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 데뷔 20년 차가 꾸민 흔하지 않았던 콘서트 [임창정 콘서트 리뷰]

입력 2014-05-2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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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년 만에 첫 단독 콘서트로 관객들과 마주한 임창정. 그가 준비한 이번 콘서트는 20년 넘게 임창정을 바라봐준, 은퇴 선언 이후의 공백기에도 잊지 않고 임창정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선물하는 감사 인사이자 반가움의 악수였다.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임창정 전국투어-흔한 노래… 흔한 멜로디…’라는 주제로 펼쳐진 임창정의 단독 콘서트. 하지만 ‘흔한 노래 흔한 멜로디’라는 타이틀과는 상반되게 콘서트는 절대 흔하지 않았다. ‘소주 한 잔’, ‘슬픈 혼잣말’, ‘나의 연인’, ‘기다리는 이유’, ‘러브 어페어(Love Affiar)’, ‘날 닮은 너’, ‘결혼해줘’, ‘그때 또 다시’…. 손에 꼽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곡을 히트시킨 그가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꾸민 단독 콘서트이건만, 그는 단 한 순간도 짐짓 무게를 잡지 않았다. ‘만능엔터테이너’라는 그의 수식어처럼, 그의 콘서트 역시 다채롭게 꾸며졌다. 그래서 그의 콘서트는 친근했고, 따뜻했고, 재밌었다.

20년 동안 기다려준 팬들 또한 임창정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임창정이 정규 11집에 수록된 ‘오랜만이야’를 부르자, 팬들은 준비했던 ‘보고싶었어’란 플래카드를 머리 위로 올려 ‘오랜만이야’라는 곡에 화답했다. 흰색 바탕에 보라색 글씨로 쓰인 ‘보고싶었어’ 플래카드에 울컥한 임창정은 노래를 부르다 눈물을 흘렸다. 팬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점철된 눈물이었다. 그렇게 임창정과 팬들은 이번 콘서트를 통해 그동안 전할 수 없던 감사함과 미안함의 인사를 서로에게 건넸다.

이번 콘서트에는 ‘애도’가 있었다. 공연 오프닝은 25명의 천사 같은 하얀 복장의 아이들이 꾸몄다. 그들은 정규앨범 8집에 수록된 ‘위로’를 부르며 이번 콘서트를 통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고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본격적인 콘서트 시작에 앞서 추모 영상을 상영했다. 영상에는 노란 리본과 함께 “그 간단한 안녕 조차 못한…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귀가 등장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한 애도였다. 앞서 임창정은 이번 콘서트를 통해 수익금의 일부를 희생자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재기 넘치는 임창정의 콘서트는 임창정의 입을 통해 빛을 발했다. 그는 진지할 법한 첫 단독 콘서트에서도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익살스러운 멘트를 아끼지 않았다.

도트무늬 베스트에 흰색 스카프로 멋을 낸 그는 “잠깐, 코디 이거 엘비스 프레슬리야? 이게 뭐야”라면서 자신의 의상을 장난스럽게 언급했고, 임창정을 연호하는 팬들에게 “90년대 구닥다리야. 그런 거 하지마”라며 짓궂은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같은 올림픽공원 내 다른 건물에서 진행되는 엑소 콘서트를 언급하며 “그런 거 있잖아. 소리 지르다가 넘어가고, 실려 가고. 거긴 벌써 10명 실려 나갔을 거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무대 뒤편에서 옷을 갈아입다 머리를 천장에 찧던 모습을 재연하며 한 편의 콩트를 연출하더니 “너무 콘서트를 완벽하게 해도 문제야. 근데 그런 사람들이 꼭 있어. 갑자기 만담으로 변했네?”라고 말하며 시종일관 콘서트를 밝고 재밌게 만들고자 노력했다.

게스트들의 깨알 재미도 콘서트의 풍요로움에 한몫했다. JTBC ‘히든싱어’ 임창정 편에 출연했던 출연진들이 콘서트에 나타나 무대 뒤편에서 임창정과 노래를 부르며 깜짝 재미를 더했고, 임창정의 절친으로 유명한 디제이디오씨(DJ.DOC)가 출연해 ‘나 이런 사람이야’와 ‘런 투 유(Run To You)’를 열창해 뜨거운 무대를 만들었다.

다른 가수와는 달리 영화배우로서도 입지를 굳힌 그는 ‘배우 임창정’으로도 팬들과 만났다. 그는 영화 ‘비트’, ‘시실리 2km’, ‘스카우트’, ‘색즉시공’에서 입었던 옷과 헤어스타일을 재연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콘서트의 후반부에서 화려한 옷을 입고 나타난 그는 디제잉 박스와 함께 나이트클럽 분위기를 연출했다. 재밌고 시끌벅적한 음악에 신나는 분위기를 만든 그는 “멀리 계신 분들은 저를 보지 못했잖아요. 제가 앞으로 직접 가서 인사드릴게요”라면서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 한명씩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인사를 했다. 누군가는 악수를 하기도 했고, 포옹을 요구하기도 했다. 몇몇은 카메라를 들이대고 손깍지를 끼고 놔주질 않았지만, 임창정은 불편한 내색을 비치지 않았다.

그의 끔찍한 팬 사랑은 콘서트 내내 느껴졌다. 팬들을 위해 이벤트를 준비해 추첨으로 선물을 증정하기도 했고, 콘서트 중간 브릿지 영상을 통해 팬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오랫동안 기다려준 팬들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을 전했다. 콘서트의 막이 내려졌지만, 그는 아쉬운 듯 눈시울을 붉히며 손 인사를 계속했다. 엔딩스크롤도 남달랐다. 임창정을 응원해온 오랜 팬들이 직접 임창정의 콘서트를 응원하는 한 마디를 담은 영상이었다.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히트곡 40여곡으로 채워진 임창정의 이번 콘서트는 ‘흔한 노래… 흔한 멜로디’의 ‘흔한 콘서트’가 아니었다. 임창정과 팬들의 뜨거운 만남이자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팬들은 흔하지 않은 콘서트로 흔하지 않은 기억을 한 조각 마음에 깊이 새기고 돌아갔을 것이다. 콘서트 중간, 브릿지 영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달한 임창정의 이 말은 콘서트를 통해 하고 싶었던 임창정의 진짜 속내였을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고마워요. 또 하나의 인생이 되어준 당신들을. 지금 이 순간 흔하지 않은 기억으로 남겨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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