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로 본 뮤지컬 스타 캐스팅은?

입력 2014-02-28 10:34 수정 2014-03-1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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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뮤지컬 스타로 평가받으며 다양한 작품을 해 온 조승우는 유독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인연이 없다. 그 이유는 조승우의 목소리 톤이 ‘오페라의 유령’ 속 배역이 해내야 할 넘버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악, 춤, 이야기가 조화를 이루는 종합예술인 뮤지컬에서 중요한 구성 요소인 배우의 본래 음색이나 음역대의 높낮이는 캐스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내 뮤지컬계는 이보다는 무조건적 스타 캐스팅에 더욱 치중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뮤지컬 본고장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캐릭터에 걸맞은 배우의 음색이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헤드윅’, ‘닥터 지바고’ 등 다양한 작품에서 티켓파워를 과시해온 조승우는 의외로 남성의 가장 높은 음역인 테너 중에서도 드라마틱 테너로 분류된다. 경복대학교 실용음악과 조홍경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얇으면서 무게감이 아주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톤 자체가 두껍지 않은 편이나 스스로 드라마틱하게 표현할 줄 아는 것”이라고 평했다. 청강문화산업대 뮤지컬학과 이유리 교수는 조승우의 극적 음색에 대해 “그는 대표작 ‘지킬 앤 하이드’ 속 한 곡에서도 3가지의 다양한 창법 구사로 감정변화를 잘 드러냈다”며 장점으로 꼽았다.

이어 뮤지컬 ‘영웅’, ‘레미제라블’에서 굵직한 톤으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가 하면 ‘라카지’에서 게이 역할까지 소화하는 등 팔색조 연기 변신을 선보인 정성화는 하이 바리톤이나 어느 정도 테너의 음색을 드러낸다. 또한 최근 국내 최초로 뮤지컬 본고장 웨스트엔드에 진출한 홍광호는 테너와 바리톤을 편안하게 넘나드는 폭넓은 음역대와 유려한 음색으로 호평받는다. 이처럼 풍부한 음역대로 다양한 작품 속 캐릭터를 소화하기에 자유로운 연기자가 있는 반면, 자신의 고유한 음색으로 차별성을 뽐내는 배우도 눈에 띈다. 특히 뮤지컬 ‘베르테르’, ‘황태자 루돌프’의 임태경은 클래식 장르를 구가, 다양한 장르와 가미하는 크로스오버 테너다. 이유리 교수는 “임태경 특유의 감미로운 음색이 로맨스 장르를 소화하기에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또 이 교수는 아이돌 출신으로 최근 ‘디셈버’에서 흥행돌풍을 입증한 김준수에 대해 “그의 독특한 음색이 ‘엘리자벳’ 속 토드(죽음)와 더 이상 적절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맞아떨어져 높은 전달효과를 나타낸 경우”라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은 국내 뮤지컬 제작사가 묻지마 스타 캐스팅에 열을 올리느라, 작품 본위의 제작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원종원 교수는 “국내에선 음향기술자가 극중 정해진 곡의 키를 특정 배우에 맞게 일부러 조정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인기 스타를 기용하기 위해 캐릭터 음색 등에 적합하지 않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일은 웃지 못할 촌극”이라며 “해외에선 캐스팅 전문가가 작품 제작 단계부터 캐릭터의 다양한 요인 분석, 이에 들어맞는 배우만을 오디션을 통해 선정한다. 이러한 점이 국내 뮤지컬 산업의 진화를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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