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치른 박은선, 또 한 번 날개 꺾이는 일은 없기를[차상엽의 시선]

입력 2014-04-1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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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엽 문화부 차장 겸 스포츠팀장

올해에는 브라질월드컵 외에도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대회도 개최된다. 오는 5월 14일부터 25일까지 베트남에서 열린다.

초미의 관심사는 지난해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감독들이 성별 진단 요구를 하며 논란이 된 박은선의 대표팀 발탁 여부다. 지난해 10월 박은선의 소속팀 서울시청을 제외한 WK리그 6개 구단 감독들은 간담회를 열어 박은선에 대한 성별 진단 요구를 해 선수 흔들기에 나섰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전원위원회를 소집해 이 사건을 성희롱으로 규정했고 관련 기관에 대책 마련을 권고하기도 했다.

사실 여자 아시안컵은 박은선에 대한 성별 논란을 촉발한 대회다. 지난 2010년 중국에서 열린 아시안컵 대회를 앞두고 박은선은 대표팀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중국 여자축구대표팀 상루이화 감독이 박은선의 성별에 의구심을 표명하며 그가 출전하면 AFC에 정식으로 성별 검사를 의뢰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물론 대회 직전 오랫동안 축구를 쉬었던 것도 이유였지만 결코 깔끔하지 않았던 낙마였다.

가뜩이나 저변이 약한 여자 축구에서 지난 시즌 WK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박은선의 존재감은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 6개팀 감독들이 간담회를 통해 박은선에 대한 성별 진단을 요구할 당시 내세운 논리는 “대표팀에 들어가지 못하는 만큼 리그에서도 뛸 수 없다”였다. 외국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해도 같은 국내 무대에서 활동하는 감독들이 할 수 있는 말은 분명 아니었다. 여자 축구 무대가 좁은 탓에 다른 팀이라 해도 지도자와 선수가 대부분 얽혀 있는 만큼 박은선을 모르는 감독 또한 없다.

올해 열리는 여자 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예선을 겸하고 있어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최강 멤버로 대표팀을 구성해서 내년 5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월드컵 진출을 노려야 한다. 특히 박은선은 이제 나이가 28세다. 남자 선수들과 달리 여자 선수들의 현역 활동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다. 박은선에게는 이번 기회는 마지막 월드컵 출전 기회다.

박은선은 일단 50명의 아시안컵 예비 명단 내에 포함됐다. 올시즌 5경기에서 4골을 몰아치며 맹활약 중인 만큼 예비 명단 포함은 당연했다. 윤덕여 대표팀 감독은 지난 3월 5일 키프러스에서 열린 2014 키프러스컵 대표팀 명단에서 박은선을 제외한 바 있다. 윤 감독은 당시 “성별 논란이나 인권위 결정과 관계없이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아 제외했다”고 밝혔다.

약속대로 윤 감독은 올시즌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 박은선을 대표팀 예비 명단에 포함시켰다. 선수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아시안컵은 물론 월드컵 무대를 밟을 가능성도 있다. 선수 본인은 지난해 힘든 과정을 겪었음에도 대표팀에 대한 마음이 간절하다. 소속팀 서정호 감독은 “박은선이 그간 대표팀에서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고 설명했다. 스승들의 집단 이기주의로 축구를 그만둘 위기를 겪었음에도 마음을 추스르고 대표팀에 봉사하려는 그의 의지를 내부적으로 꺾는 일은 다시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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