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 기자가 생전에 만난 김종학PD는?

입력 2013-07-23 13:02 수정 2013-07-2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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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어이 배기자 너무 비판하지 말아요. 아파요” 그는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드라마 비평을 하면 이를 많이 의식했다. 그가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 드라마사에 거목으로 칭송받던 김종학PD다.

그의 죽음을 접하면서 지난 15년동안 취재현장에서, 드라마 촬영장에서 그리고 술자리에서 만난 김종학PD의 생전에 모습이 떠오른다.

김종학PD의 행보는 한국 드라마사 판도뿐만 아니라 한류의 지형의 변화를 가져올 만큼 불세출의 PD였다. ‘드라마의 지존’ ‘드라마의 승부사’로 불리는 김종학PD는 ‘독종’ ‘독사’ ‘불도저’ ‘사단장’ 그가 달고 다니는 별명에서 알 수 있던 것처럼 그의 뚝심은 정평이 나 있다. ‘산도적’ 같은 외모처럼 그를 감싸고도는 무서운 추진력과 고집스러움, 우직함은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태왕사신기’와 같은 선굵은 드라마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는 추진력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철저한 계산아래 작품을 연출하는 전략가적 기질도 다분했다. “드라마 연출자는 뚝심과 감수성이 함께 있어야한다. 그래야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온다”는 것이 늘 만나면 건네는 김종학PD의 연출자론이다.

1977년 MBC에 입사한 후 큐사인을 낸 ‘동토의 왕국’ ‘인간시장’ ‘여명의 눈동자’ 그리고 방송사를 떠나 프로덕션사를 차려 연출한 ‘모래시계’ ‘백야 3.98’ 등은 스케일 큰 한결같이 대작이다. 또한 대중성과 완성도를 지닌 작품이다.

김종학PD는 승부사적 기질이 다분하다. 말을 할때에도 출연교섭을 할때에도 연출할때에도 그특유의 승부사적 성향이 드러난다. 이 때문에 고현정에서부터 최민수 배용준 등 수많은 스타들이 그의 작품 출연을 해 스타로 떴고 수많은 스타들이 그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했다.

술자리에서 만나는 김종학PD는 두주불사형이다. 앉은 자리에서 소주 3~4병을 먹으면서 본격적인 술자리에 돌입할 정도다. 술 한잔 들어가면 그는 드라마의 연출과 연기자에 대한 이야기를 3~4시간씩 풀어냈다. “드라마 이야기할때가 제일 행복하지. 내가 잘하는 것이 드라마다” 그는 천부적인 연출자였다.

그래서 제작 등 사업은 그에게 맞지 않은 옷과 같았다. ‘암행어사’에서 김종학PD와 함께 작업했던 이병훈PD“김종학PD는 연출자로서 최고였지만 사업가로서는 적합하지 않았다. 연출만 했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대망’ 촬영장이었던 충주호의 물이 유유히 흐르는 충북 제천에서 그는 소주를 호쾌하게 마시며 던진 한마디가 생각난다. “김종학은 김종학일뿐이다.” 그의 이런 자신감이 한국 드라마의 발전을 가져온 원동력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김종학은 김종학일뿐이라고 외치며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태왕사신기’등 한국 드라마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남긴 김종학PD는 수많은 시청자와 팬,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연기자들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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