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상품개발 아이디어, 어떻게 나오지?

미사키 에이치로, ‘아이디어는 재능이 아니다’

“아이디어는 재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런 주장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을 소개한다. 미사키 에이치로는 1996년 오사카 대학원 공학연구과를 수료한 후에 화장품 회사 카오 생산기술연구소에서 신제품 개발을 담당하였던 인물이다. 그는 재임 기간 중에 크게 히트한 소피나 파인핏 파운데이션 개발을 주도했는데 그 경험을 기반으로 작가이자 상품개발 컨설턴트로 활동해 왔다.

이 책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히트상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8인의 성공 사례집으로 내놓은 책이다. 성공 사례집이 가진 특징은 손쉽게 다양한 사례들에서 저마다의 아이디어 창조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신상품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명확한 목표가 설정되지 않으면 노력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좋은 상품을 만들어 보자’거나 ‘좋은 아이디어를 내자’는 식의 이야기처럼 애매한 목표는 시작부터 실패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 저자가 소피나 파인핏 파운데이션 개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설문조사에서 그가 주목한 것은 고객이 바라는 상품이 두 가지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나는 ‘친구에게 칭찬받았다’와 ‘딸한테서 예뻐졌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해할 수 없는 목표를 이해할 수 있는 목표로 전환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점이 신제품 개발에서 성과를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따금 우리는 전혀 모르는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저자처럼 남자로서 여자가 사용하는 화장품을 개발해야 하는 그런 딱한 상황 말이다. 이런 경우일수록 감각보다는 데이터에 의존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데이터를 진지하게 읽고 그 속에서 개발의 포인트를 포착해 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생각하는 방법이나 일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또 하나의 비결에 해당한다.

스토리가 있는 스낵인 자가리코를 만들어 낸 일본 최대 제과업체 가루비의 신제품 개발담당자 야나이 히데마사의 개발 경험도 인상적이다. 자가리코는 감자를 원료로 한 막대 모양의 과자인데 디자인 바코드를 도입해서 히트를 친 사례에 해당한다. 바코드와 디자인의 결합은 누구든지 생각할 수 있지만 이를 실행에 옮겨서 큰 성과를 거둔 기업으로는 단연코 가루비의 자가리코를 들 수 있다. 야나이의 아이디어 개발에 대한 소신은 확고하다. “아이디어란 재능이 아니라 끊임없이 고민하여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가 제품 개발과 관련해서 제시하는 다른 훈수도 주목해야 한다. 어떤 상품이 대중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단순히 좋은 상품으로 충분치 않다. 고객이 상품에 애착을 갖게 만들어야 하는데 자가리코가 개발한 기린 캐릭터도 이런 차원에서 등장했다. 또한 그는 문제 해결책은 집요함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제대로 방향을 잘 잡아 철저하게 파고드는 일이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에서 무척 중요한데 이를 위해 수십 번, 수백 번 생각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아이디어 1000번 두드리기’라고 이름 붙인 노트 사용을 권하고 있다. 그밖에 게임회사 세가, 마쓰이 증권의 야간선물, 산토리 우롱차, 여성 속옷 와코루, 역발상으로 성공한 디지털 포레스트, 주방혁신의 선두주자 시스템 키친 클린데이 등의 개발 사례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