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형제의 난을 계기로 재계에선 그 어느 때보다 재벌 2세들(3세·4세를 통칭하여 부름)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 와중에 김재철 동원산업 회장(현 무역협회 회장)·의 ‘독특한(?) 자녀사랑’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밑바닥의 애환을 느껴라
김 회장은 슬하에 2남 2녀를 두고 있다. 이 중에 두 아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김 회장의 자녀교육은 재계에서도 널리 소문날 만큼 혹독한 게 특징. 맏아들인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은 대학을 졸업한 후에 6개월간 참치잡이 배를 탔다. 아득히 남태평양과 베링해까지 나가 참치를 잡았다. 하루 16시간씩 중노동을 했지만 군말 없이 아버지의 지시를 따랐다. 바다와 배를 배우지 않고 동원을 이해할 수 없다는 김 회장의 지침 때문이다.
김 사장은 그물을 던지고, 참치를 잡아서 삶고 냉동시키는 과정에서부터 갑판청소 등의 온갖 허드렛일을 했다. 그는 91년 동원증권에 들어올 때도 대리로 입사했다. 첫 부서도 여의도 본사가 아니라 명동에 있는 코스모스지점이다. 지점과 채권영업, 기획실을 거치며 업력을 쌓은 뒤에야 비로소 임원이 될 수 있었다.
둘째 아들인 김남정 동원산업경영지원 실장도 밑바닥에서 시작하긴 매한가지. 지난 97년 경남 창원 참치통조림 공장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일했다. 이후 동원산업 영업부 평사원으로 시내 백화점에 참치제품을 배달하는 일을 도맡아 했다.
두 딸도 예외가 아니었다. 장녀 은자씨와 차녀 은지씨는 대학 입학 후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교육이념으로 유명해진 가나안농군학교에 들어가야 했다. 김 회장은 이곳에서 두 딸들이 흙, 노동, 근검절약의 중요성을 배우기를 바랬다고 한다.
경영자는 조직의 밑바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몸으로 깨달아야 한다는 것을 자녀들이 깨우치기 원했던 것이다.
◆분수에 맞게 살아라
김재철 회장은 6남5녀의 장남으로 향교장(鄕校長)이던 아버지 밑에서 어릴 적부터 ‘분수에 맞게 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고 자라왔다고 한다. 김 회장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교훈은 자녀들에게도 고스란히 전수됐다.
그는 어린시절 자녀들에게 ‘공짜 돈’을 절대로 주지 않았다고 한다.
김 회장은 학생시절에 한 달 용돈을 충분하게 준 적이 없다고 회고 했다. 자녀들은 돈을 더 받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내야 했다. 구두를 닦든, 청소를 하든 어떤 일을 하게 시켰다.
또, 남이 나를 위해 무언가 봉사를 했으면, 항상 감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껴 쓰는 마음은 김 회장 가정의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 김 회장의 부인 조덕희씨는 IMF 외환위기 때 타고 다니던 포텐샤 승용차를 팔아야 했다. 조씨는 그 이후 1년 동안 지하철과 택시,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