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도’, 민란의 시대에 물 만난 하정우ㆍ강동원 [리뷰]

입력 2014-07-1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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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메인포스터(사진 = 쇼박스)

하정우와 강동원의 캐스팅은 그 자체로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마초적 매력의 연기파 배우 하정우, 치명적인 매력을 담고 있는 꽃미남 배우 강동원이 선과 악으로 대립된다면 더욱 그렇다.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제작 영화사 월광 쇼박스, 배급 쇼박스)는 ‘하정우 vs 강동원’에 걸린 관객들의 기대를 너무나도 충실히 채워준다.

머리를 삭발하고 백정 돌무치와 군도 도치를 연기한 하정우는 ‘멋’을 버렸다. 멍한 표정, 어리숙한 발걸음과 말투, 맑고 맑은 순수 눈빛은 어찌 보면 하정우 연기 인생의 가장 큰 변신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의 도끼는 멋은 없지만 진솔하고 정의롭다. 하정우는 자신의 가족을 해친 탐관오리에 대한 분노와 화마저 순수하게 표현해낸다.

4년 만에 돌아온 강동원은 칼을 갈았다. ‘용서받지 못한 자’의 승영(서장원), ‘비스티 보이즈’ 재현(하정우),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형배(하정우) 등 대항마를 부각시키는 윤종빈 감독 특유의 연출력은 ‘군도’에서 강동원을 향해있다. 조선 후기 탐관오리 조윤을 연기한 강동원은 정말 강하다. 그리고 춤을 추듯 펼쳐지는 그의 검술은 아름답기까지 해 관객들을 홀린다. ‘군도’에 홀로 맞서는 조윤의 모습은 악랄하기 그지없지만 왠지 모를 응원의 목소리를 유도한다.

오랜 가뭄 속 내린 단비처럼 ‘군도’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득세로 목마른 한국영화계의 해갈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만큼 철저하게 상업적이며 쉽게 말하면 참 재밌다. 137분. 2시간 17분의 다소 긴 러닝 타임은 지루함을 느낄 새 없이 흘러간다. 하정우를 필두로 한 이성민, 이경영, 조진웅, 마동석, 윤지혜, 김재영의 ‘군도’ 라인은 구멍이 없다. 각 인물의 특색과 역할이 정확하게 배분돼 있으며 각 배우들의 연기력이 이를 온전히 관객에게 전달한다. 등장인물들은 뚜렷한 주인공의 리드 없이도 어수선하지 않으며 관객의 공감대를 쉽게 자아낸다. 인물 묘사는 가벼우면서도 조선 후기 썩어빠진 사회를 바로잡자는 대의 앞에 진지하다.

▲'군도' 하정우(위)-강동원(사진 = 쇼박스)

‘군도’는 백정과 대부호로 대변되는 극과 극의 생활 모습부터 잘근잘근 썰린 고기, 의상, 도끼 등 작은 소품까지 ‘리얼리티’를 중시한 윤종빈 감독의 고집이 잘 반영돼 있다. 현실성 있는 영화적 구성은 백성에 대한 착취가 극에 달한 조선 후기 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영화 전반적인 몰입도를 향상시킨다.

사실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는 그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세월호 참사, 잇따른 정치권 지명자들의 비리와 낙마로 절정에 달한 현 시대의 불만을 해소시켜줄 것처럼 보였다. 하정우와 윤종빈 감독의 재회라는 점은 영화에 무게감을 더했다. ‘군도’는 사회에 대한 날 선 풍자와 비판을 원했던 관객에게 조금의 허무함을 던져줄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백성들을 다스리는 자들은 오직 거두어들이는 대만 급급하고...(중략)...화려한 옷과 맛있는 음식으로 자기만 살찌우고 있다.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라는 목민심서의 대목이 통쾌하게 읊어지는 ‘군도’는 분명히 신랄한 사회 비판의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스킨헤드에 쌍도끼를 휘두르며 웃음을 주는 하정우의 멍한 표정 이면에는 사회 부조리에 가족을 잃고 도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아픔이 숨겨져 있다. 민중의 봉기를 다룬 깊고 무거운 주제에 탁월한 코믹터치가 가미돼 있다. 진중하면서 재밌다. 균형을 이룬 군도의 흥행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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