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꽃들의 36.5℃]사투리 열풍의 두 얼굴

입력 2014-02-0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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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린 주둥아리라고 아무거나 처 너부냐!” “가시나야 무서운 말 좀 하지 마라. 내도 우리 집에서 귀한 아들이다.” 참 구성지고 재밌다. 귀에 착착 감긴다.

종영 후에도 인기가 여전한 tvN ‘응답하라 1994’ 커플 삼천포(김성균)와 윤진(도희)의 대사다.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가 오가는 ‘응답하라 1994’ 속 두 사람의 입담은 시청자에게 강한 매력과 드라마의 성공 요인으로 작용했다.

‘응답하라 1994’뿐만 아니다. 최근 사투리 열풍이 방송, 영화, 예능계를 강타하고 있다. 심지어 사투리 가요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영화 ‘피 끓는 청춘’의 청춘스타 이종석, 박보영은 충청도 사투리, 영화 ‘수상한 그녀’의 심은경, 나문희는 전라도 사투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요즘 시청자와 만나는 드라마 ‘정도전’, ‘제왕의 딸 수백향’등 적지 않은 드라마에서도 주연들이 사투리 대사를 구사하고 있다. 주변부로 치부되던 사투리의 소재화와 전면화는 반가운 일이다. 더 더욱 의미있는 것은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단역이나 조폭 등 부정적인 캐릭터나 사회에서 천대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언어로 전락시켰던 사투리가 주연의 언어로, 전문직 캐릭터의 대사로 등장하며 지역민과 사투리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크게 개선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특색의 문화와 생활, 지역민의 향취, 역사를 담고 있는 사투리는 생활사의 보고(寶庫)로서 지켜나가야 할 우리의 중요한 자산이다. 그럼에도 사투리는 그동안 획일적 표준어 정책으로 인해 소중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대중에게 세련되지 못하거나 저급한 것으로 취급돼 왔다. 사람들의 언어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영화, 방송 등이 사투리는 촌스럽고 저급하며 서울말은 세련됐다는 편견과 왜곡된 시선을 확대 재생산시킨 것이다. 사투리에 대한 편견은 지역민에 대한 왜곡된 시선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대중문화계에 불고 있는 사투리 열풍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사투리 열풍은 사투리와 지역민에 대한 편견을 개선하고 극단적으로 흐르고 있는 서울 중심의 획일적 문화에서 벗어나 문화 다양성을 확대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또한 지역의 생활과 문화를 복원하는 역할까지 한다.

하지만 씁쓸함도 있다. 일부 매체와 대중문화에서 비쳐지는 사투리는 그 자체가 지닌 온전한 고유 가치를 전달하기보다는 흥미 위주의 수단으로만 쓰여 사투리와 지역민에 대한 스테레오타입화된 고정관념을 고착화하는 병폐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일부 드라마나 영화에서 표준어와 사투리의 서열화뿐만 아니라 사투리 간 서열화를 조장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코미디 그리고 가요에서 활용이 급증하고 있는 사투리는 이제 지역 문화와 언어의 복원이라는 큰 의미을 살리고 지역민에 대한 자부심을 부여하는 계기로 발돋움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투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창의적 태도를 모색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전라도 말씨의 의사들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다정다감한 경상도 남자와의 알콩달콩 로맨스 영화는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것이다. 아직은 그렇게 자연스럽지는 않다. 사투리 열풍이 더 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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