명장이 지녀야할 마지막 조건이다. 우리 시대 미완의 명장들에게 마지막 남은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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