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찬의 명문가 자녀교육 따라잡기] 농아학교에 종을 달아준 까닭 '리바이 스트라우스家'

입력 2014-05-2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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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캘리포니아에서 금맥이 터졌지만 정작 돈을 가장 많이 번 사람은 다름 아닌 청바지라는 대박 상품을 만든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 1829~1902)였다. 1829년 2월 26일 독일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포목상 점원으로 출발했다. 18살에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먼저 뉴욕에 와서 자리 잡고 있던 이복형의 가게에서 일했다. 어느 정도 일을 익힌 그는 골드러시의 무대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로 옮겨 청바지 회사를 차렸다. 스트라우스는 광부들을 상대로 장사하기로 마음먹고 포목 도매상을 열었지만 매출은 기대에 못 미쳤다. 파산 위기에 빠진 그의 눈에 들어온 게 광부들이 해진 옷을 깁고 있는 장면이었다. 이때 질긴 천막 천으로 옷을 만들었는데 그게 진, 즉 청바지의 탄생이다.

오늘날 청바지의 대명사가 된 ‘리바이스’가 글로벌 파워 브랜드로 올라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공공 마케팅’이 꼽힌다. 리바이스가 ‘파워 브랜드’가 된 배경에는 이익만 탐하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공공사업과 자선사업으로 얻은 기업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는 1897년 농아학교에 거액을 기부했다.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 농아학교에 종을 달아주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조카 야콥이 종소리도 듣지 못하는 이곳에 왜 하필 종이냐고 묻자, “그래도 애들 중 몇몇은 종소리의 진동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보통 사람이면 처음부터 포기했을 가능성을 단 1%도 놓치지 않으려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그는 뉴욕 빈민가를 방문해 우유공장 건설기금을 내놓았고 아울러 미국 36개 도시에서 유아를 위한 살균우유를 나눠 주고 미국과 해외에 297개의 우유살균시설을 세웠다. 1909년 뉴저지주에 미국 최초로 아동결핵요양소를 설립했다. 직원 복지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리바이스는 1940년대 이미 공장 내 인종차별을 철폐했고 회사가 커져 남부지방으로 진출할 당시에는 흑인 노동자들도 백인과 동등한 자격으로 입사시켰다고 한다. 실연의 아픔 때문에 평생 독신으로 산 스트라우스는 자신의 재산을 고아원과 양로원,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일부는 조카 등 가족들에게 물려준 후 세상을 떴다. 현재 리바이스는 5대째 가족기업으로 이어오고 있다.

“우는 사람과 함께 울고, 슬퍼하는 자와 함께 슬퍼하고, 환자 문병하기를 주저하지 말라. 살아있는 동안 친구에게 친절을 다하라. 될 수 있는 한 손을 내밀어 원조하라.” 유대인의 고전 ‘벤시락의 지혜’에 나오는 말이다. 유대인이 유랑민족으로 최고의 성공한 민족이 된 배경에는 유대인끼리 서로 도와주고 먼저 손을 내밀어 원조해 주는 미덕 덕분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유대인 상술의 전통이 된 ‘공공 마케팅’이 시작되었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라도 ‘선한 사업’을 앞세우고 가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농아학교에 종을 달아준 그 정신, 혹은 선한 사업가의 정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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