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주는 왜 ‘홍명보호’에 승선하지 못했나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5-11 16:26 수정 2014-05-1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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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일본 오사카 나가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5차전 세레소오사카와의 경기에 출전한 이명주. (사진=뉴시스)

박종우!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낮은 목소리로 박종우(25ㆍ광저우)를 호명했다. 정적이 흐르던 기자회견장은 웅성이기 시작했다. 박종우의 발탁은 곧 이명주(24ㆍ포항)의 탈락을 의미했다. 이명주는 올 시즌 K리그 역사를 새로 쓴 독보적인 국내파다. 그런데 왜 이명주는 ‘홍명보호’에 승선하지 못했을까.

2014 브라질월드컵 한국 대표팀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 8일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 홍명보 감독은 브라질행을 함께 할 23명의 대표선수를 한명씩 발표했다.

골키퍼 정성룡(29ㆍ수원), 김승규(24ㆍ울산), 이범영(24ㆍ부산), 공격수 구자철(25ㆍ마인츠), 이근호(29ㆍ상무), 박주영(29ㆍ왓포드), 김신욱(26ㆍ울산) 등 일명 ‘홍명보의 아이들’이 차례로 호명됐다. 이들은 일찌감치 ‘홍명보호’ 승선이 유력했기에 이변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견은 많았다.

미드필더로 발탁이 기대됐던 국내파 K리거 이명주 대신 최근 대표팀과 리그에서 부진한 행보를 보인 박종우가 호명됐기 때문이다. 박종우는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 영광을 함께 했던 ‘홍명보의 아이들’ 중 한명이다.

홍명보 감독은 이명주의 경험과 수비 능력 부족을 이유로 박종우를 선택했다. 이명주로선 납득하기 싫은 결과였다. 그러나 충격은 잠깐으로 족했다. 이명주는 이틀 뒤인 10일 경북 포항의 포항스틸야드서 열린 2014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1골 2도움으로 맹활약하며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9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선수는 여럿 있었지만 10경기(5골ㆍ9도움)는 이명주가 처음이다.

이명주의 대표팀 탈락이 아쉬운 이유는 단순히 기록 때문만은 아니다. 이명주는 어느 포지션이라도 소화해낼 수 있는 다재다능함과 성실함을 지녔다. 지난 시즌까지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이명주는 올해 팀 사정에 따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다소 어색한 포지션이지만 그는 맡은 임무에 충실했고, 누구보다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이번에 선발된 23명의 브라질월드컵 대표선수는 평균 나이 25.7세로 젊고 큰 신장을 지녔다. 월드컵 무대를 경험한 선수는 박주영(2회) 등 5명뿐이지만 대부분 2년 전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주역이다. 결국 홍명보 감독을 주축으로 한 끈끈한 응집력이 가장 큰 무기다. 대표선수 선발이 감독의 고유 권한인 만큼 자신의 축구 스타일과 전술에 부합한 선수를 선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명주의 탈락은 국내 무대에서 꿈을 키워온 숨은 유망주들에게 좌절감을 안긴 결과다. K리그 최고 활약을 펼치고도 대표팀 명단에 오르지 못했으니 그럴 만하다. 일부 축구팬들은 “국내에선 아무리 잘 해도 소용없다” “기회 되면 빨리 외국에 나가야 한다” “실력보다 인맥이 중요하다” 등 불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02 한ㆍ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학연ㆍ지연ㆍ혈연을 끊고 숨은 유망주 발굴에 힘썼다. 박지성, 이영표, 송종국, 김남일 등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4강 신화를 이뤘고, 유럽 진출의 활로를 텄다. 이들도 처음엔 국내파 숨은 주역이었다. 그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 홍명보 본인이다.

홍명보 감독께 두 가지만 묻겠습니다. 당신의 대표선수 선발은 마치 코칭스태프 선발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한국 축구는 히딩크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대표선발 방법은 어디 쪽에 속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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