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갈등의 시대⑧] 한국도 다문화사회 진입…관용·배려로 공존 모색을

입력 2012-01-11 09:17 수정 2012-01-1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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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민족에 배타적…비정상적 순혈주의

▲8일 오후 경기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거리내 시장이 외국인 근로자들로 붐비고 있다. ‘한국 안의 작은 외국’으로 불리는 원곡동은 이주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다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darkroom519@
2012년 3월에 치러질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올초 출범한 ‘이주민 정당’이 선거 운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소 2명의 당선자를 내겠다는 목표도 정했다. 이주민들의 첫 정치조직 결성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하나의 민족, 하나의 피부색’을 기치로 삼는 극우정당도 설립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이같은 사례는 아직 시나리오일 뿐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상상에만 그칠 일은 아니다. 유럽지역 국가들의 경우 인종에 대한 시각에 따라 선거에서 당락이 결정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외국인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체류외국인은 지난해 9월 기준 141만8100명으로 2007년 101만8000명에 비해 4년새 39.3% 늘었다. 전체 인구의 3%에 달하는 숫자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외국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5%를 넘는 시점에서는 잠재된 인종간 갈등이 폭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른 피부색에 배타적인 한국사회= 우리나라 사회의 인종 차별 사례는 지난해 9월 구수진(32)씨의 목욕탕 출입거부 사건이 대표적이다. 구씨는 한국인 남편을 만나 우즈베키스탄에서 귀화했다. 현재는 엄연한 한국인이다. 그러나 부산 소재의 한 목욕탕에 들어가지 못했다. “피부색이 달라 에이즈 감염 위험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구씨는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며 한국인 임을 증명했지만 소용 없었다.

인종 차별이라고 느낀 구씨는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의 도움을 받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225명의 서명을 받아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에 ‘외국인 이주민 인종차별 금지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어찌 알아냈는 지 구씨의 휴대폰으로 항의 전화가 수시로 걸려왔다. 신분을 밝히지 않는 이들은 “한국에 인종차별이 어디 있느냐”며 “외국인으로서 감내해야지 똑같은 대우를 원해서는 안 된다”라며 거칠게 말했다.

구씨를 도운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도 곤욕을 치렀다.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지난해 10월 사통위와의 간담회 다음날에는 사무실에 인분이 배달되기도 했다.

정문순 노동복지센터 간사는 “‘왜 한국 사람이 외국인을 돕느냐’는 항의 전화가 많았다”며 “한국 사회가 다문화에 대해 가진 반발의식이 현실에서 표출된 대표적 사례”라고 해석했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다른 인종에 대한 적대감이 이주민이 직접 행동에 나서자 적극 표현됐다는 것이다. 이 사건 이후로 포탈 사이트를 중심으로 반(反) 다문화 단체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구씨의 목욕탕 출입금지 사건에 대해 1월 중 최종 입장을 발표한다. 인권위가 인종차별 시정 권고를 내린다면 지난 2008년 흑인이라는 이유로 술집에 출입을 금지당했던 사건 이후 두 번째다.

◇화학접 결합이 우선돼야= 인권위의 시정 권고가 내려져도 우리사회가 단숨에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가 지난 2006년 다문화사회를 선포한 것과 달리 국민들의 일반 정서는 이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정부는 지난 2007년 재한외국인 처우기본법,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 등을 제정했다. 이 같은 법안들이 정부 주도에서 경제적 지원에 집중한다는 한계가 있다. 즉, 대다수의 국민들은 아직까지 다른 인종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주춤하고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정부 주도로 다문화 지원이 이뤄지다 보니 이주민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정부하고만 접촉하고 주변 지역민들과의 화학적 결합은 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양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경우는 다문화에 대한 갈등이 일상적이다”며 “최근 우리나라도 이주 노동자가 크게 늘어나 잠재돼 있는 인종 갈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다문화가정에서의 출생이 처음으로 연간 2만명을 돌파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지난해 1월 기준 15만1154명으로 4년새 3배 이상 늘었다. 1980년대부터 이뤄진 농촌지역의 국제결혼으로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이제 군대에 가거나 취업을 준비 중이다. 검은색도, 살구색 피부도 아닌 한국인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수 있게 된다. 이들이 다른 모양을 지녔다는 이유로 취업 등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면 잠재된 갈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지역주민과 지자체가 다문화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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