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국민기업 타타그룹의 사이러스 미스트리 회장이 자신만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초 미스트리는 라탄 타타의 뒤를 이어 타타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미스트리 회장은 취임 2년째로 접어들었지만 아직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아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전임자인 라탄 타타는 영국 철강업체 코러스와 럭셔리자동차업체 재규어랜드로버를 사들이는 등 굵직굵직한 인수ㆍ합병(M&A)을 성공시키며 글로벌 기업계에 타타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지난해 3월 마감한 2012~2013회계연도에 타타그룹은 1050억 달러(약 112조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그 가운데 해외시장 비중은 63%에 달했다. 이는 분명히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던 전임자의 공이라고 FT는 전했다.
미스트리 회장은 전임자와 달리 신중한 리더십을 펼치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타타그룹의 M&A 규모는 3억85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코러스를 인수했던 지난 2006년 M&A 규모가 180억 달러에 달했던 것과 대조된다.
이런 조심스런 행보는 인도 경기둔화 등 안 좋은 여건 속에서 내실을 꾀하려는 미스트리 회장의 의도를 반영한다는 평가다. 타타그룹과 함께 일했던 한 투자은행가는 “타타는 올해도 대형 M&A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은 회사를 사기보다는 매각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타타는 인도 5대 이동통신업체이지만 최근 시장점유율도 떨어지고 손해를 보는 자회사인 타타통신 지분을 영국 보다폰에 매각하려 하고 있다.
타타스틸 유럽사업부(구 코러스)는 지난 회계연도에 13억 달러 순손실을 기록했고 타타자동차도 판매 감소 추세여서 미스트리 회장이 신중한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또 미스트리 회장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미스트리가 아프리카ㆍ아시아 신흥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소매와 금융서비스를 확대하려는 분명한 전략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타타가 다른 인도 기업보다 훨씬 견실하지만 투자자들은 이전보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런던 소재 투자은행 에스피리토산토의 닉 폴슨-엘리스 신흥시장 대표는 “미스트리 회장이 투자자들에게 너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며 “투자자들은 타타가 어디로 갈지 모르고 있다. 이들은 그룹의 전반적인 큰 그림을 보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