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증권의 아름다운 손절매

입력 2006-09-12 11:35 수정 2006-09-1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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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증권이 올해 상장주간사를 맡았던 일부 코스닥기업에서 대거 '풋백옵션'이 행사되면서, 상장주선수수료에 맞먹는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풋백옵션'이란, 신규상장종목의 주가가 상장 후 부진할 경우, 일반투자자들이 배정받은 공모주를 한 달 이내에 상장주간 증권사에 공모가의 90%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 상장주간사 입장에서는 풋백옵션 물량이 많을 경우 그만큼 이를 매입하기 위한 비용이 커진다.

교보증권의 경우 풋백옵션 행사로 떠안은 주식을 손절매해 상장주선수수료와 맞먹는 규모의 손해를 봤지만, 한편으로는 상장주간사의 역할을 다했다는 긍정적 측면도 부각되고 있다.

만약 에이치앤티와 포인트아이의 주가가 회복될 경우, 교보증권이 보유한 주식은 잠재적인 매물로 부각될 수도 있지만, 이에 앞서 손절매를 단행함에 따라 사전에 물량부담 우려를 줄여줬기 때문이다.

▲에이치앤티·포인트아이 '풋백옵션'으로 손실 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기업 에이치앤티의 상장주간사를 담당했던 교보증권은 상장 후 풋백옵션이 행사되면서 이 회사의 주식 41만2056주(5.11%)를 공모가(6800원)의 90%인 6120원에 매입했다. 매입 금액은 총 25억2178만원.

교보증권은 이 중 29만7061주를 지난 8월 초부터 9월 초까지 주당 평균 232원의 손실을 보고 팔았다. 교보증권은 현재 에이치엔티 주식 11만4995주를 남겨놓고 있는데, 이 역시 같은 금액으로 매각한다고 가정할 경우 총 24억2600만원을 거둬들여, 약 1억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

역시 교보증권이 상장주간사를 맡았던 포인트아이에서는 손실금액이 더 컸다. 교보증권은 포인트아이의 상장 후 풋백옵션이 행사되면서, 이 회사의 주식 16만8149만주(6.29%)를 주당 공모가(7300원)의 90%인 6570원에 사들였다. 총 매입 금액은 11억473만원.

교보증권은 이 중 7만7149주를 지난달 초부터 이달 초까지 매입가격 보다 주당 평균 1527원 낮은 가격에 손절매했다. 교보증권이 가지고 있는 잔여 지분 7만7149만주도 같은 가격에 판다고 가정할 경우,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총 8억4797만원으로, 매입에 소요된 금액보다 2억5600만원 가량이 모자란다. 이는 포인트아이의 상장주간사를 맡아 교보증권이 벌어들인 돈(3억원)과 맞먹는 규모로, 사실상 헛장사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기관 불성실 수요예측이 원인

이처럼 교보증권이 기업공개(IPO)주간사를 맡은 후 풋백옵션 행사로 손실을 보게 된 이유는 해당 기업의 주가 부진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기관의 '불성실 수요예측' 등이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포인트아이의 경우, 공모 당시 일반투자자에게 배정된 물량은 10만7000주였으나, 풋백옵션이 행사된 물량은 이보다 많은 16만8149주였다. 이처럼 일반투자자 배정물량보다 풋백옵션 행사 물량이 많은 이유는 기관들이 수요예측때 공모주를 배정받고도 정작 청약때는 대거 실권하는 이른바 '불성실 수요예측' 때문.

기관에게 배정된 포인트아이의 공모주 중 10만2411주가 실권되면서, 이 물량이 고스란히 일반투자자 배정 물량으로 넘어갔다. 이 때문에 풋백옵션 행사 물량도 늘어났고, 결국 교보증권은 상장주선수수료에 맞먹는 손실을 입게 된 것이다.

에이치앤티의 경우에도 당초 풋백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물량은 최대 40만주(일반투자자 배정분)이었으나, 실제로 행사된 것은 이 보다 많은 41만2056주였다. 에이치앤티의 경우, 기관 실권 물량은 없었지만 우리사주조합이 배정받은 공모주 중 20만5739주를 청약하지 않았고, 이것이 일반투자자 물량으로 넘어가면서 풋백옵션 행사 가능 물량도 당초보다 많아졌다.

▲'주간사 역할 충실했다'

한편, 교보증권이 에이치앤티와 포인트아이의 '풋백옵션' 물량을 떠안은 뒤, 이를 매입가격보다 낮은 수준에 손절매함에 따라 막대한 손실을 봤지만, 상장주간사 역할에 충실히 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교보증권이 손절매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에이치앤티와 포인트아이의 주가가 풋백옵션 행사 가격인 6120원(에이치앤티), 5510원(포인트아이) 이상으로 오를 경우, 이들 종목은 주가 상승시 잠재적인 매물 부담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교보증권은 손실을 감수하고서, 상장주간사를 맡았던 기업의 물량 부담 우려를 사전에 줄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교보증권 입장에서는 상장주간사 수수료를 상각할 만큼 손실을 봤지만, 역으로 피해를 감수하고도 주간사를 맡았던 종목의 물량 부담을 줄여줘 주가관리에 도움을 줬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기업금융 관계자는 "앞으로 두회사에 대한 잔여지분은 해당 종목의 주가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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