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김종학PD를 죽였나?[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3-07-28 10:47 수정 2013-07-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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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거장 김종학PD를 죽였나?[배국남의 직격탄]

지난 23일 경기 성남 분당의 한 고시텔에서 한 사람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충격 그자체였습니다. 한국 드라마사를 이끌어온 우리시대의 최고의 스타PD 김종학PD였기 때문입니다. 가족과 동료에 대한 애정과 미안함, 그리고 검찰의 수사행태를 질타한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종학PD는 40여‘수사반장’에서부터 ‘인간시장’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태왕사신기’‘신의’에 이르기까지 한국 드라마의 지평을 확장시켜온 거장PD입니다. 이 거장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요. 한사람의 자살의 죽음의 원인을 한 두가지로 적시할 수는 없겠지요. 일부에선 최근의 소송과 수사로 인한 김종학PD의 연출자로서의 자존심의 상처, 사업의 실패 등을 자살의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사진제공=뉴시스)
“우리는 한국 드라마의 큰 별을 잃었다는 슬픔을 잠시 추스르고 왜 대한민국 최고의 연출가였던 ‘김종학’ 감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고민해봐야할 것입니다. 그 고민은 한국 외주제작 드라마 시장의 자정되지 않은 환경, 제작요소들간의 이해관계에 따른 상생의지의 부족, 그리고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수직적 갑을 관계에 있으며 이런 부분들이 개선이 되어야 한국 외주제작 드라마 제작시장이 건전해질수 있으며 이것이 고 김종학 감독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26일 한국 드라마마제작사협회에서 발표한 성명서중 일부 내용입니다. 저역시 김종학감독의 극단적 선택의 이면에는 외주제작사와 방송사의 드라마 제작상황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종학PD를 죽음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드라마 제작을 둘러싼 문제점이 뭘까요? 우선

외주제작사 난립과 문제가 첫손에 꼽힙니다. 정부는 1990년대 초반 콘텐츠의 활성화와 프로그램 제작 인프라 구축, 시장경쟁체제 도입 등을 이유로 외주제작제를 도입했지요. 시장의 자율 경쟁을 유도한다는 목적으로 외주제작에 관한 방송법을 만들어 시행한 이후 외주제작사가 급증했고 드라마 외주제작비율도 급증했습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한류로 인해 드라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외주제작사가 난립했고 드라마 외주제작도 크게 늘었지요. 2012년 말 현재 프로그램 외주제작업체로 등록한 곳이 896개이며 이중 드라마를 제작하는 곳은 156개입니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의 드라마 외주제작비율도 현재 60~80%에 달합니다.

하지만 외주제작업체가 급증해 난립하고 있지만 드라마 제작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곳은 30여곳에 불과하다는 것이 방송사 관계자들의 진단입니다. 2012년 한해 동안 드라마를 제작한 곳은 34곳에 불과한 것을 보면 금세 알수 있습니다. 영세한 규모, 비전문적인 인력, 제작역량의 부재 등으로 드라마 제작을 아예 한편도 하지 못하거나 한편 하고 곧바로 문을 닫는 곳이 상당수입니다. 연기자들에게 출연료를 지급하지 못해 문제가 되고 있는 ‘아들 녀석들’제작사 투비엔터프라이즈의 폐업이 단적인 사례입니다.

문제 있는 외주제작업체의 범람은 드라마의 질을 떨어트리고 드라마 사업 투자를 둘러싼 각종 사기와 범죄사건, 연기자 인건비 미지급 사태를 초래하는 드라마 제작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에 따르면 2013년 6월 현재 KBS 13억원, MBC 18억원, SBS 12억원 등 모두 43억원의 미지급이 발생했습니다.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슈퍼갑을 관계역시 드라마 제작환경을 열악하게 만든 원인입니다. 범람하고 있는 외주제작사도 문제지만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와의 일방적인 갑을 관계 역시 드라마의 제작현실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방송사는 편성에서부터 판권, 제작비 지급에 이르기까지 드라마 제작 전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외주제작사에 대해 불공정한 행태를 보이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외주 드라마 편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 부재로 인한 문제도 그중 하나입니다. “작품성, 독창성 등 작품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나 제작 능력 등을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해 평가한 뒤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와 스타작가 투입여부와 외주제작사 종사자의 방송사 출신 연고여부 등을 고려해 편성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의 말입니다. 이 때문에 외주제작사들은 엄청난 몸값을 지급하면서라도 스타와 스타 작가를 섭외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드라마 제작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지요.

▲김종학 PD 대표작 '모래시계'
또한 외주제작사에 지급하는 방송사의 드라마 제작비도 문제입니다. 현재 방송관계자들은 외주제작에 방송사가 지급하는 제작비는 드라마 전체 제작바의 50%선이라고 주장합니다. 나머지 50%는 간접광고, 협찬 등으로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이 때문에 외주제작사들이 무리한 간접광고나 협찬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분쟁이나 드라마의 질을 추락시키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방송사가 판권에서부터 제작비까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대우를 많이 한다. 이러한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외주제작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한 외주업체 대표의 지적입니다.

외주제작사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 원인중 하나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스타와 유명 작가들의 몸값입니다. 방송시장의 규모, 국민소득, 시청률이나 드라마 비중, 연기자의 경력과 인기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합리적인 출연료 산정기준이 부재하다 보니 불합리한 스타의 몸값 책정관행애 횡행하고 있지요. 여기에 방송사가 스타 연기자와 스타 작가 여부에 따라 편성을 결정하는 경향이 강해 외주제작사들은 일부 스타와 특정 작가에 목을 매게 됩니다.

이 때문에 스타들의 몸값이 브레이크 없는 상승 질주를 하고 있습니다. 한정된 제작비에서 스타와 작가의 몸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상승하면서 외주제작업체의 운영이 어려움을 겪고 드라마의 질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현재 스타 연기자의 경우 회당 출연료가 5000만~2억원 선이고 유명작가는 회당 5000만~1억원선으로 스타 연기자와 작가의 몸값이 전체 제작비의 50~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작비의 10~30%선으로 제작비의 대부분을 세트를 비롯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투입되는 일본과 크게 대조가 됩니다.

이로 인해 스타가 출연한 작품으로 인해 외주제작사는 망해도 스타는 흥하지 않고 오히려 몸값은 수직상승하는 기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드라마 외주제작사의 문제가 심각해졌고 한국 드라마의 제작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들이 한국 드라마의 거목 김종학PD를 극단적인 선택에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김종학PD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비극적인 사태가 재발되지 않기위해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신속하게 해결해야할 것입입니다. 다시 한번 김종학PD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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