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증권사 대표상품] 상품 베끼기 경쟁,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2014-09-2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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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기간 지나면 비슷한 상품 ‘봇물’… 개발보다 복제 치중 수익성 보장 안돼

금융투자 업계에서 고질적인 관행으로 굳어진 상품 베끼기 경쟁이 점점 더 심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운용업계 1, 2위를 다투는 삼성자산운용과 한국신탁운용 간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논란은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주가연계증권(ELS)을 구조화해 만드는 ELS펀드 상품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18일 최초로 ELS펀드인 ‘삼성 ELS인덱스펀드’를 출시했으며 뒤이어 한국투신운용은 9월 중 출시를 목표로 ‘한국투자 ELS솔루션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운용은 “한국운용이 우리 상품을 베꼈다”고 주장하고 있고, 한국운용은 “ELS를 활용하지만 상품 구조는 다르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두 상품은 모두 ELS를 구조화해 펀드로 구성한다는 기본적인 틀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ELS를 편입해 각 만기와 상환시점에 맞춰 교체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하지만 두 상품은 편입종목이 다르고 ELS의 평가 방법과 운용 형태도 다르다는 차이점이 있다.

삼성자산운용 측은 “ELS펀드는 자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상품”이라며 “상품의 독창성을 인정받기 위해 금융투자협회에 배타적 금융상품 사용권을 신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삼성자산운용이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하며 민감하게 나서는 데에는 금투업계에 만연된 ‘상품 베끼기’를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ELS는 주가나 지수의 변동에 따라 만기 지급액이 결정되는 증권을 말하는 것으로 지난 2003년부터 발행됐다. 종류는 지수형, 해외 지수형, 종목형, 해외 종목형 및 혼합형으로 나눠진다. 하지만 ELS 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를 개발하는 증권사들의 의욕은 떨어지고 있다. 상품에 대한 보호기간이 짧은데다가 유사상품들이 속속 등장해 상품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개발 의욕도 꺾고 있다.

배타적 사용권을 못 받더라도 보호기간이 끝난 후 비슷한 상품을 출시하면 되는 상황이다 보니 새로운 상품 개발에 인색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유행에 맞춰 상품을 베껴 출시하더라도 수익성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펀드 수익률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8~10년 수익률 2위를 기록했던 동양모아드림삼성그룹펀드(55.37%)는 2011~13년 156위(-11.5%)로 추락했으며, 당시 177위였던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4.6%)는 3년 뒤 46.1%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1위에 올라섰다.

박종수 금투협회장은 “갈수록 상품 개발 능력이 중요해지는 만큼, 한 곳에서 내놓은 상품을 우후죽순으로 따라하는 비정상적 관행은 협회나 감독기관이 나서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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