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찬의 명문가 자녀교육 따라잡기] 노둔한 아들, 끝까지 포기치 않은 아버지 '김득신家'②

입력 2014-06-1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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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

백곡 김득신이 끝까지 과거시험을 포기하지 않고 합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평소 총명하지 못한 것을 알았다. 아들이 비범하지 못하고 평범한 아이들보다 어리석은 듯 보였다. 아버지는 아들을 ‘노둔’하다고 표현했다. 한마디로 어리석고 우매하다는 것이다. 아이가 똑똑하고 총기가 있기를 바라는 게 모든 부모의 한결같은 소망인데 소년 김득신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과거시험에 번번이 낙방하자 아버지는 보다 못해 아들에게 하나의 지침을 내리기로 했다. “떨어지더라도 낙담하지 말고 60세까지는 과거에 응해보라”는 지침이 바로 그것이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에는 나이 제한이 없었다.

김득신은 계속되는 낙방에도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을 반복해 읽었는지를 표시하기 시작했다. 그가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는 직접 쓴 ‘독수기(讀數記)’에 나온다. 독수기란 책을 몇 번 읽었는지에 대한 기록이라는 뜻이다. 그는 1634년부터 67세인 1670년에 이르기까지 36년 동안 고문을 읽으며 1만 번 이상 읽은 36편의 이름과 횟수를 기록했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백이전’의 경우 무려 1억1만3000번을 읽었다고 한다. 서재의 이름도 이를 따서 ‘억만재’라고 붙였다. 오늘날로 보면 ‘반복 독서의 왕’으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다.

문집 ‘종남총지’를 남긴 김득신은 죽기 1년 전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애써서 터득한 사람이다. 결국에는 성공하는 데에까지 이르렀으니 뜻과 소원을 다 이루었다.” 김득신은 후대에 조선시대의 8대 문장가라고 회자된다.

김득신의 아버지 김치는 임진왜란 때 진주대첩에서 전사한 김시민이 손자로 경상도 관찰사를 지냈다. 아버지 역시 광해군 때 최고의 시인이란 평판을 얻었다. 그런데 백곡은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았을 터인데도 어린 시절엔 여느 신동처럼 시를 잘 지은 게 아니었다. 그는 무려 19살이 되어서야 시다운 시를 지었다. 이때 아버지는 박장원에게 당시를 가르치고 있었다. 박장원은 김득신보다 8살 적었는데 아버지와 함께 당시를 같이 배우게 되면서 평생 친구처럼, 형제처럼 지내게 된다. 아버지는 아들이 노둔하고 시도 잘 짓지 못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아들에게 시적 재능을 불어넣어 주려 애썼던 것이다. 21살 때 김득신은 부산으로 내려가 동래부사로 근무하던 아버지에게 지은 시를 보여주었다. 아버지는 시를 잘 지었다며 크게 칭찬을 했다. 김득신은 아버지에게 처음 칭찬을 들었던 터라 뛸 듯이 기뻤다고 한다.

아들은 아버지가 제일 잘 안다고 흔히 말한다. 달리 말하면 자식, 특히 아들에게 아버지만큼 좋은 멘토는 없다는 의미다. 아버지는 자녀교육에 무관심한 듯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아버지는 자녀를 늘 자신의 관심영역의 최우선 자리에 놓고 사랑의 눈으로 보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아버지는 자녀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끄는 영원한 안내자이자 조력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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