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철의 아하!]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지만

입력 2014-09-24 10:32 수정 2014-09-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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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논설실장

혁명이 기동전이라면 개혁은 진지전이다. 전광석화같이 승부를 낼 수 있는 혁명과 달리 개혁은 잔인하고 소모적인 쟁탈전을 동반한다. 개혁 대상의 집요한 반발은 물론 시간과의 싸움까지 이겨야 한다. 그래서 개혁이 오히려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기득권이 값질수록 더 힘들기 마련이다.

공무원엔 장점이 많다. 혜택의 백미는 연금이다. 당장 액수가 매력적이다. 지난해 20년 이상 일하다 퇴직한 공무원에게 매달 지급된 연금은 월 평균 227만원이다. 32만 명이 꼬박꼬박 받았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 145만9000원(3월 기준)보다 81만1000원이 많다. 은퇴한 공무원의 연금 수입이 땀 흘리며 일하고 있는 591만 명의 비정규직보다 55.6%나 많은 셈이다. 정규직과는 어떨까. 동급 수준이다. 260만1000원인 정규직의 87%에 달한다. ‘연금 귀족’이란 말이 허언이 아니다.

사실, 낸 만큼 받는다면 연금 수령액을 흘겨볼 필요도 없다.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그러나 세금으로 보전을 받았다면 말이 전혀 다르다. 공무원연금 적자는 박근혜 정부 5년간 매년 평균 3조원, 다음 정권 5년은 6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두 정권 10년 동안 50조원 가까이, 2030년까지 135조원이 예상된다. 화수분마냥 혈세로 공무원의 은퇴 생활까지 보장할 순 없다.

더구나 적자의 원인도 유리한 공무원의 연금 구조에 있다. 대다수 국민이 가입한 국민연금은 낸 돈의 약 1.7배를 받는 데 비해 공무원연금은 2.3배가 입금된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할 당위성은 자명하다. 저부담 고혜택의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 형평이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방치할 경우 국가 재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기 때문이다. 비록 실패했지만 20여 년에 걸친 3차례의 연금 개혁 과정을 통해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고 본다.

그러나 출발은 순탄치 않다. 새누리당과 한국연금학회가 22일 개최하려던 공무원연금 개혁안 공청회는 공무원 노조의 실력 행사로 취소됐다. 개혁안의 골자는 공무원연금 보험료를 43%가량 올리고, 연금 수급액은 34%까지 차츰 줄여 나가는 것이다. 연금학회의 방안대로라면 2016년에는 1조6000억원, 2080년까지는 333조8000억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

관피아 척결, 퇴직 후 재취업 제한, 공공기관 개혁 등 각종 공공부문 개혁으로 공직사회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노후의 버팀목인 연금에 더욱 집착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만큼 저항이 거세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당장 공무원 노조는 광고 등을 통해 ‘차라리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만큼 올리자’며 역공을 펴는가 하면, 100억원을 목표로 투쟁기금까지 마련키로 했다.

게다가 3차례 개혁 실패는 ‘역시나 증후군’을 남겼다. 정권이 결국 공무원 눈치를 보게 되면서 공무원이 개혁의 대상에서 주체로 대변신해 눈속임 수준의 ‘셀프개혁’으로 귀결될 것이란 심리다.

2006년에도 강력한 방안이 제시됐다. 신규 공무원을 국민연금에 가입시키고 기존 공무원연금도 국민연금과 조건을 맞춰서 쌍둥이로 만들자는 KDI 방안이었다. 그러나 2008년 공무원 노조·단체대표 등이 개혁 논의에 참여하면서 KDI 안은 사라지고 대신 현재의 틀이 2009년 탄생했다. 앞서 김대중 정부는 부족분을 나랏돈으로 메워주는 ‘국가 지급보장’을 법에 넣었고, 노무현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이 우선”이라며 기수를 아예 돌려버렸다.

공무원연금이 귀족 연금으로 변신하는 동안 국민연금은 푼돈 연금으로 전락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소득대체율 70%로 시작한 국민연금은 40%로 떨어졌다. 수급연령도 65세로 늦춰졌다. 개혁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 국민은 상대적 박탈감이란 고통까지 앓게 된 것이다.

공무원의 이해가 얽힌 사안에 정부 대신 새누리당이 주도권을 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공무원과 등지는 한이 있더라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의 시기를 2016년 4월 20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굵직한 선거가 없어 골든타임에 잡은 것도 적절하다.

그러나 호기 있게 출사표를 던진 새누리당이 벌써부터 흔들린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당정은 공무원의 집단이기주의와 기득권 지키기 작전에 휘둘려선 안 된다. 국민은 용두사미 개혁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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