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공짜버스 타고 파멸의 길 갈 것인가

입력 2014-03-31 10:55 수정 2014-03-3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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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

드디어 정치권에서 ‘공짜버스’란 정책 공약이 나왔다. 아마 공짜버스에서 공짜택시로 발전하고, 나중엔 공짜 비행기까지 나올 것 같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짜상품이 경쟁적으로 개발되는 이유는 공짜상품을 통해 정치적 재미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짜급식을 통해 교육감 선거에서 정치적 지지를 얻었고, 지난 대선에선 여야 당이 경쟁적으로 공짜상품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끌어들였다.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을 설명할 때, 한강의 기적, 압축성장 등으로 표현한다. 실제 한국의 경제발전은 경제학에서도 논리적으로 이론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경제성과를 설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지만, 경제논리에 일관된 정책집행을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즉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뛰어넘을 수 없는 정치환경이었기에 가능하였다. 그런데 이젠 경제논리가 정치논리 앞에서 맥을 못쓰는 환경이 되었다. 이제 행정부의 정책개발보다 전문성없는 정치권에서 정책개발하는 것이 보편화된 세상이 되었다. 정치인들의 주된 관심은 정치적 지지를 얻는 것뿐이다. 아무리 경제논리가 출중해도, 정치적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는 정책은 휴지조각이다. 공짜공약은 이렇게 타락한 정치환경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다. 공짜급식에서 공짜버스로 발전하고, 이후로 어떤 공짜재화로 발전할지 실로 걱정이다.

한국의 경제발전이 가능했던 또 다른 요인은 세대간 신뢰다. 1960년대엔 독일 차관을 얻기 위해 한국의 젊은이들이 독일의 광부와 간호사로 일한 적이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할 곳이 없는 한국의 경제구조 속에서 그나마 독일의 막노동은 돌파구였다. 이때 이들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은 의미있는 연설을 하였다. ‘비록 우리가 고생하더라고, 이 가난을 우리 세대에서 끝내고 자식세대엔 물려주지 말자고.’ 자식세대를 위한 부모세대의 자발적인 희생정신이 한 국가를 압축성장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지금 한국은 압축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분위기의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공짜공약의 의미는 현 세대가 즐기고, 그 비용을 자식세대에게 넘기자는 것이다. 우리가 즐기기 위해 우리 자식세대가 경제부담하게 하는 국가엔 미래가 없다. 유럽의 골칫거리 국가인 그리스를 보면 알 수 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그리스의 정책 포플리즘으로 인해 지금 그리스는 국가파탄 상태다. 그리스의 국민연금 제도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그리스 국민이 퇴직시 매년 연금을 수령하는 수준이 기여금의 90% 수준이다. 이 정도면, 직장에서 은퇴하는 순간부터 죽는 날까지 파티를 의미한다. 그 재원은 전부 국가부채이며, 미래세대의 몫이다.

한 국가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경제논리도 중요하지만, 세대간 신뢰와 자식세대를 위한 부모세대의 자발적 희생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식을 위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는가. 그러나 가족 범위를 떠나 국가 차원이 되면, 공짜라는 정치상품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부모세대가 자식세대를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지금 한국은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 못하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정치권의 공짜상품 개발은 분명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 공짜급식에 이어 공짜버스가 정치적 지지를 얻게 되면, 공짜택시 정책은 바로 그 다음 수준이다. 재화를 공짜화시키는 논리는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 그러나 한번 공짜에 길들여지면, 그 사회는 논리보다 감성에 뿌리둔 정치구호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이번 지방선거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갈 자격을 갖춘 국민인지를 실험하는 장이 될 것이다. 공짜 좋아하는 감성적 국민일 땐 우리는 그리스의 길을 가겠지만, 공짜상품의 문제점에 대해 합리적 판단을 할 땐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 압축성장이 가능한 사회라면, 압축퇴보도 결코 남의 애기가 아니다. 일찍이 함석헌 선생은 ‘생각하는 국민이라야 산다’라고 설파했다. 시대는 다르지만, 요사이 같은 생각이 된다. ‘생각하는 국민이라야 한국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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