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서 대기업들의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대기업들도 경제민주화 바람에 맞춰 지주사체제 전환을 검토하거나 전환을 시작하고 있다. 지주사체제는 오너의 지분을 집중화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또 지배구조를 수직화해 경제상황에 따른 구조조정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상장된 순수 지주사 20곳에 대해 연재한다.

SK는 올해 상반기 현재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지주사의 자리에 올라섰다. 부채비율도 꾸준히 낮아지고 있는 등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는 8개의 자회사를 통해 총 254개의 국내외 법인을 거느리고 있는 최대 지주사 중 하나다. SK이노베이션이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며 50개 법인이 연결돼 있다. SK텔레콤이 29개, SK네트웍스가 38개, SKC가 12개, SK E&C 15개, SK건설 15개, SK해운 59개 등이다.
지주사 재무구조 평가항목 중 중요한 요소인 현금보유액(별도 기준)은 올 상반기 현재 3289억원으로 지난 2011년말 기준 936억원과 비교해 2.5배가 늘어난 상태다. 이는 다른 그룹 지주사들과 비교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회사의 유동자산 중 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96%에 이르는 등 원활한 현금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재 금융권과 약정된 여신한도 8000여억원 중 사용액이 300억원에 불과해 중대형급 M&A 물건에 대한 자체 자금 동원력도 보유하고 있다. 현금 유동성을 흔들 수 있는 요소로는 지난 2010년 SK해운이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HSBC의 투자회사와 맺은 1119억원의 풋옵션이 있다. SK해운이 오는 2016년까지 상장을 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가 풋옵션을 행사 할 수 있도록 약정돼 있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본순이익률과 매출액대비 순이익률은 타사들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총자본순이익률은 2010년 1.5%에서 이듬해 3.9%로 급등했다. 지난해에는 3.3%로 산업평균을 웃돌고 있다. 매출액대비 순이익률은 51%로 산업평균 25%의 두배 가량 높게 나타나는 등 불황기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의 올 상반기 영업수익(매출)은 90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893억원과 비교해 50%이상이 늘었다. 수입원은 배당금 수익이 7763억원으로 전체 영업수익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상표권사용수수료 1136억원, 임대수익 173억원 등이다. 올해 영업수익 급증은 자회사인 SK E&C의 역할이 컸다. SK가 SK E&C로부터 거둬들인 수익은 올 상반기 영업수익의 절반인 4641억원에 이른다.
공정거래법상 제한 대상이 되는 부채비율도 최근 들어 낮아지고 있다. 2012년말 43%였던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34%수준까지 낮아졌다. 공정거래법은 지주사가 부채비율 20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넘길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차입금 의존도는 산업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10년 29%, 2011년 30%, 2012년 29% 등으로 큰 변화가 없다. 이는 동종 산업평균 16% 수준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편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SK C&C와의 합병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종속 회사들은 금융회사 지분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을 해소하기 위해 SK C&C가 SK네트웍스를 대신해 SK증권 최대주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SK C&C는 지주사 밖 계열사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 개정 없이는 SK C&C가 SK증권의 최대주주 자격으로 SK와 합치기는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