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초짜맘 육아일기]‘모유수유’, 나와 너의 첫 시련

입력 2014-02-0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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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이 끝났다고 모든 산을 넘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몸부림치며 올라야 할 험준하고 가파른 ‘육아의 산’이 버티고 있으니 그 수많은 시련들 중 가장 처음 마주하는 것은 다름아닌 모유수유다.

전문가들은 모유수유를 적극 권장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모유수유에 대한 초보맘들의 고민은 ‘젖이 돌지 않는다’는 고민부터 ‘빠는 힘이 약해 나오지 않는다’거나, ‘아예 물 수가 없어 직수가 어렵다’는 등 다양하다. 지겹겠지만 전문가들이 조언하듯 물리는 수밖에 없다. 엄마와 아기가 서로에게 적응하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모유수유가 제대로 진행된다고 해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체온과 심장소리를 주고 받으며 정서적 교감을 이루던 엄마와 아기에게도 시련은 찾아온다. 생후 3개월 내게도 이런 시련이 급습했다. 귀차니즘 발동으로 종종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않고 물이나 미역국도 잘 먹지 않은 탓인지 어느 순간부터 모유량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모유량이 많아 홍삼과 오렌지, 양배추 요법을 권유받았던 나로써는 충격이었다.

모유수유는 더이상 기쁨을 주지 못했다. 아기는 줄어든 모유에 부쩍 울음이 늘었고 그런 아기를 붙들고 있는 나도 울음을 터뜨렸다. 완모에 실패했다는 자괴감마저 들었으니 멘탈도 온전할 리 없었다. 모유수유 만큼은 온전히 혼자만의 싸움이라는 선배맘들의 속내를 절절하게 실감했다.

단유를 할 생각이 없었기에 지체 없이 모유량 늘리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우유와 두유, 물 섭취는 물론 미역국과 스틸티, 돼지족 우린 물까지 모유량을 늘리는 동서양의 방법을 총동원했다. 하루 1리터는 어림도 없었다. 물은 보기만 해도 토할 듯, 스틸티는 몸에서 허브향이 진동할 듯 마셨다. 유선을 막을 수 있는 우유와 아기에게 가스를 유발하는 두유를 피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지만 이런 고민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 매 끼니마다 젖을 충분히 물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밤중 수유 역시 모유를 늘리는 데 필수였지만 쭈니는 이미 밤 수유를 끊은 상태였다. 대신 밤 중 유축을 하는 방법을 택했다.

문제는 분유였다. 유두혼동이나 모유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질까 두려웠고, 완모에 대한 꿈을 버리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모유가 줄고 엄마가 고민하는 사이에도 아기는 여전히 자라고 있었다. 모유량이 회복될 때까지는 분유로 배를 불리는 게 낫다는 판단에 쭈니에게 하루 두 세번 분유를 물려 혼합수유를 시작했다. 실패와 성공, 어떤 결과를 얻든 모험이 필요했다. 쭈니는 다행스럽게도 한 쪽에 맛을 들이거나 집착하지는 않았다.

전쟁 돌입 20여일 만에 모유는 늘었지만 처음 양에 미치지는 못했다. 쭈니는 하루에 한 번 분유를 먹을 수 있게 됐고, 직장에 나갈 날을 대비해야 했던 나는 여기에 만족하기로 했다.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게도 왔다. 잘 따라준 쭈니에게 감사했다. 하지만 정말이지 잠시였다. 쭈니와 내 앞에, 남들은 ‘100일의 기적’이라 부르는 또다른 고난의 문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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