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한국경제, 올해도 쉽지 않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입력 2014-01-2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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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한국경제가 3.9% 정도 성장하면서 상당한 경기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 전망처럼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 경제의 일정한 회복세 등 긍정적 요소가 없지 않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우려해야 할 부분 또한 적지 않다.

우선, 미국 출구전략에 따라 정책금리와는 별도로 채권시장에서 결정되는 시장금리는 올라갈 공산이 크다. 이미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출구전략 시사 발언이 처음 나온 지난해 5월 이후 약 1.3%포인트 상승한 게 증거다. 시장금리가 올라간다는 것은 쉽게 말해 돈값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시대에는 돈값이 높아지는 쪽으로 빠져나가는 단기 투자자금이 한국의 시장금리도 올려놓게 마련이다. 실제로 한국의 국고채나 회사채 금리도 정도는 덜 하지만 지난해 5월 이후 큰 흐름에서 꾸준히 오르고 있다. 가계대출의 80%, 기업대출의 65% 정도가 변동금리 대출이라는 점에서 시장금리가 오르면 직간접적으로 금리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나 공기업 등도 국고채나 특수채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높아진다.

한국은 가계, 기업, 공공 가리지 않고 경제위기 이후에도 부채를 잔뜩 늘려놓았다. 그 결과 이들 세 부문의 이자를 무는 총부채 규모만 3300조원에 육박한다. 금리가 1%만 올라도 전체적으로 이자만 33조원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물론 부채와 함께 금융자산을 가진 주체도 많겠지만, 부채를 잔뜩 지고 있는 경제주체들 입장에서는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흐름에 따라 이미 과도한 부채에 허덕이는 가계의 소비 여력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공기업과 정부 등 공공부문도 재정이나 공기업 부채를 동원한 부양책을 구사하는데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오히려 세수 부족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를 걱정하거나 공기업 부채 감축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내세우는 배경도 실은 지난 5년여 두 배가량 늘어난 공기업 부채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부실 정리와 구조조정을 지연시킨 탓에 건설, 조선, 해운 등 3대 부실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부채 문제도 올해 더 지속되거나 확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상위 소수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다수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부채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특히 STX그룹이나 동양그룹 사태에서 보듯이 부실 계열사에 대한 그룹 차원의 지원에 나서다 그룹 전체가 공멸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사태가 올해 몇몇 다른 그룹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편으로는 한국 주가, GDP, 수출실적 등에서 큰 착시효과를 만들어온 삼성전자의 성장성도 한계가 뚜렷해질 것이다. 일본의 엔저 공세에 따라 현대-기아차 등의 수출 실적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3년 동안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미국과 일본이 자동차업체들이 우상향의 판매 실적을 보여준 반면 현대-기아차만이 정체를 거듭해온 것도 일찍 환율효과를 소진해버린 탓이 크다. 특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가 올해도 7%대 정도의 성장률에 머무는 가운데, 미국이 과거처럼 왕성한 수입을 하지 않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기에 ‘중국을 통한 우회 수출’도 크게 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한계에 이른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 문제가 봄 이사철 이후 다시 불거질 공산이 크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반기에 본격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업 부실 확산과 가계부채의 불안 요인이 지속되면서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금융권 실적은 올해도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의 급락 여부 등에 따라 상당한 타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볼 때 안타깝게도 한국경제는 올해도 저성장 기조를 이어가며 지뢰밭을 건너야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 빚잔치로 눈속임하고 구조개혁을 게을리한 나라가 뒤늦게 치러야 할 비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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