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힐링]고금 최상의 힐링 공간 '창덕궁 후원'

입력 2013-11-11 11:22 수정 2013-11-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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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대의 생명문화재 이야기

모 방송국의 ‘힐링캠프’라는 프로그램이 한때 큰 인기를 끌었다. 대선 때는 대통령 후보들이 앞다퉈 그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었는가 하면 스님, 축구선수, 영화배우, 식당 사장 등도 힐링의 대상이 되었다. 재밌는 것은 현 대통령과 그 프로그램 여자 MC가 대목(?)을 봤다는 얘기다.

그 ‘힐링캠프’에 보통사람들은 주인공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힐링캠프’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까? 필자는 감히 고금 최상의 힐링 쉼터인 창덕궁 후원을 추천하고 싶다.

지난달 말 일찍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을 지나 정전이나 편전, 동궁전 등을 피해 후원을 찾았다. 숲 속은 이미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좌우에는 천연기념물급인 수백년 나이의 노거수들이 즐비했으며 그 종수도 다양했다. 노거수들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다. 순조 30년(1830년) 이전에 제작된 ‘동궐도(東闕圖)’에도 그대로 그려져 있었던, 궁궐과 함께 살아왔다는 한마디로 ‘생명문화재’인 셈이다. 이들은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다. 소프트웨어와 영성(靈性)이 함께 들어 있는 역사적 생명체다. 나는 그들과 교감을 했다. 오는 과정에서 적어도 한 그루씩 10분 이상 그들과 머리·가슴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회화나무, 느티나무, 향나무, 상수리나무, 매화나무들에게서 치유를 받았다. 그리고 열심히 걸어 부용지에 닿았다. 정조대왕이 휴식을 취하고 학문과 교육을 하던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300년 이상 된 목조건물 영화당(暎花堂) 마루에 앉아 아름다운 정자 부용정과 맑은 부용지를 쳐다보면서 필자가 정말 좋아하는 조선의 왕 정조를 깊이 생각해 봤다. 어수문과 주합루 또한 멋진 모습으로 내 눈을 행복하게 했다. 주합루 아래층은 정조대왕이 개혁 의지를 불태웠던 산실인 규장각이다.

▲창덕궁 주합루
그러나 힐링을 위한 필자의 최종 목적지는 바로 옥류천 일대. 소요정(逍遙亭) 바로 앞에 인조와 숙종의 어필각서가 있는 바위, 실 폭포, 포석정, 어정도 눈에 들어온다. 그 가운데 힐링의 핵심지는 무엇보다 농산정(籠山亭). 정조대왕은 이곳에서 여러 번 잠을 청하곤 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고민이 많았던 임금께 이보다 더 편안한 장소가 있었겠는가. 필자는 그리 골치 아플 정도는 아니지만, 힐링 쉼터로 이곳을 꼽았다. 다행스럽게도 개방을 해 줘 신발을 벗고 이 농산정 마루에 앉아 하염없이 초정인 창의정과 태극정을 바라봤다. 벼논도 보인다. 궁궐에 논이라니…. 너무나도 편안했다. 오후 5시 이곳에서 눈치껏 앉았다 누었다 하면서 아주 편안하게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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