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한국 중소기업의 3대 패러독스

입력 2013-11-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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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가톨릭대 교수ㆍ아시아중소기업협의회 회장

대기업과 한국경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업력, 연구개발을 통한 상품력, IT(정보통신)를 바탕으로 하는 생산력이라는 3대 능력을 바탕으로 성장동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글로벌시장을 동력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글로벌 패러독스, 한국의 높은 연구개발비 투자에도 불구하고 그 혜택에서 소외된 R&D(연구개발) 패러독스, 디지털 강국임에도 IT 활용도가 낮은 IT 패러독스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3대 패러독스가 중소기업 생태계의 건강성을 위협하는 커다란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중소기업은 이러한 3대 패러독스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글로벌화, 전문화, 스마트화를 이뤄야 한다.

시급성에도 순서가 있다. 우선 전문화를 이뤄야 한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중소기업이 생태계적 틈새(ecological niche)를 자기 시장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이란 광활하게 넓지만 결국 ‘마이크로 마켓의 집합체’다. 이 마이크로 마켓 중 한 곳에서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는 어떤 기업도 존재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에서 유례 없는 고도성장으로 말미암아 상대적으로 국내시장을 목표시장으로 성장해가는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틈새를 찾기보다 국내 시장에서 얕게 넓게 시장을 만들어가는 전략이다. 이것은 전문점 전략이기보다는 잡화점 전략이다. 이는 고도성장기에서는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저성장기에 글로벌화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왜곡된 비즈니스 모델의 원흉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소기업 성장의 필요조건은 전문화, 충분조건은 글로벌화다.

2011년 기준 총 50조원으로 세계 6위 수준의 R&D비용을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 중소기업의 전문화라는 방향에는 그 효과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가 R&D의 74%를 차지하는 민간 부문에서는 대기업이 스마트폰, 반도체, 자동차 등을 연구개발의 결과로 세계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아직 R&D 집중도를 나타내는 매출액 대비 투자비율이 1.6%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기존제품의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 경영되고 있다는 걸 뚯한다. 우리가 늘 독일의 히든챔피언을 얘기하지만 독일의 히든챔피언은 매출액 대비 6% 이상의 연구개발로 철저히 세계의 틈새시장에서 전문화하고 있다. 그 결과 독일의 히든챔피언은 글로벌 공급 사슬의 핵심자(keystone)가 되어 해당 틈새에서 60% 이상의 글로벌 매출을 올려 10% 이상의 높은 매출액 영업이익률을 기록해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중소기업의 전문화 없이는 미래성장 동력화는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R&D 정책 전달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도 R&D 정책자금의 중소기업 선정 지원에서 중소기업의 수용능력(absorptive capacity)을 고려한 R&D정책이 필요하다. 연구개발이란 목표시장을 향한 도전 과정인 만큼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되지 않는 조직에서 연구개발을 통해 시장 성과를 만들어내기 힘들다. 따라서 연구개발 지원에서 ‘지원대상 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역할’을 하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OCS(Officer of Chief Scientist : 수석과학관) 제도를 참고할 만하다. 이를 벤치마킹해 R&D 지원자금 평가를 위한 ‘전문평가관’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이렇게 해서 중소기업의 정책도 기획(plan)뿐만 아니라 ‘집행(do)-평가(see)’의 효율성을 높여가야 한다. 이스라엘은 OCS제도를 통해 보다 많은 성공벤처를 키워냄으로써 성공보수를 받아 벤처 정부예산의 40%를 충당하고 있다.

둘째, 일본정부의 중소기업 R&D지원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부품·소재기업에 집중함으로써 25만개 중소제조업체 중 약 5만개를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갖춘 제조업체인 ‘모노쓰쿠리’형으로 길러내고 있다.

중소기업의 R&D 성공률이 높아질수록 중소기업은 전문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정부는 지원 성과의 일부를 회수해 정책자금으로 재투입해 건전재정의 커다란 계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연구개발 지원 자금을 소프트론(soft loan)으로 인식해 성공한 R&D 정책자금은 정책자금을 회수해 차기의 정책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R&D 정책자금은 일방적 지원자금이 아니라 국가경제의 미래를 위한 건강한 투자이고, 성과수익의 일부를 회수할 수 있어 정책자금의 순환성도 높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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