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금융권 모럴헤저드]‘無主空金’이 관치금융으로…‘금융사 정치화’가 禍 불렀다

입력 2014-04-0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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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때 내부통제ㆍ감독 구멍…감독기관 권위 실추도 사고 원인

“주인없는 금융회사의 정치화, 결국 화살로 돌아왔다.”

금융권 한 인사의 발언이다. 주인 없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탓에 경영이 정치화되고, 정치화된 금융회사에서 연이어 각종 금융사고가 터져 나온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1년간 발생한 대부분의 금융사고 자체가 현 정부 출범 이전부터 진행돼 왔다는 특징을 안고 있다는 점은 불안감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사실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당국의 감독·검사 기능은 손발이 묶인 상황이었다. 정부의 직간접적인 요구에 시장친화적 검사와 컨설팅 검사 등을 앞세우다 보니 금융회사에 대한 본질적인 기능이 크게 약화된 측면이 강했다. 바꿔 말하면 비자금 조성, 대출사기, 문서 위조와 횡령 등과 같은 일련의 금융사고와 같은 리스크가 언제, 어디서 터져나올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대응이 금융회사 망쳤다 = 우리 금융산업의 후진성이 이슈가 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쟁점은 ‘관치금융’이다. 금융의 정치화에서 비롯된 관치금융은 시장을 왜곡하면서 큰 부작용을 낳았다. 우리 금융산업이 ‘우물안 개구리’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데에는 금융정책과 금융권 인사에 정치권의 개입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앞선다.

금융산업의 정치화는 외부에 줄을 대고 내부적으로도 세력을 만들거나 특정인을 밀어주는 등 금융회사의 고질병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최근 들어 일부 은행에 국한됐던 정치화가 보험사나 카드사까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금융의 정치화에서 비롯한 낙하산 인사. 정치적 외풍에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니 업무 연속성도 떨어지고 발전 속도도 더딜 수밖에 없어 금융사고의 또 하나의 원인이다. 실무적인 감각보다 정무감각이 중요하다는 조직문화가 생겨나면서 경영진에서 말단 직원까지 자리 장사에 썩어가는 인력구조를 만들게 됐다.

지난해 신한, 우리, KB, 농협금융 등 수장들의 연임과 교체가 맞물리면서 정치권 인사나 청와대 인사 배후설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더 큰 문제는 그 사이 조직원들은 출신별로 줄을 서고 끌어주는 파벌문화에서 골병들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이나 KB금융 같은 두 조직이 합병한 곳에선 인사철마다 몸살을 앓고 있다. 각종 금융사고로 큰 곤욕을 치르고 있는 국민은행은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출신이 은행장부터 임원·노조위원장까지 자리를 나눠가져야 뒤탈이 없다. 잇단 금융사고는 금융의 정치화에서 비롯된 개인과 조직의 합작품이란 지적이다.

◇금융당국 역할론, ‘지난 5년 허송 세월 보냈다’ = MB정부 시절 금융감독원의 시장친화적 검사는 잇단 대형 금융사고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무소불위의 금융 권력을 휘둘렸던 4대 천왕은 당시 금융당국 수장들에게도 두려운 존재였다. 급기야 4대 천왕의 눈치를 살피다 실추된 감독기관 권위가 각종 금융사고의 원흉을 낳게 됐다.

감독과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주인 없는 금융회사에선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게 됐다. 정권이 바뀌자 부랴부랴 군기잡기에 나선 감독당국이 이를 방증한다.

금융당국 한 고위 관계자는 “전 정권에서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과 검사의 강도를 낮췄던 결과가 지금에서야 나타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며 “그때는 시장친화적 정책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검사하는 것조차 눈치가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에 시장 친화라는 입김이 들어온 건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때다. 존재 의미가 감시하고 파헤치는 역할이 아니라 금융회사 경영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기능이 퇴색됐다. 당시 은행서비스총괄국, 일반은행서비스국 등 서비스란 용어를 실국 명칭에 넣게 됐다. 금융회사 수익권 확보라는 도그마적 명제가 모든 이슈를 압도했을 뿐 금융산업에 대한 비전과 철학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 같은 허술한 감독, 감사로 인한 부조리한 금융시스템 허점이 현 정부들어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근 금융사고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수면 아래에 있는 또 다른 금융사고가 오늘도 우리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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