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인사이드] 소통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입력 2014-08-2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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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성 뉴욕특파원

▲민태성 뉴욕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재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기업은 선진경제 최고 수준의 법인세를 포함해 각종 규제 강화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맞서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재계의 갈등은 주요 기업의 본사 해외 이전을 통한 세금 회피 이슈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본사를 해외로 옮기며 세금을 피하는 기업들을 세(稅)테크형 탈영병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법인세를 내기 싫다면 시민권을 포기하라고까지 했다.

기업도 할 말이 많다. CEO들은 최고 35%에 달하는 법인세율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개혁안 실패와 각종 규제로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말도 나온다.

주요 기업의 CEO는 아예 언론에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

일반시민은 그러나 이를 당연하게 바라본다. 재계와 갈등을 겪는 대통령에 대해 큰 불만을 나타내지도 않는다. 여기에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도 한몫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적극적인 산업 및 민생 현장 방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주요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로 산업 현장을 택하고 있다. 오바마식 ‘소통 정치’인 셈이다.

그는 올 초 중산층 경제 살리기를 강조한 국정연설 직후 메릴랜드주의 코스트코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델라웨어주의 고속도로 교량 건설 현장을 찾는 등 주요 기업과 산업 현장을 뛰고 있다.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기반시설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의회에 관련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기회로 삼았다. 지난달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했을 때는 웨스트할리우드의 한 레스토랑을 찾아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장에서 근로자, 시민들과 같이 호흡하고 고충을 듣는다. 그를 맞는 근로자들의 함성은, 정치적 성향과 정권에 대한 만족도에 상관없이 대통령에 대한 친밀감과 믿음을 보여준다.

허리케인 피해지역 등 재난 현장을 신속히 찾아 대책 마련과 복구 작업을 지시하고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과 가까이 하기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소통 노력은 TV프로그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지난 2009년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NBC방송의 인기 프로그램 투나잇쇼에 출연했다.

지난달에는 경제전문방송 CNBC에서 가자지구 등 국제 현안과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군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이라는 명칭에 빗대 그를 ‘엔터테이너 최고사령관’이라고 표현하는 말까지 생겼다.

이를 두고 국정 최고지도자로서 적절치 못한 행보라는 비난도 있다. 주요직 인사에 대해서는 ‘불통’에 빠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그러나 국민 곁의 친숙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는 사실에 대한 반론은 찾기 힘들다.

외교정책에 대한 혼란과 함께 오바마가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지만, 미국 국민이 적어도 대통령에 대해 권위주의적이라며 비난하지 않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한국은 어떤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른바 ‘초이노믹스’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섰지만, 대통령이 민생을 직접 살피며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국민에게 다가가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위에서 정했으니 따르라’는 식이다.

국민과 기업인이 마음 놓고 불만을 털어놓고,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는 자리도 많지 않다. 대통령에 대한 불만과 고충을 대놓고 밝힐 수 있는 기업인이 한국에 얼마나 있을까.

최고 자리에 있는 리더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리더는 귀를 열어놔야 한다. 쓴소리를 거부하는 리더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에다 최근 교황 방한까지 잇따라 대형 이슈가 터지면서 챙길 일이 많아지기도 했겠지만, 사실 그 이전에도 대통령은 국민에게 머나먼 존재였다.

정치도 좋고, 경제도 좋다. 그러나 국민은 대통령이 가까이 있기를 바란다. 교황의 방한으로 들뜬 민심은 이제 다시 박 대통령의 소통에 주목할 것이다.

지금 한국은 저 높은 곳에 있는 최고 통치자가 아니라 소통과 만남으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진정한 지도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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