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민족의 스포츠 씨름까지...믿을 스포츠 있나[차상엽의 시선]

입력 2013-11-1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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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배구, 야구, 농구 등 4대 프로스포츠 종목에 대한 승부조작 사건 파장이 아직 잠잠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씨름판도 추악한 승부조작의 영향권에 놓여있음이 사실로 확인됐다.

씨름은 수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민족 전통의 스포츠다.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수두룩한 여타 프로스포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역사와 전통이 담긴 종목에서조차 금전을 주고받으며 승부를 조작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번 씨름에서의 승부조작은 우승 타이틀 획득을 위해 개인간의 거래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일단 조사됐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조직적인 브로커의 개입이나 일선 지도자가 포함됐다는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승타이틀을 놓고 당사자들이 임의로 승부를 조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씨름에 대한 신뢰는 이미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씨름이 역사 속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비중을 생각하기 전에 이번 사건은 새로운 방식의 승부조작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까지 승부조작이 드러난 종목들은 경기 당사자 외에도 이른바 경기를 디자인하는 브로커들이 존재했다. 축구, 야구, 배구 등에서는 이 브로커들이 조직적으로 승부조작에 가담할 선수들을 모집하고 그들을 통해 전체 경기의 승패, 혹은 경기의 일부 상황을 조작했다. 물론 선수들은 그에 대한 대가를 브로커로부터 받아 챙겼다.

반면 농구는 지도자가 주전 선수들을 제외하는 방법으로 승부를 조작했다.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된 강동희 전 감독은 시즌 막판 순위가 이미 결정된 이후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함이었다고 변명했다. 실제로 그 같은 경우는 타 종목에서도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돈을 주고받은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강 전 감독의 경우도 돈을 내는 전주와 이른바 브로커가 조직적으로 개입된 경우였다.

이에 반해 이번 씨름에서의 승부조작은 다분히 원초적이고 일차원적이다. 단체경기가 아닌 개인경기에서 승부를 펼치는 당사자들 간에 돈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승부조작을 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이보다 단순하면서도 분명한 방법은 없다. 제3자가 개입할 필요도 없고 직접 돈을 주고받은 뒤 일부로 져주면 되는 단순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대일 경기에서는 언제든 일어날 수도 있고 이를 방지할 마땅한 방법도 없다. 이번처럼 친척 명의의 통장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현금을 주고받았다면 적발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간 승부조작 사례가 발생하면 해당 경기 연맹은 관련 선수 제명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강화에 힘써왔다. 하지만 프런트의 노력과 달리 승부조작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음이 증명됐다. 더구나 이처럼 개인종목에서는 선수 스스로의 양심에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다. 스포츠는 정직과 노력이 생명이다. 편법이 통한다면 더 이상 스포츠라 할 수 없다. 결과가 흘린 땀에 비례하지 않고 은밀하게 거래한 돈의 액수에 비례한다면 더 이상 스포츠는 설 자리도 없을 뿐더러 가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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