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증권사 CEO에게 쓰는 편지- 강혁 부국장 겸 시장부장

입력 2013-08-0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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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사장님 많이 힘드시죠.

요즘 같은 때는 증권사 CEO로 사는 게 가장 힘들 것 같습니다. 경영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살아남으려면 구조조정을 해야 하니 얼마나 걱정이 많겠습니까.

이미 뼈를 깎는 인력감축을 단행한 곳도 있지요. 회사의 미래를 논하기 위해 어제까지 같은 테이블에 마주 앉았던 임원에게 해고통보를 한 곳도 있더군요. 이를 보고 주위에선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지만 그런 결정을 한 경영자의 마음은 결코 편치 않았을 겁니다. 문제는 읍참마속(泣斬馬謖) 같은 결단의 순간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경영이 어려워지고 임직원의 사기가 떨어진 만큼 CEO의 리더십도 달라져야 합니다. 본인에게는 엄격하고 부하직원들에게는 섬세하고, 관대하게 다가가면서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줘야 합니다.

저는 이 같은 리더십의 전형을 이순신 장군이 기록한 ‘난중일기’에서 발견했습니다.

“오늘은 흐리고 추웠다. 오수(부하)가 청어 365마리를 잡아왔다….” 소설가 김훈씨는 ‘난중일기’에 적혀 있는 이 한 문장에서 이순신 장군이 참리더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일개 부하가 잡아 온 청어 개수까지 기록하는 그 섬세함으로 아랫사람들을 대한 것이지요. 심지어 ‘난중일기’에는 부하와 그의 애인 사이의 관계까지도 기록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굉장히 엄격했습니다. 고문을 받고 풀려나던 날 “오늘 옥문을 나섰다”라는 단 한 마디 말만 남겼습니다. 모함에 의해 고문을 당했으니 보통사람 같았으면 일기에라도 구구절절한 사연 내지는 변명을 남겼을 텐데, 이순신 장군은 나온 사실만 전하고 있습니다. 전장(戰場)에서조차 부하의 애인까지 챙기면서도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했던 그 리더십이 영웅 이순신을 만든 게 아닐까요.

영화 ‘설국열차’에서 자신의 팔을 절단할 용기조차 없는데 어떻게 리더가 될 수 있냐고 주인공이 자괴감을 보이는 건 자기 희생 없이는 참리더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웅변해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요즘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지 못해서 조직을 망가뜨리거나 스스로 나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경영자가 얼마나 많습니까. 리더에겐 그만큼 자기관리가 중요한 것이지요.

000 사장님.

사는 게 힘들수록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십시오. 말이 씨가 된다고 ‘당신은 잘할 수 있다’, ‘그 프로젝트는 꼭 성공할 것 같다’ 등의 말로 조직원들을 격려해주십시오.

우선 임원들에게 잘 해줘야 합니다. 그들은 어려운 시기를 함께 헤쳐나갈 경영의 동반자입니다. 임원들도 경영자만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말 한 마디, 표정 하나라도 나눠야 합니다. 서로 편을 갈라서 힘겨루기를 한다거나 자기 사람 의견만 존중해선 결코 난국을 극복해 나갈 수 없습니다. 경청의 리더십,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 조직의 응집력을 키우고 경쟁력을 높여 나가십시오.

직원들도 꼭 챙겨야 합니다. 증권맨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보면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경영자가 특별히 해줄 수 있는 것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오히려 임금삭감, 인력 구조조정 등 그들을 더 힘들게 할 결단만 남이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인간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소설가 김정빈씨는 부하직원의 마음속에 있는 고독을 건드려야 참리더십이 생겨난다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지시하거나 독려만 해선 안 됩니다. 무조건 “나를 따르라”고 요구하면 부작용이 생겨납니다. 편지도 좋고, 이메일도 좋고, 스킨십도 좋습니다. 부하직원의 고독을 어루만져 주십시오.

한 가지 사족을 단다면 구조조정도 품격이 있어야 합니다. 해고해야 할 때는 가능한 한 빨리 통보하고 그들을 진심으로 존중해야 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말하는 건 그들의 상처를 더 깊게 할 뿐입니다. 임직원들과 작별을 해야 할 때는 진심을 담아서 안타까움을 전달하십시오. 그것이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000 사장님.

사는 게 힘든데 모시는 사람까지 까다롭게 굴면 얼마나 피곤하겠습니까. 지금 증권가는 총성 없는 전쟁터입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끌어 가십시오. 전쟁터에서 부하의 애인까지 챙긴 이순신 장군의 따듯한 리더십을 배우십시오. 그러면 임직원들도 희망을 품을 것입니다. 꿈을 꿀 것입니다. 그리고 꿈과 희망이 있으면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갈 에너지가 생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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