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사고, '공연문화 잔혹사' 언제까지 반복할까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4-10-20 06:29 수정 2014-10-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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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 유스페이스 앞 환풍구 붕괴 사고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 연구원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사진 = 뉴시스)

지난 2011년 10월, ‘아시아송 페스티벌’이 열린 대구스타디움에는 국내 관객 뿐 아니라 일본, 중국, 홍콩, 유럽 등 해외 팬들이 대거 참석, 3만7000여 좌석이 모두 매진됐다. 당시 K-POP으로 대표되는 한류의 위상만큼 주목받았던 부분은 우리의 팬덤(fandom) 문화였지만 팬덤의 질서가 깨지는 데는 불과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무대 중간 폭우가 쏟아지자 비를 피하기 위해 빠져나간 관람객과 그 틈새를 노려 앞으로 나오기 시작한 팬들로 인해 객석은 아수라장이 됐다. 결국 주최 측은 공연을 일시 중단시켰고 “여러분의 안전이 우선이다. 자리에 돌아가 앉아 달라”는 말만 되풀이한 전현무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17일, 16명의 사망자를 낸 판교 공연장 참사를 보면서 우리 공연 문화의 안전 현주소를 돌아보게 됐다. 사고 후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정부는 안전에 관한 매뉴얼, 법, 규정 등을 하루 빨리 정비하고 철저한 안전교육으로 만전의 준비를 해야 한다”며 “여권은 국가 대개조를 위한 국가안전처 설치 등 정부조직법 개정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대응책이다.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사건이 터지자 ‘눈 가리고 아웅’ 식 해결책 제시에 급급하다. 생명이 걸려 있는 안전문제에 대한 대책을 사건이 터지고 마련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반복되는 사고에도 뚜렷한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배가시킨다. 지난 1992년 뉴키즈 온더 블록 공연장에서 60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 1996년 MBC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에서 관객이 몰리며 1명의 사망자를 낸 사건, 11명의 사망자와 162명의 부상자를 낸 2005년 ‘가요콘서트’ 사건 등 찬란한 무대 앞 안전사고 잔혹사는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08년 국립국장에서 한 학생이 회전 무대 밑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실내 공연 안전 매뉴얼을 만들었다. 하지만 야외 공연에 대한 매뉴얼은 아직도 없다. 판교 참사 현장은 야외 공연으로 규정돼 안전 규정의 통제 없이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야외 공연장의 안전 매뉴얼 역시 판교 참사로 인해 정립될 것이다. 안전 불감증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연 문화의 주체인 관객 스스로의 안전 불감증도 재점검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감상할 권리는 안전에 대한 의무가 선행됐을 때 가능하다. 이번 사고의 결정적 원인이 된 붕괴된 환풍구는 관련 당사자에 한해 향후 안전 점검, 중량 기준 등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겠지만 환풍구 위에 올라선 이기심과 안전 불감증 역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공연 현장에 대해 부랴부랴 안전 가이드를 마련하고 있는 당국의 행태를 볼 때 스스로의 안전은 스스로가 지켜야 하는 사회임은 분명하다. 철저한 규정 준수, 타인에 대한 양보 등 기본에 충실 하는 것만이 스스로의 안전을 확보하는 가장 큰 지름길이다. 안전 불감증은 생명과 직결된다. 우리 사회는 이를 직접 경험해왔다. 더 이상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되어선 안 된다. 생명을 앗아가는 공연 현장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관련 당국과 담당자, 대중의 책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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