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국 음주운전, 비난 가치도 없다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1-06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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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그럼 그렇지.” 최성국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최성국(31)은 지난해 12월 27일 새벽, 서울 관악구 신림동 대로변에서 신호 위반으로 경찰 단속에 걸렸지만, 멈추지 않고 달아나다 한 골목길에서 차를 세웠다, 당시 최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086%였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후배와 좋지 않은 일이 있어 한잔했다. 당곡사거리에서 200m 정도 밖에 운전하지 않았다. 경찰이 따라오는 건 못 봤다”고 진술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스포츠팬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최씨는 이전에도 음주운전으로 1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어 비난의 수위는 한층 더 높아졌다.

최씨에 대한 불신은 이제 분노를 넘어선 듯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단순히 비난을 쏟아내기보다 교훈으로써 되새김질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승부조작 선수들의 그라운드 복귀는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1년 K리그 승부조작에 가담해 선수 자격을 박탈당했다. 당시 경찰의 1~2차 조사를 통해 총 4명의 선수가 구속됐고, 51명의 선수는 영구 제명당했다. 이 사태로 K리그는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이듬해인 2012년에는 관중이 33.2%나 줄어 축구팬들의 불신과 분노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케 했다.

그러나 최씨의 행보는 혀를 내두른다. 국내에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자 마케도니아 1부 리그 FK라보트니키의 훈련캠프에 합류하는 등 해외진출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제축구연맹(FIFA)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최성국의 선수 활동 제한을 전 세계로 확대시킴으로써 최씨의 축구 인생은 완전히 막을 내렸다.

그러나 최씨의 뻔뻔한 행보는 계속됐다. 경기 성남의 한 병원에 사무원으로 취직, 사회봉사활동을 하며 K리그 복귀를 노렸다. 이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7월 정기이사회를 열어 영구제명 선수들의 보호관찰 기간 경감을 발표했지만, 네티즌의 강력한 반발로 없던 일이 됐다.

자칫하면 추악한 범죄자들을 다시 그라운드로 불러들이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일어날 뻔했다. 스포츠 선수의 승부조작은 어떤 형태든 용납될 수 없다. 선수로서 영구 제명은 물론 재기 자체도 불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승부조작은 스포츠 선수이기를 포기한 비양심적 행동으로 믿고 의지한 팀 동료를 배신하고, 열정적으로 응원해준 팬들을 능멸하는 저급한 범죄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하며 땀과 눈물로써 결실을 맺고자 했던 팀 동료들의 꿈과 희망을 무참히 짓밟는 행위이기도 하다.

모든 스포츠는 정정당당하게 기량으로써 승부를 겨뤄야 한다. 어떤 상황이라도 부정한 방법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 일부 선수는 승부조작 가담을 낮은 연봉 탓으로 돌리지만, 지난해에는 감독이 승부조작에 가담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80~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강동희(48)다. 결국 ‘승부조작=낮은 연봉’이 아니라 스포츠 선수로서의 최소한의 양심과 인간 본성의 문제인 듯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두 얼굴의 가면으로 팀 동료와 스포츠팬을 우롱하는 선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을 일이다.

최성국 씨,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겠소. 진정으로 과거를 반성하고 있다면 축구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그것이 지금껏 응원해준 팬들을 위한 마지막 보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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