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그림이 있는 골프] 스윙의 철칙은 없다

입력 2013-11-1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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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삽화 방민준(골프칼럼니스트)

19세기만 해도 영국의 골퍼들은 교습서를 멀리 했다. 당연히 교과서적 스윙도 없었다. 교습서조차 “샷이란 클럽을 올렸다 내리는 것일 뿐 너무 세세히 신경을 쓰면 전체의 리듬이 파괴돼 진보가 저해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크리스티 오코너라는 골퍼는 “골프는 볼의 중심을 맞히는 게임이다. 모습과 모양은 묻지 말라”고까지 말했다.

브리티시 오픈에 지미 킨세라라는 아일랜드 골퍼가 출전했는데 그의 플레이를 본 더 타임스 기자는 “불가사의한 선수도 있다. 그는 전혀 백스윙도 하지 않고 250야드나 날려 보냈다”고 썼다. 사연을 알아보니 그의 어머니가 집에서라도 스윙연습을 하라고 채근해 천장이 낮은 지붕 밑 다락방에서 매일 300회 이상 클럽을 휘두르는 연습을 했기 때문에 백스윙 없이도 볼을 날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1907년 브리티시 오픈에 처녀 출전해 당시 골프의 세 거인이라는 해리 바든, 존 헨리 테일러, 제임스 브레이드를 꺾고 깜짝 우승한 바스크 출신의 알루누 메시가 남긴 일갈은 스윙의 철학을 깨닫게 한다.

“골프의 스윙은 자유다. 골프는 과학적 용구를 갖고 비과학적으로 하는 게임이다. 개성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유럽에서는 미국식 정통 스윙법을 배우고 온 골퍼들을 향해 ‘변태’라고 비난했을 정도로 스윙 자유주의가 팽배했다.

물론 단시간에 효과적으로 좋은 스윙법을 익히려면 교습서를 읽고 레슨코치의 지도를 받는 게 옳다. 그러나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모델의 스윙과 꼭 같아지려고 기를 쓸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결코 그렇게 되는 일은 없으니까.

아름답고 힘찬 스윙을 자랑하는 애덤 스콧이나 세르히오 가르시아도 젊었을 때 타이거 우즈의 스윙을 닮으려고 애를 썼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의 신체조건과 리듬에 맞게 조정하면서 타이거 우즈의 그것과는 다른 그들만의 완벽한 스윙을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마추어가 프로와 같은 스윙을 하겠다고 덤비다간 스스로 골프 리듬을 잃을 뿐만 아니라 골프 자체의 묘미를 맛보지 못하고 비탄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특히 나이가 40줄로 접어들었다면 스윙을 뜯어 고칠 게 아니라 나만의 개성 있는 스윙으로 굳힐 때다.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인 골퍼라면 남들이 어떻게 보든 지금의 스윙은 가장 편하고 익숙한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도 좋다.

그러나 젊고 라운드할 날이 길게 남은 경우라면 스피드나 파워를 낼 수 있는 스윙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악습은 하루빨리 고칠 것을 권한다. 몇 달 필드 행을 포기하고서라도 기본만 갖춰 놓으면 골프가 선사하는 많은 축복을 만끽할 수 있다.

지구에 나무의 가지가 같은 것이 없듯, 잔디밭 위에 버티고 선 골퍼들의 스윙 역시 같은 것이 없다. 누가 뭐래도 지금 나의 스윙은 내게 가장 알맞은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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