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잡’이 뭐길래…할리우드 흥행 반가운 이유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4-01-2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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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잡' 메인 포스터(사진 = 싸이더스 픽처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연 초 박스오피스를 장식하며 흥행질주 중이지만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의 전유물’이란 인식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애니메이션이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것도 심히 오랜만이다. 한국산 애니메이션 ‘넛잡: 땅콩 도둑들’(이하 ‘넛잡’)이 북미 시장에서 한국 영화사를 새로 쓰고 있지만 크게 피부로 와 닿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잘했다”며 박수 한 번 쳐주고 넘어가기엔 ‘넛잡’의 고군분투가 예사롭지 않다.

‘겨울왕국’이 국내 극장가에서 애니메이션의 경쟁력을 고조시키고 있는 가운데 ‘넛잡’이 태평양 건너 할리우드를 놀라게 하고 있다. 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넛잡’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북미지역 3427개 상영관에서 개봉, ‘겨울왕국’, ‘론 서바이버’, ‘잭 라이언’ 등을 제치고 2위에 올랐고, 6일 만에 총 273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이미 제작비 450억의 절반을 회수했고, 개봉 첫 주말 중 4000만 달러 돌파가 유력하다. 역대 할리우드에 진출한 한국영화 중 최고 신기록이다.

2007년 ‘빈수레가 요란’했던 심형래 감독의 ‘디 워’를 포함해 ‘괴물’,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그 어떤 1000만 영화도 해내지 못한 쾌거를 ‘넛잡’이 해냈다. 물론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오픈로드가 배급을 맡았고, ‘토이 스토리’ 피터 레페니오티스, 론 카메론 작가 등이 제작에 참여했지만 ‘넛잡’은 엄연히 한국 애니메이션이다. 국내 영화사가 아이템을 개발하고 제작비를 마련했으며 우리의 3D 기술이 구현됐다. 특히 평균 800억~10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 비해 ‘넛잡’의 450억은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과정 역시 한국인의 저력과 닮아있다.

‘넛잡’의 발자취는 한국 문화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획기적 결과물이다. 한국 드라마는 이미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한류를 주도하고 있다. K-POP은 대중가요를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K-MOVIE의 차례다. 지난해 영화 관객 2억명 시대를 연 한국 영화시장은 제작투자자들에게 훌륭한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브래드 피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할리우드 스타들의 연이은 방한이 그 단적인 예이다.

2014년 상반기 개봉을 앞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4’, ‘캡틴 아메리카’ 등은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홍보에 주력하는 등 달라진 위상 앞에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과거 스크린쿼터 제도에 목매던 한국영화는 이제 박스오피스 1~2위를 넘어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60%에 달하며 국내 시장이 좁다고 외치고 있다.

지난해 ‘설국열차’는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송강호, 고아성 등 국내 배우들의 조화 속에 전 세계 167개국에 판매됐다. 그 어느 때보다 한류 영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완성도 높은 스토리, 다양하고 개성 강한 캐릭터의 구현을 바탕으로 전 세계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충리우드’(Chungllywood)의 탄생도 불가능은 아니다. ‘넛잡’을 보며 열광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에서 과거 ‘라이온 킹’, ‘알라딘’ 등을 통해 꿈을 키운 우리의 모습이 새삼 생각나며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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