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기본으로 돌아가자 -김덕헌 금융시장부장

입력 2014-05-20 10:57 수정 2014-05-2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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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속속 밝혀지는 사고 원인을 접할 때마다 화가 치민다.

승객은 객실에 대기하라고 해 놓고 침몰하는 배에서 먼저 빠져 나온 선장과 승무원들을 보면 최소한의 책임 의식도 찾아 볼 수 없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안전이 어찌되든간에 과적을 일삼은 청해진해운의 영업 행태에 기업윤리란 없어 보인다.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항해를 해온 이 회사는 결국 286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빼앗아 갔다. 아직도 18명은 실종자로 남아 있어 희생자는 300명이 넘어설 전망이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실망을 넘어 절망마저 든다.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스러워해 왔지만 재난안전시스템 수준은 얼마 전 여객선 침몰 사고로 수백명이 실종된 방글라데시나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정말 창피하고 부끄럽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은 선박의 무리한 증축으로 인한 심각한 복원성 결함과 화물 과적, 부실고박, 승무원 과실 등 복합적 인재로 드러났다.

그러나 더 크게 보면 ‘기본’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다. 무리하게 선박을 증축하지 않았다면 배의 구조상 결함도 없었을 것이고, 화물을 과적하지 않았다면 세월호의 복원력에도 이상이 없을 것이다.

또 화물을 원칙대로 고박하고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를 매뉴얼 대로 신속하게 했더라면 이처럼 희생자가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청해진해운, 세월호 승무원 등 어느 누구도 제대로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

사실 우리 사회의 위법적 행태는 곳곳에 만연되고 있다. 금융권도 예외가 아니다. 올 들어 발생한 대규모 금융사고를 보면 모두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사고의 경우 해당 회사들이 외주업체를 제대로 통제하지 않아 발생했다. 외부업체가 개인정보에 접근할 때에는 암호화해야 하지만, 카드3사 모두 기본적인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규정이 없어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규정을 안 지켜 발생한 사고였다. 금융회사 직원의 작은 실수였지만 그 결과는 엄청났다. 1억건 이상의 고객 정보가 털려 범죄자들에게 해당 정보가 들어간다면 얼마든지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KT ENS 협력업체 1조8000억원 대출사기 사건도 기본적인 대출심사만 제대로 했다면 발생하지 않았다.

하나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은 수백억원에서 1조원이 넘는 대출을 해 주면서 KT 자회사 매출채권이라는 신용도만 믿고 대출을 해 주었다고 한다.

대출 심사의 기본인 대출처의 신용상태, 자금사용처 등만 따져 보았어도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대출사기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금융회사의 허술한 대출 심사에 피의자들은 KT 자회사의 허위 매출전표와 SPC를 이용하는 수법을 섰다. 16개 금융회사는 눈 뜨고 사기를 당했다.

유병언 전 회장의 일가와 관계사에 대한 금융회사의 부실대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금융회사들은 대출심사를 하면서 미래 수익성을 과대평가하고 부실 자회사 채무 상환용 대출임에도 자금용도 심사를 하지 않았다.

또 담보 가치를 잡을 수 없는 교회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잡는가 하면 한도를 초과해 대출해 주는 등 부실대출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권의 부실대출이 부실한 청해진해운을 연명하게 해 준 꼴이 됐다.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얼마나 많은 사고가 나고,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나와야 우리 사회가 변화할 것인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붕괴되고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편법과 부정이 만연돼 있다.

금융권도 고객정보가 다 털리고, 1조원이 넘는 대출사기를 당해도 수습만 되면 그만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법과 규정을 지켜 우리 자녀들이 마음놓고 생활할 수 있는 희망찬 국가가 되는 것이 나의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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