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그녀’, 당신은 언제로 돌아가고 싶나요? [리뷰]

입력 2014-01-0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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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그녀' 메인포스터(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여자 10대는 통통 튀는 농구공, 모든 남자들이 그녀를 쟁취하기 위해 뛰어 오른다. 20대는 럭비공, 남자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30대는 탁구공, 치열하진 않지만 집중력이 높다. 40대는 골프공이다. 한 남자가 공 하나만을 바라보고, 경쟁자는 없다. 50대 이후는 남에게 던져주는 피구공으로 전락한다.

영화 ‘수상한 그녀’(제작 예인플러스, 제공 CJ엔터테인먼트, 감독 황동혁)의 오프닝은 여자의 삶을 운동경기의 공에 비유하며 공감대를 형성, 단숨에 영화의 세계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공으로 표현된 여성의 삶은 이내 젊음과 나이듦에 대한 고찰로 발전돼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추억과 미래의 모습을 동시에 생각하게 만든다.

‘수상한 그녀’는 일찍이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아들을 키워온 억척 할매 오말순(나문희)이 어느 날 갑자기 꽃다운 스무살 시절로 돌아가 오두리(심은경)의 삶을 살게 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소 비현실적인 극 전개이지만 영화는 오히려 지극히 현실적이다. 아들을 끔찍이 생각하며 며느리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지만 정작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오말순의 삶은 우리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뽀글이 파마와 촌스러운 패션을 고스란히 이어 받은 오두리가 겪는 ‘젊음의 환상’은 이전에 공개된 말순의 ‘현실’과 지극히 상반되며 보는 관객들에게 흐뭇함과 먹먹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수상한 그녀' 스틸컷(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이처럼 ‘수상한 그녀’의 매력은 유쾌한 젊음을 담은 코믹 판타지와 삶의 애환을 담아낸 짠한 현실세계의 절묘한 어울림에서 나온다. 만 73세 나문희와 만 20살 심은경의 2인 1역 캐스팅은 ‘수상한 그녀’가 가진 신의 한 수이다. 두 사람의 조합은 우리네 삶을 통째로 스크린에 옮겨 놓으며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여기서 심은경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실제 20살에 불과한 이 여배우는 나문희, 박인환, 성동일 등 관록의 배우들 사이에서 팔딱 팔딱 튀는 존재감을 발휘한다. ‘빗물’, ‘나성에 가면’, ‘하얀 나비’ 등 80년대 추억의 명곡들을 감칠맛 나게 부르는 심은경의 모습은 최근 문화계 대세로 떠오른 ‘복고’의 향을 진하게 전달한다. “니 눈에는 내가 아직도 처녀로 보이냐?”는 심은경의 대사는 누가 봐도 할머니의 음성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심은경의 매력에 홀리며 ‘나의 젊은 시절’을 유쾌하게 떠올리며 웃을 수 있다.

‘수상한 그녀’는 심은경, 나문희, 박인환, 성동일, 이진욱, B1A4 진영, 김현숙, 김슬기 등 신구배우들이 적절히 조화된 멀티캐스팅에서 엿볼 수 있듯 오는 설 가족 단위 관객의 구미를 강하게 당긴다. 최근 연인 단위의 관객에서 가족 단위로 관객층이 확장된 극장가에서 ‘수상한 그녀’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특히 ‘변호인’, ‘용의자’ 등 한동안 사회 시사점과 강렬한 액션이 주를 이뤘던 영화계 분위기상 ‘수상한 그녀’의 발랄함은 관객에게 신선함과 친근함을 동시에 안길 전망이다.

영화는 젊은 시절로 돌아간 오말순의 행복을 통해 관객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언제로 돌아가고 싶나요?” 상영시간 124분, 15세이상관람가, 22일 국내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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