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올해 노벨화학상을 마틴 카플러스(83) 하버드대 교수·마이클 레비트(66) 스탠퍼드대 교수·아리 워셜(73)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 등 3명이 공동 수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미국 학자 세명은 ‘다중척도 모델링’으로 복잡한 화학반응 과정을 컴퓨터 시뮬레이션(모의실험)으로 분석하는 연구법을 개발했다.
왕립과학원은 “이전까지 화학자들은 플라스틱 공과 막대를 가지고 화학분자 모델을 분석했으나 1970년대에 이들이 개발한 컴퓨터 모델 덕에 현재는 이제는 컴퓨터로 화학작용을 예측하고 이해하게 됐다”면서 “이같은 공로를 인정해 이들 세 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화학자들은 분자 단위로 빛에 가까운 속도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단계별로 세밀하게 분석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카플러스·레비트·워셜은 복잡한 화학반응 과정과 분자 조합을 계산·예측하고자 컴퓨터를 기반으로 다층적 분석 모델을 설계했다. 실제 실험 이전 단계에서 화학 반응을 이론적으로 예측할 수 있도록 한 연구 방법이다.
컴퓨터를 이용한 화학분석 모델은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거시 세계를 다루는 고전물리와 미시 세계를 다루는 양자물리 가운데 하나의 접근법을 선택 적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카플러스·레비트·워셜이 개발한 연구법은 고전물리와 양자물리의 분석 방법을 한데 아우르는 범용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화학연구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플러스는 이론화학의 대가로 분자와 원자 구조에 대한 ‘카플러스 함수’를 개발했다. 그는 1970년대 하버드대에서 양자물리를 기반으로 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참(CHARMM)을 고안해 이 분야 연구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워셜은 카플러스의 연구실에 가세해 고전물리 기반 분석 모델을 접목시켰다.
카플러스와 워셜은 1972년 자유전자 분석에 양자물리를, 기타 다른 전자와 원자핵 분석에는 고전물리를 각각 적용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화학에서 고전과 양자 물리를 접목한 최초의 연구로 관련 분야에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비트는 워셜과의 공동 연구로 한단계 더 나아가 1976년 효소반응 연구를 통해 크기에 관련 없이 사실상 모든 분자의 화학반응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모델을 발표했다.
이들이 개발한 분석방법으로 식물의 광합성 작용이나 촉매를 이용한 배기가스 정화 같은 복잡한 화학반응을 자세히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왕립과학원은 단백질 구성물질인 아미노산같이 큰 분자를 다룰 이론적 계산이 가능해지면서 갈수록 중요성이 더해지는 생명과학 연구 발전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워셜은 수상 발표 직후 전화연결에서 “매우 기분이 좋다”면서 “오는 12월 스톡홀롬에서 열리는 시상식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비트는 “믿을 수가 없다”면서 “스톨홀름에서 (수상소식을 알리는) 전화가 왔을 때 잘못 걸린 걸려온 줄 알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