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파렴치한 공기업 부채 떠넘기기-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입력 2013-12-1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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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기업 개혁과 관련한 발표를 보면 한마디로 사태 왜곡과 책임 전가의 극치다. 한국은행 자금순환표상의 공기업 금융부채는 2007년 338조9000억원에서 2012년 말 582조원으로 약 243조1000만원가량 늘어났다. 2002~2007년 공기업 부채 증가액이 135조7000만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훨씬 더 많이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노무현 정부 때보다 이명박 정부 시기서 급증한 공기업부채의 대부분은 정권 차원의 과시용 사업 추진과 국책사업 실패, 정부 차원의 분식회계 등에 따른 것이다.

부동산 및 건설 경기 부양에 동원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부채가 2007년 말 66조9000억원에서 138조1000억원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 대표적이다. 건설업체들의 미분양 물량을 사들이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개발사업 등에 무리하게 동원되는 과정에서 부채가 급증한 것이다. 전체 22조원 규모의 4대강사업의 상당 부분을 대신 떠맡은 수자원공사의 부채가 그 과정에서만 8조원가량 늘어난 것 역시 대표적 사례다.

지금 파업 중인 코레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코레일의 부채는 2007년 5조9500만원에서 2013년 6월 현재 17조6000만원까지 늘어났다. 민자사업으로 추진한 인천공항철도가 당초 예측 교통량에 한참 못 미쳐 대규모 적자가 나자 코레일은 1조2000억원 부채를 끌어와 이를 인수해야 했다. 경부고속철도 건설에는 예상 사업비의 5배에 이르는 18조4000만원이 들어갔다. 이 역시 예측 오류에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노선 변경 등이 뒤얽힌 결과였다. 이 사업은 결국 코레일에게 약 4조5000만원의 부채를 지웠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에 무리하게 참여했다가 부채는 더 급증했다.

이밖에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무리하게 해외 자원개발에 나섰다가 실패해 역시 부채가 급증한 에너지공기업들도 비슷한 양상이다. 이처럼 급증한 공기업 부채 대부분은 정권 차원의 무리한 사업 추진과 정책 실패, 정부 수족처럼 움직여온 공기업 경영진들의 무소신과 무능이 어우러진 것이다. 전문성은 없고, 탐욕으로만 넘쳐나는 낙하산 인사들의 부정부패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이에 대해 책임지는 집권자나 정부 관료 단 한 사람도 없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숱한 비리에 대한 제대로 된 검찰 수사도 없다. 더 눈 뜨고 볼 수 없는 것은 기득권세력의 행태다. 정부와 기득권 언론들은 공기업 부채 급증을 노동자들 탓으로 돌리고 있다. 강성노조와 이들의 요구에 따른 후한 복지후생 때문인 듯이 몰고 가고 있다. 일부 그런 측면이 없지 않겠으나, 그것은 매우 부차적이고 후순위의 문제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은 공기업 부채가 급증한 현실을 근거로 사유화(privatization)를 부르짖고 있다. ‘주인이 없어서 방만한 경영을 하는 것이니 주인을 찾아주자는 논리다’ 한 마디로 정말 기득권 본색이다. 10년 동안 세계 최우수 공항으로 손꼽히는 인천공항공사도 주인이 없기는 매 한 가지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경쟁? 예를 들어, 수서발 KTX노선을 코레일 자회사 형태로 만들어 경쟁시키면 경쟁 효과로 경영이 효율화된다고 주장한다. 세상에 어느 미친 기업이 똑같은 사업 영역에 자회사를 만들어 경쟁하는가? 더구나 가만히 있어도 누구나 돈 될 줄 아는 알짜배기 KTX노선을 떼주고서 경쟁시키면 그게 경쟁 효과 때문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

이런 식으로 말도 안 되는 엉터리 논리가 기득권 언론들의 지면을 통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고자 하거나 국민이 편한 올바른 개혁 등은 안중에도 없다. 이런 현실을 보고 있으면 지금 한국 사회는 몇 가지 땜질식 개혁이 아니라 정말 근본적인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나라에서 국민으로 사는 것은 정말로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기득권의 탐욕이 극에 이를수록 그것이 결국 제 무덤을 파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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